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만여평 규모의 개성공단 본 단지 공장용지 분양이 오는 5월께 시작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입주를 원하는 국내기업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세금혜택 등 다양한 정부지원과 값싼 노동력 확보, 언어소통이 원활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중국, 동남아지역 진출을 모색하던 기업들의 눈길이 이젠 개성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부터 한국전력공사의 전력공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지난해 시범단지에 입주한 국내 업체들의 생산 활동에도 탄력이 붙었다.
이에 따라 정치·경제적 이득이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공단개발사업 진행도 힘을 받게 됐다. 향후 국내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해 해외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업체들의 입주신청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시범단지 단점보완 선정기준 개선
개성시 판문군 봉동리 일대에 들어서는 개성공단은 800만평의 산업단지와 배후도시 1,200만평의 배후도시로 조성된다. 규모는 모두 2,000만평에 달한다. 한국토지공사는 이와 관련 올 상반기 본 단지 공장용지 65만평을 분양한다.
토공은 이번 분양에서 국내업체들 간 입주경쟁이 매우 치열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따라서 지난해 시범단지와는 입주선정기준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토공은 오는 5월 입주자 모집공고를 거쳐 최종 대상자로 결정된 업체와 분양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한국토지공사 개성사업처 허만섭 팀장은 “현재 국내 각 기업체와 협회쪽에서 분양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특히 빨리 모집공고를 내달라는 요구가 있을 정도로 이번 분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지난해 시범단지 분양과정에서 나온 불만들을 수렴, 올해 분양에 이를 적극 수용할 계획이다. 미비점 개선과 자세한 분양계획은 이달 안에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입주는 올 하반기에, 잔여분 입주는 내년 하반기에 진행되며 공장용지 분양가격은 시범단지와 마찬가지로 ㎡당 4,5000원선에서 책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앞서 분양이 이뤄진 2만8,000여평 규모의 시범단지의 경우 9대1이란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양결과 선정된 15개 업체 중 11개 업체가 최근 입주를 위한 공장건립의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현재 3개 업체가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중 의류업체 신원의 여성의류 1,000여장과 주방용품제조업체 리빙아트가 생산한 냄비가 이달 중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사업전망을 밝게 했다.
부가가치 창출액 연간 24조원 전망
한편 전문기관들은 개성공단 조성에 따른 남북경제와 관계에 미칠 파급효과도 상당히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공은 공단조성의 이점으로 △남한기업의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배후 생산기지를 얻는 효과 △신발, 섬유 등 노동집약형 경공업 유치로 남한 내 산업 구조조정 촉진효과 발생 △저렴한 북한 노동력 사용에 따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상품을 생산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는 이점 △건설분야 등 각 분야에서 기술자 및 관리자가 상주하게 됨으로써 남한의 고용창출 기여 등을 예로 들었다.
허 팀장은 이에 대해 “오는 2011년 모든 사업이 마무리 될 경우 약 400여개에 달하는 국내 기업체가 공단에 입주하게 된다. 이때 발생되는 시너지효과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전의 남북경협추진의 실패를 거울삼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개성공단은 남북경협사업의 첫 성공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개성공단이 완공되면 국내 기업들이 얻게 될 부가가치 창출액이 연간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2011년 완공되는 개성공단에 입주할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1만 9000여 개, 이들 기업이 생산할 제품은 연간 84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부가가치만 24조원이 넘는다는 분석이다.
또 남한의 1개 기업이라든지 중국 진출기업들의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남한의 산업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더해 북한도 연간수입 6억달러에 모두 73만개의 일자리가 생기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국은행은 개성공단 사업이 성공할 경우 경제적 실리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비용 절감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개성사업처 지원팀 허만섭 팀장
“경제원리에 충실한 공단으로 조성”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회장이 1001마리 소를 이끌고 북한을 방문하면서 물꼬가 트인 남북경제협력사업이 ‘개성공단’이란 이름으로 가시화 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은 “더 이상 남북경협사업에 실패는 없다. 첫 성공사례를 만들어 보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최대한 반영된 곳이고 남북통일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어 국민들은 개발진행과정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002년 개발 시작부터 사업을 지원하고 추진과정을 지켜봐 온 한국토지공사 개성사업처 지원팀 허만섭(52) 팀장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경제원리를 바탕으로 공단 설립을 추진해 남북경협사업 첫 성공사례를 만들어 보이겠다. 더불어 입주기업들이 내수시장 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공단 설립 때 어려움은 없었나.
개성시는 비무장지대와 가까워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 사업초기에는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았다. 처음 남포, 원산, 신의주 등이 공단입지 예정지역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수차례 선정이 번복되었다가 지난 2000년 김정일 위원장이 현대아산과의 협약 막판에 갑자기 공단 위치를 개성으로 확정해 초기 위치 선정의 어려움을 겪었다.
개성지역에 공단이 들어서게 된 이유는.
그동안 추진해온 남북경협사업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제3국을 경유해야만 하는 까다로운 물류 통관절차였다. 개성지역은 군사적으로 매우 민감한 지역이지만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깝고, 지난 2003년 육로가 뚫힘에 따라 판문점을 통해 남한에서 북한으로의 진입이 가장 쉬운 곳이다. 따라서 남한의 자원을 신속하게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근처 남한과 북한지역 항만을 통한 중국과 동남아지역 수출에도 매우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2004년 시범단지 분양은 어떠했나.
지난해 5월 분양공고를 내고 업체를 모집한 결과 15개 업체가 선정이 되었다. 경쟁률은 9대1을 기록할 만큼 수많은 업체들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것은 인건비 상승 등 국내에서 기업하기 여건이 더 나빠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안타까웠다.
올해 있을 본 단지 분양계획은 어떤가.
오는 5월쯤 모집공고가 나올 예정이다. 상반기, 하반기 두 번에 걸쳐 공급이 이뤄지며 1차 입주는 하반기에 잔여분 공급은 내년 하반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특히 세금혜택 등의 정부지원과 인건비 절감 등의 이점이 주어지므로 이번 분양경쟁도 매우 치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능력과 기술력에 흠이 없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 업체를 위주로 본 단지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또 시범단지 땐 영세기업은 소외시킨다는 불만도 나왔다. 대안으로 이들을 하나로 합쳐 아파트형공장에 함께 입주를 시킬 계획이다. 남다른 기술력이 돋보이는 영세기업이라면 입주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향후 이뤄지는 개발의 진행 방향은.
모든 사업이 균형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입주업체 중 단 한곳이라도 낙오되는 곳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며, 부지나 부대시설 공사도 어느 한 업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경쟁체제를 유지하면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래야만 최소한의 이익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므로 이를 철저하게 지켜나갈 방침이다. 특히 개성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성행하지 않을까 하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단지역이나 인근지역에서 부동산 투기가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지 철저한 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신정훈기자/sj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