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의 역사라는 새만금 간척사업이 또다시 난관에 부딪쳤다. 공사는 이미 반 이상 진행됐는데 논란은 ‘산넘어 산’으로 계속되고 있다. 경제적 가치를 우선 고려한 정부와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 어느 쪽도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못하고 있다. 공은 이제 사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그 결과가 사업의 지속이든, 중단이든 심각한 문제가 남게 된다.
이미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업이 상당부분 추진됐고 그에 따른 환경파괴도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타당성 인정된 국책사업으로 무효화할 사안 아니다”
이제 사법부의 결정에 따라 새만금 사업은 중단이냐 지속이냐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된다. 사법부는 ‘위원회 논의가 끝날 때까지 방조제를 막지 아니한다’고 못박아 새만금 사업은 잠정 중단됐다. 계속 방치될 경우 흙과 모래가 쓸러 내려가 방조제 유실 등 막대한 예산을 낭비 공산이 크다. 그러나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재판부가 직권으로 공사중지 결정을 내리지 않는 한 현재 진행중인 새만금 방조제 공사를 계속할 수는 있다.
1991년 착공된 새만금 사업은 전체 33km 방조제 구간 중 2개 구간(2.7km)만 빼고 모두 완공된 상태다. 공정의 85%가 완료된 셈이다. 투입된 비용만 총 2조2,000억원 정도. 여기엔 별도로 전북 지자체와 환경부에서 수질 개선비용으로 댄 4,957억원도 포함됐다. 공사가 중단됨으로써 막대한 예산의 손실은 물론, 자족형 기업도시 건설과 해남.영암권 J프로젝트 등 대규모 건설사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만금 사업 중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간 사업이 잠정 중단된 적이 있다. 이때 토사와 갯벌의 유실로 인해 입은 경제적 손실이 796억 원에 달했다. 2003년 7월 방조제 공사 집행중지 결정이 내려졌을 때도 보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하루 평균 3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지금은 방조제 공사가 85% 이상 진행됐기 때문에 소송 국면을 통해 장기간 방치되면 그 이상의 엄청난 재정손실이 불가피해진다. 농업기반공사 새만금사업단 정한수 단장은 “현재 새만금 방조제 끝 물막이 공구의 바닥 보호공은 한시적으로 설치해 놓은 구조물이기 때문에 3년 이상 방치할 경우 빠른 유속과 해일 등의 영향에 따른 붕괴 등 방조제의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방조제가 무너졌을 경우 그 구간에서만 2,900억 원의 토사가 쓸려 내려가고 그 다음부터 알사탕 빠지듯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사업의 재검토 가능성에 대해 정 단장은 “착공 때부터 수차례 걸쳐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돼서 시작한 거고, 이미 충분한 경제성을 분석하고 검토해서 추진된 사업”이라면서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무효화할 사안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용도, 농지조성에서 일부 변경될 수도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용도목적은 당초 계획대로 ‘농지조성’ 이지만, 시대흐름에 따라 합리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정 단장은 “일단 사업의 목적이 농지조성이라는 건 변함없다. 향후 사회적 기준과 전망에 따라 필요하다면 산업단지 등이 조성될 수 있겠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10~20년 후까지 예측해 미리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떤 게 국가적으로 이익이겠느냐는 그때 가서 따져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농림부는 새만금 사업이 예정대로 착공되면 투입금액의 최대 3.8배에 달하는 투자 촉진효과를 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새만금 사업에 총3조3,666억원이 투입되고 계획대로 2007년부터 산업, 농공단지가 조성되면 12조7,93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를 거둔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자족형 기업도시 건설과 최소 15만명의 고용창출, 전북 지역의 경제발전 등의 부가가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막대한 예산 낭비를 위해서라도 새만금 사업은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사 새만금 사업에 문제가 있다해도 10년 이상 추진됐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 엄청난 국가적 사업을 어떻게 중단할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재검토 늦지 않았다
새만금 사업에 반대해 온 환경단체들은 사법부의 ‘재검토’ 방침에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목적이 불가능함에도 지금까지 추진돼온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방조제를 완공해 갯벌을 파괴하는 것은 크나큰 범죄”라면서 새만금 사업이 제2의 시화호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영산호, 아산호, 삽교호, 시화호 등 대부분의 인공적인 담수호가 환경기초시설 등을 설치했음에도 수질이 악화되거나 정체돼 있고 상류지역의 인구밀집도 및 산업시설 등 개발로 인해 오염발생원이 증가되고 있다.
또한 ‘일본의 새만금’이라 불리는 이사야하만 간척사업의 사례를 비춰봤을 때도 재검토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986년에 시작된 이사하야만 간척사업은 총사업비 2,469억엔(약2조5,000억원)이 투입됐고 전체 공정의 94% 정도가 진행된 상황에서 법원의 결정으로 공사가 중단됐다. 따라서 총사업비 2조2,000억 원이 투입됐고 전체 공정의 50%(방조제 공사는 85% 공정 완료)도 진행되지 않은 새만금 사업은 그나마 낫다는 판단이다.
지난 27일 여야 정치인 34명도 새만금 사업 재검토 수용 입장을 밝혔고 환경부도 환경단체 쪽의 입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형국이라 사태는 계속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는 지금이라도 새만금 사업을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 상생의 길을 갈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 측인 신구상도민회의는 2001년부터 새만금 사업의 중단으로 인한 유일한 대안이라며 신구상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의 핵심은 해수유통과 갯벌보호를 전제로 군산 쪽으로 레저.산업단지 1,200만평을 토지로 조성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북도와 농림부는 “비전문가들의 허구적인 구상”이라며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우선 2조6,0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조성되는 토지는 당초 계획의 14%로 크게 줄어들어 현실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새만금사업단 정한수 단장은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신구상안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린 것에 불과하다”면서 “제일 먼저 안정성이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9조원 정도의 사업비가 들어야 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적 투자에 비해 타당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염경석 민주노동당 전북도당 위원장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축소하는 의미는 있지만 많은 문제들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새만금 사업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최수 전북도 환경보건국장은 “신구상안대로 하면 교량건설에 따른 타당성 검토와 설계, 예산확보 등으로 3~4년은 족히 지연되고 해수가 유통되기 때문에 애초 계획의 14% 밖에 토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구상안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져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