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상품의 활발한 유통을 위한 시장이 열린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어우러지는 예술장터, APM2005(Arts Program Market 2005)가 이달 17~18일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에서 개최된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프로그램이 추가돼 규모와 내용면에서 대폭 학대됐다.
선정 프로그램 총 196건
APM2005는 문화관광부가 문예회관의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복권기금으로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지방문예회관 특별공연프로그램 개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사업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아울러 갖춘 공연 및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선정, 지방문예회관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이후 약 3주간의 공모와 민간전문가들의 심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선정된 프로그램은 총 196건으로서 공연이 103건, 문화예술교육 부문이 93건이다. 공연 프로그램은 접수된 작품 수에 따라 분야별 선정 건수를 배정했다. 연극이 44건으로 가장 많고 무용 20건, 음악 24건, 국악 15건이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공연 전시 강연 감상 비평 창작 체험 등 다양한 교육 형식을 망라하고 있으며, 문화예술 향유자와 매개자를 대상으로 기획된 프로그램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문화관광부 기초예술진흥과 관계자는 “공연프로그램의 경우 대중성 및 작품성과 신청단체의 사업수행능력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교육 컨셉과 프로그램 내용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사업취지에 부합하는 작품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단체와 문예회관의 만남
APM2005는 이렇게 선정된 프로그램을 각 지방의 문예회관 관계자들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지방 문예회관 운영진은 프로그램을 직접 보고 검토해 선택할 수 있다. 결국 이번에 열리는 마켓을 통해 올해에 각 지방문예회관에 지원될 공연 및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결정되는 것이다.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주최하고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가 주관하며 문화관광부, 복권위원회, 고양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이번 마켓은 총 196개의 프로그램에 대해 151개 문화예술단체와 지방문예회관 122개소가 참여한다. 프로그램 수요자(Client)인 전국의 문예회관 관계자와 프로그램 공급자(Provider)인 문화예술단체가 직접 참여하여 서로 설명하고 상담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각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들은 개별적으로 할당된 부스에 해당 프로그램을 전시해 개별적인 홍보를 하게 되며,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별도로 프리젠테이션이나 쇼케이스(Showcase)를 통해 프로그램의 주요내용에 대한 상세설명과 샘플공연을 하게 된다. 또한, 문예회관 관계자들에게 프로그램의 구체적 실행을 위한 전문가 컨설팅을 제공하며, 참가자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 등 풍성한 내용의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수요 공급 네트워크 구축
아트마켓은 이미 성공적인 성과를 검증 받았다. 작년 8월에 열린 마켓은 60여개 부스 97개 문화예술프로그램과 전국 60여개 문예회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여, 현장에서는 모두 253건의 가계약이 체결됐고 이와 관련한 후속 작업 또한 계속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평가에 있어서도 개별적이고 비공식적인 접촉을 통해 왜곡돼온 국내의 문화예술작품 유통구조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일대 전환점이 됐다는 호평을 얻었다. 이번 행사는 보다 본격적인 마켓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단체와 문예회관이라는 공연장을 연결하는 홍보 및 마케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상호간 정보교류의 체계화를 통해 국내 문화예술작품의 유통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를 보다 현실적으로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곧 예술마켓이 문화예술시장의 활성화에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문화예술단체와 문예회관의 프로그램 수요 공급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문예회관의 운영을 활성화하고 문화예술단체의 프로그램 개발 및 제공능력 함양을 통한 프로그램 공급자를 육성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성 높거나 지명도 높은 단체
위주로 거래
특히 지방문예회관의 경우 공연기획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예술프로그램마켓은 이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APM2004에 참여했던 ‘대구학생문화센터’의 이재숙 공연담당자는 “지방문예회관은 문화예술계의 현황 또는 경향 등을 파악하는데 미흡하거나 정보를 얻는데 어려움이 있다. 또한, 공연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섭외 하는 데에도 많은 한계가 따른다”며, “예술프로그램마켓은 문화예술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다른 지방문예회관 운영에 대한 정보 공유는 물론 보다 질 좋은 공연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방문예회관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과 그 사업을 실행하는데 있어 장(場)이 되는 ‘아트마켓’이 단발성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나아가 공연예술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긍정적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나친 상품화라는 부정적 측면 또한 지적되고 있다. 작년 마켓에서 실제로 거래된 작품들은 대체로 대중성이 높거나 지명도가 높은 단체가 많았다. 결국 마이너적 성향을 가지고 있거나 단시간에 보여줄 화려함을 갖추지 않은 작품은 역시 소외받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작은 예술에 대한 지원이 아닌, 결국 문화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키는 도구가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취약점을 어떤 방식을 보완해 나가는가에 따라 예술프로그램마켓의 진정한 성패가 달려있을 것이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