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분권화, 지방선거… 하나같이 지역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음을 암시하지만 과연 그럴까.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4일 성남 코리아디자인센터 컨벤션 홀에서 이색적인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www. snhope.net) 예비발족식이 열렸다.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내가 뽑은 지역의 대표가 내 지역을 살기좋은 곳으로 만든다는 기대와 신뢰로 뭉쳐진 이 모임의 모토는 바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정치조직이란 점에서 주목됐다.
전국최초 시민 자발적 정치조직
분당 백궁·정자지구 용도변경의혹, 파크뷰특혜분양비리, 뇌물수수 김병량 전 성남시장 구속…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중 유독 몸살을 앓았던 도시 성남.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은 이날 예비발족식을 통해 “91년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래 성남의 지방자치는 일부 정치세력에 의해 파행과 퇴보를 거듭해 왔음”을 직시하며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민의를 외면하는 왜곡된 성남시정을 바로잡고자 노력했으나 시민들의 소극적 관심으로 한계를 실감했지만 이제 ‘민 스스로의 다스림’이라는 풀뿌리민주주의 본래의미를 회복할 때임”을 밝혔다.
“시민들이 자기권리를 행사하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데 ‘희망21’은 등대의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시민들이 스스로 모여 참여를 위한 다양한 통로와 계기를 만들고, 지역사회의 건전한 변화와 발전에 필요한 문제를 고민하고, 토론하며 새로운 대안을 만드는 광장(廣場)의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하여 2006년에는 과거 어두웠던 지방자치의 역사를 물러나게 하고 시민자치가 꽃피는 ‘희망의 원년’을 만드는데 ‘희망21’이 주어진 소임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희망21 준비위원회 발족식 선언문 중에서)
과거 ‘낙선운동, 바꿔열풍’으로 대변됐던 시민사회단체들의 적극적인 선거참여와 달리 이 모임이 추구하는 내년 지방선거 참여방식을 단적으로 밝힌 이날 선언문의 화두는 참석한 750여명의 시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시민이 참여하는 골목정치, 생활정치가 모토
장 건(53) 공동준비위원장은 “시민이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생활자치네트워크 모임이 바로 희망21”이라며 “작은일, 작은 옮음,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는 성남시민들의 희망노래, 참여와 자치, 풀뿌리 시민주권으로 성남희망에 푹 빠져보자”고 말했다.
“시민이 참여하는 골목정치, 생활정치만이 지역을 풍요롭고 살맛나게 할 것”이라 밝힌 주수광 공동 준비위원장 역시 “희망21은 우리동네를 걱정하고 아끼는 시민모두가 만들어 간다”며 “맑고 깨끗한 도시를 위해 이웃을 느끼며 더불어 함께 사는 희망을 만들어 가자고”고 강조했다.
오는 4월중순 2,000여명의 시민회원을 가입, 정식발족을 예고한 ‘희망21’은 생활자치네트워크라는 모토에 걸맞게 내년 지방선거까지 다양한 활동들을 예고해 논 상태다.
‘희망21’ 주요사업보고에 나선 이재명(42 성남연대 운영위원장) 준비위원은 `△지역현안 발굴, 공유 △시의원 등 공직후보자에 대한 정보 △선출된 공직자의 활동과 관련된 정부의 교류를 비롯해 △좋은 공직후보 발굴, 교육 △공직후보들에 대한 검증 △텃밭가꾸기, 등산, 영화감상, 번개모임, 기호별 소모임 활성화를 통한 공동체 활동과 함께 △성남의 정책연구 및 비전제시 등도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 2%가 지방선거를 바꾼다
‘100만 성남시민의 2%인 2만명을 네트워크로 확대한다’.
골목정치, 생활정치의 구현을 겨냥한 ‘희망21’의 ‘2%전략’은 신선하다. 동별 지역위원회를 건설해 성남시민의 2%인 2만명을 네트워크에 참여시킨다는 목표역시 당초 예측했던 200여명의 시민참석 기대를 깨고 700명을 훨씬 웃돌자 갑작스런 대중욕구에 당황스럽기조차 하다는게 준비위원회측의 덧붙인 설명이기도 하다.
시민 서모씨(39 중원구 성남동)는 “시민사회단체가 후보를 내고 특정정당을 지지했던 과거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전임 시장마저 뇌물수수로 구속되는 등 지방자치 실망감이 컸던 성남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남연대 이재명 위원장은 “가나가와 네트워크로 잘 알려진 일본에서 생활협동조합, 소비자협동조합 등 대규모 시민네트워크 조직이 상당히 성공했다”며 “국내최초의 생활자치 네트워크인 희망21이 성남에서 발족한 건 대중의 욕구가 얼마만큼 큰지를 가늠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은…
“저는 아무 생각없이 갔다가...오랫동안 잊고 살았던...자치와 참여의 기쁨을 조금이나마...맛보는 아주 소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 몇몇 정치인이나 행정가에게 던져두고 내 작은 일상에만 맴돌다가... 작은 힘이지만 착하고 선한 시민들이 스스로 시간과 돈을 쪼개어...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수 있다면...” ID/아사비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의 홈페이지 게시판 한 시민이 올려논 글처럼 이 모임은 내년 지방선거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씩 생활속에 주민자치를 뿌리내리는데 맞춰진다.
‘희망21’은 동모임, 소모임, 텃밭공동체, 또래모임 등 소모임 형태로 운영된다. 텃밭공동체 ‘희망농장’은 팍팍한 도시속에서 농장을 일구며 서로의 정도 나누고 아이들에게 흙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배우게 한다는 목표아래 시 외곽에 마련돼 시민 50가구에 선착순 분양된다.
‘풀뿌리 민주주의 기본은 동별모임’에서는 ‘진정한 지방자치는 골목정치로 시작된다’는 기치아래 태평1동, 태평4동, 야탑3동, 상대원1동 등 아기자기한 사진첩과 소모임 소개도 선을 보인다.
또 토끼띠 모임, 30대모임 등 또래모임도 온라인상에서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을 빛내는 톡톡튀는 소모임으로 시선을 끈다.
현은미 기자 mi0089@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