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널뛰고 있다. OPEC의 증산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30~40달러선을오가며 국제경제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행진이 거듭된다면 제 3의 오일쇼크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제사회는 예방대책을 세우기에 분주하지만, 이번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파동,들끓는 민심
OPEC의 증산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등 새로운 오일쇼크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전체를 파고 들고 있다.
알리 로드리게스 OPEC 의장은 지난 11일 "OPEC의 석유 생산능력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석유위기가 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이번 발언은 오일쇼크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성 발언으로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고유가는 공급부족이라기 보다는 정유 과정의 병목현상과 석유 수입국의
높은 석유세율, 시장의 투기 등으로 빚어진 결과'로 보는 OPEC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추가 증산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췄다. 이와 같은 국제
유가의 불안정은 국내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예정이다. 지금처럼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경우, 국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현재 정부의 대책은 단순미봉책들 외에 국제유가가 낮아지기만을 기다리는 입장이다. 특히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못한 채 국민들에게 억지 강요를
통한 유가절액책만을 내놓아 민심은 들끊고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일부 국가들과 같은 고유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는 없지만, 우리나라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근시안적인 대책 마련은 물론 고유가에 대응할 수 있는 근원적인 방안들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국내 경제에 심각한 위기
국제유가가 향후 1년간 배럴당 30달러를 웃도는 수준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투가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투자 분석가들은 국제유가가30~40달러
선에서 급등락을 할 것이며, 배럴당 40달러에 이를 확률도 50%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골드만 삭스의 이런 비관적 분석결과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현재 급등하는 고유가는 수급불균형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불안심리와 석유투기자본이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조정기를 거치면 내년부터 유가는 하향 안정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고유가 행진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원유가격이 폭등하고 환율이 하락하면서 중소업체는 원자재 값 상승과 채산성
악화 등에 시달리고 있다. 관련업체에 따르면 전기와 석유제품의 수요가 많은 업체들은 이미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관련
유가변동과 관련해 민간경제 연구소들이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선을 유지할 경우 올해 경상수지 감소효과만이 2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제성장률은 0.6% 하락하는 반면, 소비자 물가는 1.15% 높아질 것으로 예측해 국내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음을 암시한다.
다가오는 오일쇼크, 대책없는 정부
그렇다면 석유 한방울 나지 않고, 해외 개발된 원유도입 비중도 전체 소비량의 1.7%밖에 되지 않는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뽀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정부 보유 원유 비축물량을 지금의 20일분에서
60일분으로 두배 늘리는 한편, 정부와 공공기관은 승용차 5부제 운행을 실시하고 만간에는 10부제 운행을 적극 권장하는 등 에너지 소비절약운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국내 석유제품가격 안정을 위해 석유류에 대한 탄력세율 적용문제와 정부 지축유 방출여부 등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순미봉책으로는 계속되는 고유가 행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석유제품 수출 8위의 위상에 걸맞는 대책은 전무한채
위기상황에 닥치면 공식처럼 꺼내는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운동'에 더 이상 신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산업전반에서도 정부의 정책에
미련을 갖기 보다는 자체적으로 하반기 영업전략을 수정하거나, 고유가에 대비한 비상대책에 학수하는 등 정부에 대한 불신은 이제 도를 넘어서고
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정책 수립에 한계를 맞은 것이다.
우리는 산업구조상 석유소비량이 많고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시멘트,철강,석유화학 등 장화학공업이 중심이기 때문에, 석유 의존도는
50%로 세계 평균치인 38%보다 높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평균17달러 수준에서 올 1월 상승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낙관으로
일관했고, 심지어 2월 들어 국제유가가 25달러 수준을 넘어섰는데도 미국이 고유가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좀처럼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수수방관했다는 것은 전체적인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시장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단기적인 낙관론에
그쳐 이번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이제 정부는 고유가에 더 이상 국민을 피해자로 삼는 형태를 접어야 할 것이다. 유럽과 같은 항의 시위가 없다고
"아직은 여멸할 필요 없다"는 논리보다는 1,2차 오일쇼크를 거울삼아 좀 더 진일보된 대책마련을 기대해 본다.
엄재웅 기자 : wwwojw@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