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빗나간 경제 전망이 지난해도 이어지면서 일부 연구기관은 경제전망발표를 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내놓을 정도로 국가경제가 암울하다. 지난 2003년은 국내외적으로 카드와 이라크 전쟁 등에 대한 파문이 이어지면서 경제불안요소가 명확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전반적인 수출호조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원인 없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기이한 모습을 보여 재계를 당혹케했다. 여기에 소비심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여 전반적으로 침울한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성장 4%도 ‘허덕’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삼성경제연구소 등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3%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5%대와는 1%포인트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전망한 4.5%에 비해서도 0.5%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러한 예측은 예산처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관들이 동일하게 주장하는 것이어서 저성장은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경제성장률이 4.1%선이 될 것으로 전망한 LG경제연구원은 3.8%호 하향조정했다.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유가와 환율불안, 정치·사회적 갈등이 지속될 경우 추가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경제가 대내외 불안요인에 휩싸일 경우 4%에서 3%대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LG경연과 현대경연은 또 이같은 불안요인이 더욱 커질 경우 성장에 대한 최악의 시나리오인 2%대성장도 가능하다고 밝혀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측기관들 뿐 아니라 대기업 CED들도 올해 경제전망에 비관적인기는 마찬가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 경제전망조사’결과에서 CEO의 절반이 3%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2%와 1% 등 최악으로 본 CEO도 7명과 1명씩이어서 경제 성장률 4% 조차 물건너간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장밋빛
반도체·컴퓨터 비관적
높은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자동차와 조선업종의 발전가능성은 높은 반면 1990년대 이후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던 컴퓨터와 반도체업종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은 ‘2005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IT의 경우 “통신기기 한 업종을 제외하면 실질기준으로 전 업종의 수출증가율은 한 자리 수 내지 감소할 것”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지난해 내수부진에 시달린 자동차 업종은 경쟁력 강화와 신모델 출시에 따라 올해는 4.9% 늘어난 356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도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 증가와 선가 상승분이 반영되면 올해보다 12.5% 증가한 153억달러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철강도 INI스틸 당진공장 열연 설비 가동과 포스코 미니밀 2호기 재가동에 따라 조강 기준 생산이 4.0%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던 석유화학업종은 올 하반기 내수회복 가시화가 이어질 경우 물량기준 1.2% 증가한 1,015만톤의 내수수요가 기대된다. 수출 또한 수입수요 지속 등 긍정적 요인 우위로 금액기준으로 14.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이 올해 장밋빛 꿈을 갖게 됐다면 수년간 수출주도업종을 자리잡은 반도체와 컴퓨터 등은 비관적인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는 D램과 플래시 메모리 공급 과잉에 따라 가격하락이 예상된다. 메모리업계들이 12인치 라인을 본격 가동하며 생산능력은 강화됐지만, 수급여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성장잠재력 높여야
성장률 하락과 주요 성장동력이 주춤하면서 올해 경제부문에서 소비·투자활성화, 성장잠재력 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KDI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이 최우선 과제로 이를 위해서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활성화시키고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수출감소를 대체할 방안으로 첫 손에 꼽히는 것이 소비회복과 일자리 창출로 이에 대한 방안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연은 감세정책을 통한 소비여력 회복을 주문하면서 지속적인 소득세율 인하정책과 특별소비세 전면폐지를 주장했다. LG경연은 재정지출확대와 금리인하를 통한 경제회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현대경연은 조세감면과 소비회복 유도, 부동산 경기 연착륙에 의한 가계부채 확산을 막아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고용없는 성장’으로 일컬어지는 실업률문제다. 실업률이 해소되지 않고는 소비침체를 해결하기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률은 3.5%로 예상된다. 그러나 올해는 이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경기회복이 더뎌지면 기업으로서는 명예퇴직과 구조조정 수순을 밟을 것은 뻔한 이치다. 한국은행은 올해 실업률이 상반기 3.7% 하반기 3.4%로 연간 3.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2001년 3.8%를 기록한 이후 4년만에 최고치다. 그러나 이 수치도 취업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정된 것이어서 실업률이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현재의 성장동력인 정보통신 부문은 고용유발효과가 낮은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