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건설노동자가 희생양인가?
18만 건설실업자, 6,600여개 협력업체 도산위기 호소
동아건설을 비롯한 우방·우성·청구의 법정관리 조치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국내 건설업계는 엎친데 덮친격으로 현대건설마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그 파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이번 11.3 기업퇴출로 실직의 위기를 가장 강도높게 느끼고 있는 건설노동자들의 심정은 더욱 흉흉한 상태다. 더욱이 건설교통부가 업계 구조조정을 위해 연말까지 800개사, 2001년말까지 총 2500개사의 부실건설업체를 단계별로 정리키로 할 방침이어서 건설업계는 한마디로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기도 하다.
4년째 장기실업, 고달픈 건설노동자
“동아건설의 3,900여명을 포함 건설노련 참가업체의 노동자 18만여명이 이번 11.3기업퇴출로 실직의 위기에 처해있다. 또 이들업체의 협력업체만도 6,600여개에 이르고 이미 4년째 장기실업을 겪고있는 50만 건설실업자를 더하면 70만명의 건설실업자가 동절기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정부의 퇴출방침이 밝혀진 3일후인 11월6일 서울 대림동 건설노련 사무실에 모여 기자회견을 자처한 건설노동자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퇴출건설사의 체불액수만도 4백억원이 넘는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경우 실업은 곧 죽음이다. 임금체불이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퇴직금도 없는데다 고용보험이나 퇴직공제회 등은 적용제외가 대부분이고… ”
건설연맹측은 “건설산업은 정작 저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건설업 면허등록 완화조치로 3,800여개이던 건설사가 6,000여개로 증가했는데 건설교통부는 이제와서 정책실패를 거꾸로 돌려놓으려는 듯 내년말까지 등록기준 미달의 2,500여 건설사를 단계적으로 퇴출시키려 허둥대고 있다”며 “동아건설이나 현대건설, 우방의 경우 부실경영의 책임자들에게는 솜방망이인 정부가 건설노동자에게는 또다시 퇴출의 칼을 휘둘러 죽음을 강요한다”는 질책성 비난을 강력히 제기했다.
실제 이번 건설업계의 부실기업 정리조치는 엄청난 판도변화를 예상케하는게 사실이다. 퇴출기업 명단에서는 제외됐지만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는 현대건설의 경우 국내외에 3000여개에 이르는 하도급 업체를 거느리고 있고, 퇴출명단에 속한 동아건설 역시 500여개에 하청업체를 갖고있어 이들 거대건설사의 위기는 곧바로 건설노동자 장기실직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40%감원 서두는 건설사도…
“이미 워크아웃 관련 건설사 가운데 한곳은 정부의 부실기업 판정을 빌미로 무려 40%에 달하는 노동자 감원안을 채권은행에 제출키로 했다고 한다. 이곳뿐만 아니다. 건설사 직원들에 대한 대량해고의 광풍이 연쇄적으로 몰아치고 있다.”
‘고용이 곧 목숨’이라며 지난 98년6.18 기업퇴출 조치에 항의, 450일간을 죽음의 각오로 맞선 현대중기산업 노동자들을 기억하라는 경고를 잊지않는 사람들… 실직의 한파를 정중앙에서 맞고있는 건설노동자들의 11.3 기업퇴출 강도는 끝을모를 정도로 높기만해 보인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