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2단계 자본자유화
거대자본·검은돈의 속성 무시한 정부의 성급한
2단계 조치,
경실련 등 시민단체 재검토 촉구, 반대표명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은 많은 전문가들의
2단계 자본유화에 대한 우려에 맞춰 이의 보완책을
발표하면서 일정대로 진행시키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완전한 자본자유화는 개방으로 인한 국내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따라서 충분한 대비책과, 비상시 대책을 마련하고,
이후에 점진적으로 하라는 권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 관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성격과 파괴력은 그리 간단하지
않으며, 이 최악의 결과는 한 국가의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망가뜨려, 거의 재생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국가의 경제체제를 완전한 개방경제로의
이행에 있어서 그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년 1월부터는 국민생활의
편의제고를 위해 해외여행경비(1만불), 증여성송금(건당
5천불), 해외이주비(4인 가족기준 100만불=약
11억원), 재외동포의 부동산매각 대금 반출(세대당
연간 1백만불)등 지급한도를 폐지하고, 보유목적
외화매입한도(2만불) 폐지(즉 현물환 실수요
원칙 폐지), 자본거래는 원칙적으로 자유화라는
취지아래 거주자의 해외 예금 예치한도(법인
5백만불, 개인 5만불) 폐지, 해외신탁 허용(현행은
전면 제한), 해외 증권취득 절차 자유화하고,
거주자의 비거주자에 대한 외화대출을 허용하며,
비거주자·거주자간 외화매매 자유화(현물환
실수요원칙 폐지), 비거주자의 만기 1년미만
예금·신탁 제한의 폐지 등을 제시했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의 파괴력
이는 국내경제의 완전한 대외노출 및 세계경제와의
연계를 의미한다. 아직도 우리나라의 금융자본시장의
취약한 상황과, 최근 발생하고있는 사태를 감안하면
경제구조가 취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참으로 과감한지, 아니면 무모한지
도저히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단지 외국과의
약속 하나만으로 이렇게 위험한 도박을 하는
배포 큰 담당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외국과의
약속은 중요하고, 혹여 있을지 모르는 위험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경제 붕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인가? 정부는 물론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헷지펀드 등 비거주자의 원화조달 제한을 위한
근거를 유지한다든지, 외환건전성 제고를 위한
제한근거를 유지한다든지, 대외채권회수를 위한
근거 등을 유지하는 한편, 외환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여 나타날 수 있는 급격한 자본이동을
통제하겠다는 보완책을 연이어 내세우고 있다.
세계적으로 당국의 규제보다는 매우 빠르고
다양하게 발전하는 자본의 속성과 기술을 모두
이해하고 이에 대비하기란 매우 힘든 것이다.
그리고 최근 리타워텍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해외로부터 차입된 13억5천만달러가 3시간도
되지 않아 다시 해외로 당국에 체크됨이 없이
반출된 사건은 당국의 유출에 대한 완벽한 시스템구축을
의심하게 한다. 또한 1997년 332억원에 이르던
외화 밀반출이 지난해 9천138억원에 이어 올
들어 8월까지는 1조3천억원으로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우려되는 외화밀반출
이같은 사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당국의 전제조건이 잘못되어 있다. 외환거래법을
개정하고, 이같은 자유화를 결정한 시기는 2년전이고,
특히 우리경제가 완전하게 회복될 수 있는 시기를
3년으로 예측한 결과 2001년부터 이를 시행하겠다
입장이다. 즉 우리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여 ‘튼튼한
상태’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 우리금융산업의 시스템
미비에 대해서 일일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이제
2단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그림을 그려놓고
있는 실정에 머물러 있다. 특히 기업의 구조조정이
성공리에 끝나지 않았고, 이제부터 시작에 불과한
현상태이다. 정책당국자가 호언하는 외환보유고는
약 925억 달러이다. 한편으로 단기에 자본의
유출(capital flight)이 가능한 외국의 자금은
우리 증시에 526억 달러나 된다는 분석이다.
둘째, 외환거래자유화의 가장 큰 이유를 국민생활의
편익증진이라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궁극적으로
국부유출로 이어질 수 도 있는 행위까지 허용하면서까지
국민의 편익을 찾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해외이주비
100만달러=11억원(환율1100 가정시) 한도를
폐지하겠다는 발상은 국민 대다수의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니고, 부유층과 특수계층의 해외자본도피를
합법화시키는 것 밖에 되지 않다고 본다.
11억원의 재산가는 우리상황에서 32평 아파트(약2억원
추정)+현금 및 유가증권 등을 보유한 소수의
중상층으로 보아야하고, 이들의 전체비율은
소수에 한정되는 데, 이러한 수준 이상의 사회상층재력가들의
움직임에 이제는 아예 걸림돌을 재거 해주겠다는
것으로 95%이상 국민 대다수의 편익증진과는
거리가 멀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부처가 주장하는
국내외금리차 및 리스크 등을 감안할 경우 국내자본의
해외도피는 없을 것으로 보고있으나, 이는 거액자본과
검은 돈의 속성을 무시한 처사다.
이들 거액자본은 수익성보다는 안정성을 훨씬
더 추구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한 외국으로의
도피에 대한 유인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99년
12월 약68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던 거주자 외화예금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고, (2000. 7. 약122억
달러*환율 1100=약13조4200억원) 이 액수는
우리나라 요구불 예금의 약31.%를 차지하고
있음을 당국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점을 감안하였을 경우 결국 2단계외환자유화조치는
적어도 2~3년간은 유예되어야 마땅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2~3년은 유예돼야 할 2단계 외환자유화조치
상황이 이러할 진데, 나아가 일부보수 언론은
문제가 되고 있는 자본자유화의 유보에 대한
주장은 하지 않고, 거액자본의 해외도피를 우려하면서
엉뚱하게 경제적 형평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유보하자는 쪽의 논리를 전개하거나, 경제위기
이후 한시적으로 금융시스템불안을 막기 위해
도입한 예금부분보장제도를 폐지하자는 흐름을
보이기도 하였다.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
것이다.
위평량 (경실련 정책부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