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과연 인생의 전부인가’라는 질문에 고민 한 두 번 안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대답은 ‘그렇다.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와 ’아니다. 세상엔 돈 보다 훨씬 소중한 것들이 많다‘라는 의견들로 팽팽하게 대립된다. 돈, 있어도 고민 없어도 걱정이지만 어쨌든 살아가는데 중요한 수단임에는 틀림없다.
가치관 따로, 현실 따로
그렇다면 현 시대를 이끌어가는 2030세대들의 돈에 대한 가치관은 어떨까? 이들 세대는 5060세대에 비해 인생경험이 짧아 돈에 대한 고충을 크게 겪을 나이는 아니지만,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돈’에 대한 욕심을 생각하게 될 나이다. 그래서인지 돈의 가치보다 정신적인 가치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현저하게 나타났다. 물론 돈, 그 자체의 우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우선 순위가 될 순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 이연정(27) 씨는 “어떤 사람들은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한다. 전부는 아닐지 모르나 필수인 게 돈”이라면서 “그 필수가 갖춰지지 않는 한 모래위에 지은 집처럼 무너져 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전부는 아니되 필요불가결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자본주의가 극에 달하고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물질적 풍요보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다. 직장인 정다혜 씨(32. 가명)는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적다는 것이 비애가 아닌가”라면서 “기성세대와 다르게 젊은 세대는 마음의 평화, 혹은 신념을 위해 돈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경향이 강하다(물론, 어느 정도의 물질적 풍요를 토대로 탄생할 수 있는 사고방식이지만)”고 말한다. 류영우(35. 기자) 씨 역시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상위에 있는 게 있다. 행복, 건강 등은 돈으로 살 수 없다. 모두 원하지만 선택의 순간에서 돈을 보고 선택을 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돈이 없어서 생긴 불행은 복귀될 수 있지만 마음속의 행복이 사라지면 어떤 것으로도 복귀될 수 없다. 물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돈에 대해 바라는 게 있겠지만 어찌됐든 절대적일 순 없고 우리 세대의 가치관도 그런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가치관과 현실 사이에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프리랜서 웹디자인 김 아무개 씨는 “평소때는 행복이나 건강 등 다른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생활속에서 돈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낄때가 있다”고 말한다. 정종철 (33. 영화관련 종사자)씨는 “돈이 없어도 행복하거나 돈이 있어도 불행한 사람을 봤을 때 절대적 가치는 아니지만 적어도 돈만 있으면 모든 걸 확실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돈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고 자신하는 의견들도 나온다. 직장인 최민경 (30세)씨는 “사실 요즘 돈으로 안되는 게 거의 없다. 사랑도 돈 있으면 쟁취할 수 있고 건강 또한 돈이 있으면 웬만한 건 기술이 좋아서 고칠 수가 있다. 또 돈이 없다고 더 행복하거나 불행한 건 아니다”고 말한다. 김은아(29. 간호사) 씨는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로는 하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좇아가면서 살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한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