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쟁 중이다. 화석 에너지의 고갈과 고유가 지속 등으로 에너지는 곧 힘이요, 무기가 돼 버렸다. 이런 이유로 세계 각국은 에너지 확보와 기술 개발에 뛰어들어 혈안이 돼 있다. 특히나 에너지 사용은 선진국과 비교될 정도로 높지만,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로서는 위기가 아닐 수 없다. 그에 맞설 대안으로 대체에너지의 개발이 제기되지만, 수십년을 앞서간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형편이라, 이마저도 해외에 의존해야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기술개발투자 선진국의 1/2~1/3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97%가 넘는데도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준비에 소홀했다. 현재 국내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석유 석탄 등 제1차 화석에너지의 2.2% 정도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특히 대체에너지 중 수소에너지 개발은 전무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장기적인 선행투자와 시장전망의 불확실성으로 정부 주도의 기술개발과 보급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선진 각국은 일찍부터 기후변화협약과 관련해 CO2 등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준수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 및 보급목표를 정해 중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의 NEDO, 미국의 NREL, 프랑스 ADEME 등 선진국에서는 정부주도의 중장기 계획에 의거 보급목표를 설정해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1988년부터 대체에너지 기술개발을 추진해 2002년 말까지 2,488억원(정부 지원 1,511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술개발 투자는 미국의 2%, 일본의 3.2% 수준으로 GDP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선진국의 2분의1~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연히 국내 기술력이 뒤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개발관련업체는 대략 150여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술력도 분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선진국의 50~70% 수준으로 평가된다. 근래에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분야의 핵심기술은 30~50% 정도에 불과한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신재생 에너지 개발 생산업체의 대부분은 역사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소규모 업체가 많다.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이 급격히 대두되는 2000년경부터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지만, 다른 사업에 비해 국내 투자 메리트가 떨어져 투자금 확보가 어렵고 정부지원도 전무해 개인 기업이 부담을 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기술력도 핵심기술은 해외에서 도입하고 자체 기술은 일부 부품 생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기업들도 해외 사업교류로 기술이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지열에너지 시스템의 국내 최고 기술을 자랑한다는 G 생산업체도 2000년 미국의 기술이전을 받아 국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설치, 시공해 오다 부분기술에 국내 특허인정을 받아 보급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1920년대부터 개발돼 1980년 실용화에 이른 기술을 2000년도에 도입해 기술제휴를 통해 보급해 오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기술이전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자체 기술력 확보에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한다.
높은 발전비용에 비해 경제성 떨어지고 인식부족
신·재생에너지가 최근 정부 장려사업으로 확대되고 있으나, 사업의 전망만을 보고 무작정 뛰어드는 '속이 빈' 업체들도 생겨난다. 지난해 문을 열어 올해 2월 부설연구소를 설립한 E생산업체도 주력분야인 태양광 전지판 생산 기술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에너지시민연대 김태현 사무처장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신재생 에너지의 기술 수준은 거의 '제로' 퍼센트다"면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돈이 안되다 보니 양산체제에 못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돈을 벌려면 매년 최소한 2~3만KW가 판매돼야 G지만 현재는 1000메가도 판매가 안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개발에 늦을 수 밖에 없었던 건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경제성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는 기존 발전방식 보다 적게는 1.3배에서 많게는 13배까지 달한다. 발전비용이 높아 민간차원에서 상업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바탕에는 무엇보다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하는데, 기술개발과 보급정책과 지원인프라가 미약한 것도 주요 원인이 된다.
또한 에너지 고갈과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에 대한 인식부족도 심각하다. 지오테크 인남수 전무이사는 "최근 신재생 에너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지원이 늘고 있어 참 다행이지, 그 전에만 해도 대체에너지에 대한 인식들이 부족해 홍보를 해도 '신기하긴 한데 믿을 수 없다' 면서 사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심지어 공공기관에서도 의심을 하고 지원보다 브레이크를 거는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한다.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과 관계자는 "88년 처음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를 시작하긴 했으나 인식부족과 유가의 안정화로 연구개발 투자나 그 결과는 실로 매우 미약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본격적인 연구개발과 보급을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정부는 2003년을 신·재생에너지의 원년의 해로 삼아 현재 2.2%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11년까지 5%로 높이기로 하고 수소·연료전지, 풍력, 태양광 등 3대 분야에 집중 지원키로 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인 신한에너지 유정우 대표는 지난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가진 바이오디젤 보급사업 공청회에서 "생산량이 100만톤을 넘어선 독일 BD-5(바이오디젤 5%+경유 95%)를 주유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프랑스와 비교할 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고유가 지속 전망… 신·재생에너지 국산화 서둘러야
그러나 아직도 여러 가지 문제가 산재해 있어 신·재생에너지가 상용화되기 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보급수준도 2004년 말 현재 총 1차 에너지 소비의 2.3%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 현재 사용되는 신·재생에너지 내에서도 폐기물과 수력을 이용한 발전이 대부분(95.8%)으로, 기술집약형인 풍력, 태양광 등은 극히 미미(0.9%)한 수준이다.
에너지관리공단측에 따르면 상용화 단계에서 걸림돌은 크게 경제적인 문제와 품질문제로 나눠진다.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전문적인 R&D연구인력의 오랜기간의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초기비용 과다에 비해 투자비 회수 기간이 길어 기업의 자발적 참여가 떨어지고 민간의 관심도 받기 어려워 투자비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우리의 현실에서는 품질에 대한 명확한 기준체계가 성립되지 않아 신·재생에너지의 사용화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지 않으면 석유 자원에 이어 신·재생에너지 마저 해외에 의존하는 위험한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에너지시민연대 김태현 사무처장은 "향후 유가전망은 2008년 유가는 최고조에 이를 것이고 지금보다 더 오르면 올랐지, 과거처럼 저유가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다"면서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과 시장선점 경쟁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의 상당부분을 또다시 외국의 기술과 자본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