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초고속 발전과 함께 호주의 석탄산업 개편으로 세계 석탄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이로 인해 2003년 말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석탄 값이 지난해 말 2배 가까이 뛰어오르는 등 그 횡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공사는 해외 원자재 개발에 적극 나서고, 최대 무연탄 수급업체인 포스크는 호주의 석탄광산 지분을 인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력소비량 급증
국내 전력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연료의 중요 원자재인 석탄(유연탄) 값이 지난해 70달러까지 육박하는 등 원자재쇼크에 대한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한달간 전력소비량은 248억㎾h로 전년 238㎾h에 비해 4.1% 증가했다. 이를 1월부터 10월까지 누계로 보면 지난해 전력소비량이 2,588억㎾h로 2003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 늘어난 것이다.
전력소비량이 급증한데 이어 오일쇼크 와 함께 유연탄 값의 폭등으로 국내 전력산업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광업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3년 7월만 하더라도 현물거래되는 유연탄 값은 톤당 32.7달러(미달러화 기준)에 불과했다. 이 같은 기조는 같은 해 8월까지 이어져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9월 들어 안정기조가 깨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지난해 3월 한때 70.25달러까지 치솟았다. 유연탄의 고가행진은 하반기에도 이어져 8월에는 70.75달러까지 오르는 등 국내 발전연료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이후 61.15달러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포스코, 한전 등 횡보 빨라져
흔히 에너지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석유의 경우 차량용 연료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설사 50달러에 육박한다선 치더라도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심각할 정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연탄이 폭등할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금요금인상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석유와 LNG의 경우는 원가가 비싸서 주된 발전연료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면서 “유연탄이 이들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 편인데 세계시장에서의 원가상승은 발전원가 인상에 부담으로 작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석탄 값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까지 뛰어오르면서 국내 발전사와 포스코 등 유연탄소비를 많이하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호주의 석탄광산 지분을 인수하고 10년간 최대 1,200만톤의 석탄을 구매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미국 AMCI사로부터 호주 카보로우 다운스 광산과 글레니스 크릭 광산의 지분을 각각 5%씩 인수키로 하면서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국가 전력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유연탄의 주요 생산국인 중국 등을 비롯한 해외 유연탄 개발에 다시 나서는 등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 같은 유연탄 값의 급등은 중국의 급성장과 호주의 석탄산업 M&A가 주된 원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중국의 급성장
호주의 석탄산업 M&A영향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두자릿수 성장을 해오던 중국은 전세계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세계의 블랙홀’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전력소비가 늘어나면서 유연탄 수출량을 감소시킨 게 현물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견해다.
또 수 십 개의 광산업계 난립으로 골머리를 앓던 호주가 지난해 4개 업체로 통폐합하면서 세계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높아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로 인해 호주 달러의 절상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권혁수 박사는 “그동안 유연탄 시장은 공급자에 비해 수요자가 많아 가격이 낮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의 팽창과 호주의 광산업 M&A는 공급량에 대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았지만, 공급여건이 나빠지는 역할을 함으로써 유연탄 값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4~5월경 정점 될 듯
2003년 3월만 하더라도 30달러에도 못 미치던 유연탄 값이 지난해말 두 배까지 오른 것과 관련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동안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은 2003년 중국이 해운을 장악해 세계 유연탄 시장을 싹쓸히 한 게 주된 원인으로 올 4~5월을 정점으로 수년간 고가 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의 해운장악으로 선박의 1일 임대료가 2만달러에 불과했던 것이 최고 6만달러까지 오르면서 유연탄 값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다.
권 박사는 “중국의 영향으로 길게는 1년까지 유연탄 보급 장기계약을 함으로써 올해 4~5월까지는 가격이 유지될 수 밖에 없고, 고유가의 영향으로 당장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이 낮아지기 위해서는 4~5년 가량은 고공행진을 할 가능성이 있어 해외자원개발을 서둘러야 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또 “중국이 올해도 고도성장을 이어간다면 유연탄 매장량이 많은 동남아시장에서의 수급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일부 선진국에서는 중국의 경제성장에 한계가 왔다는 지적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