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이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정체성 확보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오랫동안 전공노의 법적 지위를 인정치 않았으나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 전공노의 특수성을 감안, 노동 3권 가운데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만 인정한다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을 마련하고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전공노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이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자신들이 요구하고 있는 단체행동권 등이 물거품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계산아래 전공노 집행부의 입지강화 및 전공노의 법적지위 확보 등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국민들의 미온적인 반응 등으로 인해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2002년 결성 14만명 가입
지난 2002년에 설립된 전공노는 가입자수만 14만명에 달하는 등 단위 노동조합으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전공노는 설립후부터 노동 3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지속적으로 펼쳐왔으며 지난해 총파업을 단행해 국민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민의 이런 반(反) 공무원정서를 타파키 위해 전공노는 올해 국민과 함께하고 의견을 수렴하키 위한 다양한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과천시청에서 ‘공직사회개혁과 풀뿌리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공무원, 시민, 시민단체 대표 등 50여명이 참여한 이번 토론회의 결론은 전공노가 합법적인 노동단체로 자리 잡고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선 단순히 구성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라 국민들과 동고동락하고 공복(公僕)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는 단체로 거듭나야만 한다는데 결론이 모아졌다.
시민의견 수렴위해 노력
‘공직사회개혁과 공무원노동기본권쟁취를 위한 과천시민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정창균) 주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우리는 왜 노동조합을 택했는가?(한성웅 전 전공노 과천시지부장) △공무원노동조합과 지방자치(하승수 변호사) △공무원노조와 지역복지(김형탁 민주노동당 과천의왕위원회 지도위원) △바람직한 과천의 미래상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김동근 과천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이날 회의에서 사회를 맡은 시민공대위 정창균 대표는 “전공노가 시민 이익을 위해 활동을 하겠는가하는데 회의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 조합이 성공적으로 운영이 되기 위해서 시민의 이익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리하고 이를 위한 실천프로그램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한성웅 전공노 전 과천시지부장(전 시청 세무과 근무)은 “지난해 단행된 사상 초유의 공무원 파업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공무원이란 실체를 사회적으로 각인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올해 △조직내부의 부패척결 △조직 강화와 안정에 주력 △시민을 위한 사업프로그램 준비 △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토론회 마련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하승수 변호사도 “공무원 노조는 일반적인 노동조합과 같은 면과 다른 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것은 공무원 자체가 노동자이면서 시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 노조는 시민들의 이익을 위해 예산이 수립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이를 위한 주장도 할 수 있는 ‘시민이익의 옹호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만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공노를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지난해 11월 단행된 전공노의 총파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눈만 뜨면 벌어지는 파업에 이골이 난 국민들은 가뜩이나 나라살림도 어려운 판국에 공복(公僕)의 역할을 수행해야할 공무원들이 “파업까지 해야 하냐?”며 입맛을 다셨다.
몇몇 보수언론들도 국민여론이 이렇게 번지자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 부우며 ‘전공노 죽이기’에 적극 나섰다. 파업은 불과 3일 만에 깃발을 내려야만 했고, 지방·하위직 공무원 2,482명이 파면·해임되거나, 간부진 구속이란 정부의 중징계처분이 내려졌다.
공무원 특수성 발목잡아
비록 지난해 국민여론이 전공노를 인정치 않는 쪽으로 흘러갔지만 이들이 파업에 돌입한 속내도 무시할 순 없다. 소위 ‘철 밥그릇’이라 불리던 공무원조직이 IMF이후 계속된 인원감축과 이에 따른 근로조건 악화, 하위직에 대한 불평등 심화, 비정규직 문제 등이 갈수록 정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노조마저 공무원 신분이란 ‘특수성’에 발목을 잡혀 노동3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그동안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한 조직운영을 해왔다. 특히 6급 이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주어지지만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공무원노조특별법’ 내년 시행이 확정된 상태라 노조로서의 완전한 권리와 정당성 확보는 더 힘들어졌다.
국민 반 감정 해소 필요
하지만 전공노의 준비도 만만치 않다 특별법 내년 시행을 대비해 전공노는 올해 조직력강화와 ‘국민 반(反) 공무원 정서’ 보듬기에 주력하고 본부는 물론 각 시지부별로 노동3권의 완전한 확보와 정당성 인정, 성공적 운영을 위한 다양한 토론회 개최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재 전공노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 1988년 전국의 평교사를 중심으로 결성된 ‘전교조’도 합법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이 결성돼 인정을 받지 못했고, 노조 소속 교사들이 대량 해직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지난 99년 1월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마침내 노조의 합법화가 실현됐다.
하지만 전공노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이란 특수성 때문에 불완전한 노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구신서 사무처장은 “결성당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것이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전공노도 완전한 노동3권을 획득하고 제대로 활동을 펼치기 위해선 국민의 반 감정을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시민참여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정훈기자 sj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