형형색색 자연의 모양과 빛깔을 정성스럽게 손으로 빚어 만든 화과자. 그 화려함과 정교함에 장인의 손길이 그대로 뭍어나 ‘눈으로 맛보고 입으로 먹는 예술음식’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이런 점에서 화과자 명인과 고급기술자들은 일본에서 특별 대우를 해 준다. 과거에 궁중에서 신에게 바치는 음식으로 왕족과 일부 귀족만 맛볼 수 있는 고급음식에 속한다. 먹기도 아까울 정도로 최고급 음식으로 인식돼 왔던 화과자가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일반 대중에게 깊숙이 다가서고 있다.
화과자의 대중화 계기
일본 정통 화과자 전문업체인 손으로 만드는 사랑(주)는 일본과의 활발한 사업제휴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화과자를 엄선해 도입하고, 가격은 대중화를 위해 낮췄다. 지난 11월1일부터 7일까지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식품매장에서 ‘제 1회 일본 화과자 대전’을 개최해 일본 화과자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일본의 정통 화과자 장인들의 제품 전시는 물론, 직접 실연행사를 선보임으로써 고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회사는 오랜 장인정신으로 외부와의 사업제휴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화과자공업협회 청년회가 5년여 전 이상화 대표의 끈질긴 노력과 설득 끝에 전략적 제휴를 맺고 국내에 독점 수입 판매하게 됐다.
전국 유명백화점에 입점해 ‘和味家’(화미가)라는 백화점 브랜드로 판매해 온 ‘손으로 만드는 사랑(주)’는 최근 일본 최대의 화과자 명인업체 ‘마루쿄제과’(수미 히로 대표)와 손을 잡고 공동 브랜드로 신제품을 출시하게 됐다. 국내에 수입되는 일본 식품 중 2개 회사의 ‘더블 브랜드’로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루쿄 제과는 한국시장의 진출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1월29일부터 12월5일까지 서울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더블 브랜드 출시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마루쿄제과의 수미 히로 사장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고 현지 사정에 맞게 가격도 기존의 3분의 2 가격으로 낮춰 시장 전망이 밝다”고 확신하며,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꾸준한 노력으로 일반 고객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루쿄, 일본 최대의 도리야키와 만쥬 전문회사
팥 앙금 생산에서부터 시작한 마루쿄제과는 3대에 걸쳐 이어온 가업을 현재의 사장대에서 일본 전국브랜드로 성장시킨 역사와 전통이 있는 화과자 전문회사로 연간 30억엔(한화 기준 약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는 알짜기업이다. 일본내 500개 점포에서 선호도 1위와 재구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국의 휴게소와 면세점에도 입점돼 있는 일본 최대의 도랴야키, 만쥬 전문회사다. 제품들은 일본 뿐 아니라 미국에도 진출해 도라야키 단일 상품만으로 월 1,000만개를 수출, 한국과 일본 교민, 미국 현지인들에게도 인기있는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손으로 만든 사랑과 함께 출시한 더블 브랜드는 쯔부앙 도라야키, 쿠리이리 도리야키, 훈와리야키, 모모야마, 모미지 만쥬, 쿠리만 등 6가지 제품. 그동안 한국 시장에는 2002년부터 일부 백화점에서 명절때만 선을 보여왔다. 일본 화과자는 최고급 음식인 만큼 가격 또한 일반 대중이 쉽게 먹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공동 브랜드 출시로 가격을 낮춰 일반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그렇다고 맛이 달라진 건 아니다. 정성 가득한 맛과 품질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한국시장 선점을 위한 대량 생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특히 마루쿄의 도리야키와 만쥬는 국내 CJ에서 프리믹스 원료를 수입해 만들어진다.
한국의 떡과 과자도 세계시장에
마루쿄 제과 수미 히로 사장은 “그동안 일본 화과자는 값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높은 인건비와 원료비 문제를 해결하면 가격은 지금보다 더 떨어져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중국 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사실 그 맛과 품질에 비하면 가격이 비싸다고만 할 수 없다. 화과자는 양으로 배를 채우기 위한 것 이 아닌, 첫맛은 눈으로 끝맛은 혀 끝으로 즐기는 고급 과자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떼어 녹차와 함께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손으로 만드는 사랑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본과의 합작공장 설립은 물론, 한국내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일본의 화과자는 세계로 수출되고 있지만, 한국의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것은 한국의 떡과 과자가 맛이 없어서라기 보다 품질 유지기간과 포장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인절미는 1~2일이 지나면 굳어져서 상품성이 없어지나, 일본의 떡과 과자들은 몇 개월이 지나도 대부분 품질이 유지된다. 방부제 등을 넣지 않고 자연상태로 보관기간이 길다는 것도 일본 화과자의 특징이다. 이상화 대표는 “반죽을 오랫동안 치대 자연발생적인 효소가 굳는 것을 방지하고 탈산소 포장(4~5겹의 포장을 겹쳐)에 탈산소제를 봉합해 대장균과 잡균의 번식을 막는 게 비법”이라면서 “한국도 일본 화과자의 모양과 맛만 본뜰게 아니라 제대로 된 기술을 이전받아 세계시장으로 키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제1회 화과자 대전’에 이은, 금번 마루쿄제과와의 더블 브랜드 출시로 ‘손으로 만든 사랑’은 국내는 물론, 화과자의 뿌리인 일본에서도 그 입지를 크게 굳히는 성과를 얻었다. 세계시장 진출을 향한 ‘손으로 만드는 사랑’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