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행정수도법 통과 이후 지속돼 온 내부혼란을 일단 박근혜-강재섭 콤비체제로 재정비에 나섰다. 또 홍준표 카드를 내세운 비트있는 당 개혁과 함께 단식농성으로 맞선 수도권지키기투쟁위원들의 반발도 화합으로 모은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11일 당 내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김덕룡 원내대표 후임으로 5선의 강재섭 의원이 당선됨에 따라 다가온 4.30보궐선거와 내년 지방선거를 현재의 박근혜대표-강재섭 원내대표 체제로 이끌것임을 공고히 했다.
4월 국회 강재섭 원내대표 체제로
이날 국회본청 146호에서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는 5선의 강재섭(경북 대구서), 3선의 권철현(부산 사상) ·맹형규(서울 송파갑) 의원 ‘3파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오전 9시부터 모두발언, 공통질의, 개별질의, 상호토론, 마무리발언 등 팽팽한 설전이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됐지만 오전 11시 15분 개표된 투표결과는 강후보가 참석한 의원 101명중 과반수가 넘는 55표를 득표, 32표의 권철현 후보와 13표의 맹형규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날 투표에서 과반수가 넘는 당선표를 확보한 강 당선자가 당선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로 ‘수도권지키기투쟁위원회’(수투위) 전재희 의원의 단식농성장이 마련된 국회본청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이었다. 당선이 확정된 후 10분도 채안돼 단식중인 전 의원과 나란히 마주앉은 강 당선자는 “(전 의원과는) 초등학교 동창이라 같이 배우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며 공공연히 당의 행보가 수투위 끌어안기로 갈 것임을 내비쳤다.
9일간의 단식동안 말을 아꼈던 전 의원이 “그말이 맘에든다. 현실안주보다 과감한 모습을 보여달라”고 화답하자 강 당선자는 “단식중인데 건강조심하라는 말은 어패가 있지만 몸이 안 상해야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며 4월 임시국회 이전 수투위의 당내 합류를 공고히 했다.
후보들 일제히 흩어진 한나라당 화합 ‘전력’
한나라당 전체의원 120명중 101명이 참석, 뜨거운 원내대표 선출관심을 보여준 이날 세후보들의 최대이슈는 흩어진 한나라당의 화합에 모아졌다.
권철현 후보는 “당원들 사이에 패배주의가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며 “당내 패배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은 자멸할 것”이라고 당의 위기를 직시했다. 권 후보는 또 “조국을 위해 분노하지 않는자는 조국을 사랑하지 않는자”라며 “현재의 한나라당에 분노하고 개혁과 변화앞에 당당한 한나라당을 건설하겠다”고 강조, 자신이 과거퇴행보다는 미래지향적 인물이고 모양보다 실천을 우선하며 당당한 대여관계를 이끌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출신 의원으로 수투위 의원들의 불참소식을 먼저 꺼내며 모두발언에 나선 맹형규 후보는 “전직 당의장인 신기남 의원이 (예비경선에서)낙선하는 열린우리당의 역동성이 한나라당에서 나타날 것인가”라고 반문한뒤 “당이 처한 위기의 실체는 우리 내부의 불신과 분열, 갈등과 패배의식인만큼 4월 국회에서 과거사법 등 3대법안 처리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반수 이상 득표로 결국 당선의 영광을 안은 강재섭 후보는 자리보다 일을 보고 자신의 정치생명을 올인할 것을 전제한뒤 “불임정당, 낙태정당, 차떼기정당이란 비난도 사기와 비전이 있다면 승리로 이끌수 있다”며 “결속안된 지리멸렬 상태의 당을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특히 자신의 원내대표체제를 전제로 “대권경쟁자들도 내년까지는 절제하고 현재 당혁신도 홍준표 의원을 중심으로 잘해나갈수 있게될 것”임을 강조, 당 정비후 탄력을 받을 당내 혁신의지를 우회적으로 내비쳐 주목을 끌었다.
한나라당 혁신 ‘문제는 실천’
“당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권력구조를 개선하는 것보다 중요한건 당의 총체적 위기가 가슴속 위기라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이회창 총재시절에도 혁신위원회가 있었지만 문제는 실천이었다. 실천부재, 속도 떨어지는 한나라당 소리는 이제 듣지 말아야 한다.” -권철현 후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꾸자. 과거 당명개정을 반대했지만 당의 혼란수습을 위해 필요하다면 이제 찬성할 수 있다. 고전적 트로트의 가치를 지키며 새로운 모습의 변화를 시도하겠다. 촌스러운 트로트는 안되지만 못하는 힙합은 하지 않겠다.”
-강재섭 후보
“과거 밀레니엄위원회 등 당이 발간한 책자도 있었지만 읽지 않았다. 문제는 실천이다. 진정한 혁신을 위해 화합하자.”
-맹형규 후보
행정수도특별법 통과 후 혹독한 혼란을 겪고있는 위기의 한나라당이 원내대표 선출을 통해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부의 따가운 자성처럼 ‘실천’이 전제되는 당 혁신은 이날 한표를 행사한 의원 개개인의 가슴속 위기로부터 출발하는게 아닐까싶다.
재미난 ‘개별질의·상호토론’ 눈길
열린우리당 예비경선이 당의장 출신 신기남 의원을 후보탈락시키는 이변으로 주목됐다면 이날 열린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는 세 후보들의 톡톡튀는 ‘공통질의 개별질의 상호토론’에 모아졌다.
질의 하나/ 강후보가 맹후보에게
“수도권출신 의원이라 원내대표 나온다는데 아니 히딩크가 지역보고 선수뽑았나. 실력보고 뽑았지.(웃음) 구원투수는 말그대로 볼을 잘 던지면 되지 선린상고가 뭔 문제인가.”
질의 둘/맹후보가 권후보에게
“수투위의 요구는 박대표 사퇴와 조기전당대회 개최이다. 이에 동의하는가.”
질의 셋/ 권후보가 강후보에게
“한나라당의 대선패배는 시대정신에 투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스에서 조는사람과 조는척하는 사람의 차이는 노인을 보고 일어나는가 아닌가를 결정한다. 미래지향적 행동은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데 강후보는 오래된 인물이라… 미래지향적인 본인사고가 무엇인가.”
답변하는 세후보의 모습은 각양각색으로 나타나 의원총회장을 웃고 박수치고, 또 진지하게 했다.
첫질의에 답한 맹형규 후보는 “원내대표를 수도권출신이 맡는다는건 상징적 의미다. 4.30보궐선거, 내년 지방선거를 수도권중심으로 치루자는 의미”라고 답했다.
두번째 질의답변자인 권후보는 “수투위는 박대표 사퇴와 조기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하지만 이미 지도부가 사퇴해 책임정치를 구현한다는 모습을 보여줬고 더이상 사퇴로 당을 혼란에 빠트리기 보다 혼란수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폭소를 자아낸 강후보는 세번째 질의와 관련 “(무늬만 미래지향적인 인물 아닌가라는 비튼 질문과 관련) 아직 무대에 서본적이 없어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준게 없다”며 “나는 근시라도 멀리보는건 망원경으로 가능하다”고 답해 5선의원의 ‘구렁이 담넘기’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현은미 기자 mi0089@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