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4.09.30 (월)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시네마돋보기

도달불능점’ 정복 못한 ‘남극일기’

URL복사

영화 ‘남극일기’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재미있는 일치를 보여준다. 5년간 9번의 시나리오 수정 작업을 거쳐 85억의 거액을 붓고 2개월 이상 뉴질랜드 로케이션 촬영을 감행한 이 작품의 제작 과정은 ‘도달불능점’을 향해 사투를 벌이는 영화 속 6인의 탐험대와 닮았다. 미지의 땅에 도전하는 등장인물처럼 영화는 충무로에 전례 없는 소재를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구현한다. 그것은 모험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모험은 영화의 대사처럼 “무슨 의미가 있는가?” 되묻게 한다. 캐릭터들의 자의식이 그렇듯 스토리는 분열되고, 감독은 감당하지 못할 주제를 최도형 대장(송강호)처럼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인다. 그 결과 영화의 미학적 흐름은 대원들의 운명과 같은 길을 따라간다.

  상반기 최고 블록버스터
‘남극일기’는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에서도 1순위라고 할 수 있는 대작이다. 남극 탐험이라는 소재만으로도 그 스케일을 짐작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단편영화계의 스타인 임필성 감독의 데뷔작인데다 연기력만큼이나 작품 선택에 탁월한 안목을 가진 송강호와 유지태의 주연작이다. 여기에 제작사 사이더스가 물량지원을 아끼지 않은 야심작이며 무엇보다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영상은 압도적인 비주얼로 기대치를 높인다.
시놉시스도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영하 80도의 혹한, 함정처럼 도사리고 있는 빙하의 균열 ‘크레바스’, 뇌를 둔감하게 한다는 남극의 눈보라 ‘블리자드’, 낮과 밤이 6개월씩 계속되는 지옥 같은 남극을 6명의 탐험대원들이 횡단하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남극대륙 해안에서 가장 먼 지점인 ‘도달불능점’ 정복이다. 대원들은 탐험 22일째 우연히 80년 전 영국탐험대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이후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한 대원은 바이러스가 살지 않는 남극에서 감기증상을 앓다가 실종되고 어떤 대원은 블리자드에 빠져 죽는다. 통신장비들도 마비되고 식량도 바닥난 상황. 남은 대원들은 공포 속에서 대장에게 탐험 중단을 요청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최도형은 광기어린 의지로 대원들을 부추긴다.

  관습적 파편들의 조각 맞추기
대략적인 스토리만으로는 어떤 영화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만큼 전개가 모호하고 한편으로 정형화된 장르를 거부하고 있다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이 영화가 ‘버티칼 리미트’같은 스펙타클 모험 어드벤처였으면 출연하지도 않았다”는 송강호의 말처럼 ‘남극일기’는 헐리우드 식 탐험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인간 내면의 공포와 이것들이 만들어지는 갈등에 주목한다. 남극은 모험과 의리의 공간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원형적 심리의 상징이다. 이 같은 접근법은 새롭다. 하지만 그 실현은 뜻밖에 진부하다.
상업적 문법과 예술적 문법 사이에서 적절히 줄타기를 하려던 감독은 오히려 둘 사이를 어정쩡하게 배회하다 추락한다. 캐릭터들은 B급 영화의 전형적 배분을 따르며 그 캐릭터들의 예정된 갈등은 예상할 수 있는 방식대로 진행된다. 사이사이 펼쳐지는 미스터리의 성격은 헐리우드 공포영화에서 이미 친근해진 것들이다. 인물 내면의 갈등 또한 더 없이 헐리우드 적이다. 관습적 파편들을 쓸어 담아 조각 맞추기를 하면서도, 감독은 파편들의 종합이 파편들을 넘어서기를, 혹은 그럴듯하게 포장하려는 무리한 욕망을 버리지 못한다. 영화는 때로 육체적 자학으로 죄의식에서 해방되길 갈구하는 인간 심리에 대해, 욕망이라는 탐험의 또 다른 이름에 대해, 심지어 ‘무조건 되게 하라’던 아버지 세대의 무지막지한 산업화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한 가지도 완성된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파편들만 모호하고 산만하게, 때로 이율배반적으로 남극 속을 배회한다.

 송강호의 카리스마는 입증했지만 몰입할 수 없는 캐릭터를 납득시키는 것은 그 어떤 명배우도 어쩔 수 없는 ‘도달불능점’이다. ‘남극일기’는 슬픔이 담긴 인물의 눈동자를 클로우즈업 하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는 담겨있지 않다.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 있다면 아름다운 남극의 풍경도 탐험이 계속될수록 지긋지긋해질 뿐이라는 것이다. 처음에 황홀한 비주얼도 드라마의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생명력을 잃는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국무회의, ‘김건희·채상병특검법’, ‘지역화폐법’ 재의요구안 의결
[시사뉴스 김철우 기자] 정부는 30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김 여사 특검법은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채모 해병이 실종자 수색 중 숨진 사건과 관련한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법안이다. 지역화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기존의 '재량'에서 '의무'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들 세 법안에 대해 "반헌법적·위법적 법안"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이들 세 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24건이 된다. 한 총리는 이날 '김건희 여사 특검법',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헌법을 수호하고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서울시교육감선거 후보 양 진영 단일화 성공 이제는 결과가 중요하다
오는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놓고 보수, 진보 양 진영이 후보 단일화에 성공함으로써 이번 선거의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수 후보 단일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을 단일후보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단일화후보로 추대된 조 후보는 “조희연표 교육정책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인데 둘 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며 “학부모 사이에서 혁신학교는 ‘공부는 안 가르치는 학교’로 소문이 났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의무와 책무는 서술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권이 살아야지 학생의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교권 수호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통대위의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제2단일화 기구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던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이날 통대위의 결정을 전격 수용하고 중도보수 후보의 승리를 위해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는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 전 회장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