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요? 요새 같아선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 굴뚝같아요. 휴~." 지난 11일 저녁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근처 노점에서 1톤 트럭으로 통닭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43)씨는 "요즘 장사는 좀 잘되나요?"란 기자의 질문에 반문하며 한숨을 토해낸다.
"하루 매상은 어떻게 됩니까?"란 질문에 김씨는 얼굴을 구기며 "매상이랄 게 없어요. 경기가 워낙 나빠 손님이 없는 탓도 있지만, 기름값이 워낙 뛰다 보니 여기에 돈이 더 들어가요. 왜 그리 자꾸 오르는지 원~,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라며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스낵카, 한달 수입 절반 이상이 기름값
'고유가 장기화'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빨간불이 켜짐과 더불어 하루 벌어 연명하는 서민들의 고통도 배로 커지고 있다. 특히 김씨처럼 점포 임대료를 낼 형편이 못돼 차량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스낵카' 소유자들에겐 최근의 유가 급등에 따른 재료비 인상 외에도 차량과 시설유지에 필요한 기름값이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김씨가 들려 준 말에 따르면 수원역 근처에서 김씨 외 차량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은 현재 대략 3곳. 대부분 오뎅, 국화빵 등을 파는 먹거리 가게들로 지난해 12월말까지 5곳 정도가 운영되다가 불황과 기름값 상승, 관할 구청의 단속 등이 겹친 탓인지 2곳은 올 초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김씨는 "보기는 이래도 시설유지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조명이나 통닭오븐을 돌리려면 전기가 있어야 해요. 그래서 소형발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트럭의 시동을 계속 켜 놓아야만 하지요. 요새는 수입의 절반이상을 기름값으로 빼앗긴다고 보면 됩니다. 뼈가 아프죠. 애들 학교도 보내야 하고~, 참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라며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김씨 근처에서 경유용 다마스를 개조해 '스낵카'를 운영하고 있는 송모(32)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실직 이후 빚에 시달리다 새 출발을 다짐하고 '스낵카'를 시작했다는 송씨는 "재작년만 해도 수입이 제법 짭짤해 한 달 수입이 150만원 이상은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 재료비며 기름값을 제하고 나면 겨우 70만원 정도죠. 더구나 요즘은 기름값이 너무 올라 주유 횟수도 일주일에 2회 이상 늘어나 부담이 너무 커요"라며 불만을 토로한다.
하우스농가, 면세유 혜택 축소 소식에 울상
유가급등에 따라 전국의 화훼농원 등 시설하우스 농가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2일 성남시 삼평동서 호접란을 재배하고 있는 최모(53)씨는 벌써부터 다가오는 올 겨울을 걱정하고 있었다.
난을 재배하기 위해선 비닐하우스 안을 항상 영상 25도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들어가는 기름이 500 리터, 난방비만 20~30만원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면세유 상요 농업인들로부터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조세특례법이 개정되면서 지난해 7월1일부터 면세유 공급가격의 2%가 수수료로 징수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농가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경유의 2001년 면세유 가격은 리터당 315원에서 2002년 435원, 2003년 460원, 2004년 530원, 올 현재 535원으로 올해 가격이 2001년 대비 70%가 상승했다.
최씨는 "1리터에 200원대였던 면세유 값이 올초 500원이상 치솟아 부담이 두 배로 늘었어요. 생산비에 비해 소득은 남는 게 없고, 경제가 어려운데다 꽃값도 하락세여서 고민입니다. 다른 농가도 사정이 비슷합니다"라고 털어 놓는다.
최씨는 또 "연탄보일러를 새로 장만해 보조연료로 써보고 있지만, 하루 500장 넘게 때느라 허덕이고, 공급도 딸려 걱정입니다. 정부가 올해도 면세유에 대한 보조를 계속 줄일 방침이란 소식을 들었는데 다가오는 올 겨울이 벌써 걱정이 되네요"라며 하소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