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전부터 검찰의 격렬한 반발로 논란을 일으켰던 MBC PD수첩이 20일 '검사와 스폰서' 편을 방영했다.
이날 방송은 부산, 경남 지역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향응을 제공하고 때에 따라 성 접대까지 한 홍두식(가명) 사장의 비밀 문건을 검증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PD수첩'은 이날 박기준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대검 감찰부장(당시 창원지검 차장검사)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 파문이 예상된다.
홍 사장의 문건에 따르면 박 지검장은 2003년 부산지검 형사1부장 검사로 재직할 당시 수차례 향응을 받았고, 함께한 일부 검사에게는 성 접대도 있었다.
이와 관련 박 지검장은 향응 여부에 대해 거세게 부인했다. 또 재차 확인하는 최승호 PD에게 "당신에게 답변할 이유가 뭐 있느냐"면서 윽박을 지르고, "내가 경고한다. 뻥긋해서 쓸데없는 게 나가면 형사적인 조치는 물론 민사적으로도 다 조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통화내용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고, 현직 지검장의 협박성 발언에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검찰 내부의 비리 단속에 앞장서야할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의 경우, 2009년 3월 30일 홍 사장에게 술 접대등 향응을 받았으며, 이날 홍 사장에게 택시비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이에 한 감찰부장은 "그 양반이 뭐하는 사람이냐"면서 "나는 바로 왔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고 부인했고, "그 식당 자체가 횟집이어서 다른 사람들도 다 보이고 열려있다. 그런 곳에서 어떻게 택시비를 100만원을 주느냐"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PD수첩은 홍 사장이 지난 1984년부터 1990년가지 진주지청장에게 매월 200만원을 건네고, 평검사들에게는 매월 60만원의 돈을 줬다는 기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홍 사장에 대한 사기 혐의를 수사하던 중 검찰 접대 내역이 적힌 수첩을 압수해 주요 대목에 스티커를 붙여가며 확인하기도 했지만 이에 따른 감찰이나 별다른 수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홍 사장이 "검찰의 비리, 향응을 수사해 달라"면서 지난 2월 진정서를 제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21일 오전 긴급간부회의에서 "보도된 주장이 사실이라면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밝히고, "진상규명이 우선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방송으로 검찰은 중대 위기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실명이 거론된 두 명의 검찰 간부의 경우,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개인은 물론 검찰 전체에 치유할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최근 한명숙 전 총리의 수뢰 혐의 사건에 무죄가 선고된 이후 정치권은 물론 국민여론마저 검찰을 등지고 있어, 이번 방송 이후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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