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문희상 호가 출범 1개월여 만에 위기진단에 몰입했다. 의장 당선후 실용과 개혁을 아우르는 4.30재보궐선거 올인을 다짐했지만 결과는 몰패. 국회의석 6곳중 단 한석도 승리하지 못했음은 물론, 시도단체장 등을 포함 23개 선거구 모두에서 참패를 겪었다. 하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체제는 물오른 경주마 기세다. 이제는 대선고지로 ‘GO,GO’를 외치는 박 대표의 기세에 난립한 대권주자들마저 움칠해질 판이다. 고작 보궐선거 때문인가, 이미 보궐선거로 보여준 셈인가. 엇갈리는 ‘일희일비(一喜一悲)’속 대한민국 생물정치 그 다른쪽 끝이 궁금할 뿐이다.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당의 모습이 보여져야 한다. 실질적인 열린우리당의 환골탈태를 촉구한다.” -소장파 열린우리당
“진게 다행이다. 지도부는 이참에 (진)맛좀 봐라. 우리당의 색깔이 나왔던 선거였나. 불투명한 선거정책은 선거가 시작되기 훨씬 이전부터 나왔던 얘기지만 지도부가 이를 신뢰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기간당원
4·30재보궐선거 몰패 우리당 ‘아우성’
열린우리당 문희상 호가 4·30재보궐선거 참패로 호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고작 보궐선거’때문에로 치부하기엔 결코 만만치 않은 쓴소리들이 과감하게 터져 나온다.
오래 집권했던 야당 이력상 선거율이 낮고 조직률이 강한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선전은 당연히 예상됐지만 선거구도가 여당에게 불리했다는 여권내부의 아전인수격 낙관론에 대해 당 안팎에선 어김없는 찬물이 벌컥벌컥 쏟아진다.
‘전투에선 패했지만, 전쟁에선 이길 것’이라는 대선필승론에 대한 경계는 더욱 뚜렷하다. “한나라당과의 차별성을 국민이 보지 못하는 한, 1인 보스정치가 아닌 상향식 정치, 기간당원이 중심되는 전국정당으로서의 열린우리당 창당원칙이 보여지지 않는 한 다음선거 역시 (승리할수)없다”는 당내 초선의원들의 질책도 국회 곳곳에 연 걸리듯 걸렸다.
재선의 서울 ㄱ의원은 “대선필승론은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낙관적인 대선필승론은 결국 열린우리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아픈 경고다.
수도권의 초선 ㅇ의원은 “정당이 보스의 사당으로 전락하고 보스는 대권에 적합한 활동에 초점을 맞추며 지역감정을 적당히 용인하는 과거 정당이 국민을 위한 정치를 못했다는 것을 모르는가”라며 “원칙이 허물어진 후보공천과 있을수 없었던 돈봉투 사건은 당이 진정 국민을 위해 몸을 낮추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나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합당설 ‘기가 막혀’
문희상호 출범당시인 한달여 전에도 ‘민주당과의 합당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과 관련 “성숙한 시기가 와야한다.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돼야 하고 대의명분에도 맞아야 한다”며 “단시일내 합당불가”를 거론했던 문희상 당의장.
하지만 4·30선거패배후 다시 언론에 회자된 민주당과의 합당론에 대해서도 당 초선의원들의 반응은 “정치와 정당개혁을 이루지 못한 민주당으로는 선거만을 위해 합당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며 “열린우리당의 상향식 정치에 동의하지 않는 민주당과의 합당은 반대”라는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는 상태.
이와달리 이미 재보궐선거로 민심을 읽었다는 한나라당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말 탄 장수’다. 재보궐선거를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이끈 박근혜 대표는 일찌감치 대표 잠룡으로 ‘사이월드’에서 ‘대권향해 GO,GO’를 외치는 중이다.
한나라, 내년지방선거 압승후 대선에서 정권교체로 ‘GO’
열린우리당이 국회의원 6곳과 기초단체장 7곳중 단 한석도 차지 못한데 반해 한나라당은 최대 격전지 영천에서마저 드라마틱한 승리를 이끌어 내면서 사실상 완승을 거뒀다. 이번 재보궐선거로 열린우리당이 146석 현 의석수를 그대로 유지한데 반해 한나라당은 국회의원 5석을 확보하면서 원내 의석수를 125석으로 늘려놓았다. 특히 빼앗길 위기에서 죽을각오로 건진 경북영천에서의 한 석은 박 대표의 위상을 더욱 빛내준 값진 보석이 된셈.
4·30재보선지역을 돌며 당선사례 방문을 수행중이던 지난 10일 박 대표는 경북 영천을 방문 “다시한번 기회를 준 영천시민들의 깊은 뜻을 잊지 않고 영천을 제2지역구로 생각하며 거당적으로 영천발전에 발벗고 나설 것”임을 흔쾌히 내비췄다. 이어진 11일 충남아산지역 당선사례 현장에서도 박 대표는 지역당선자와 당원들로부터 “아산에서 한나라당 화산이 터진 것처럼 대전 등 충청도에 한나라당 화산이 터져나가길 기대한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하고 대선까지 승리해 정권교체를 이끌어내자”는 격려성 화답에 울컥 대선전야마저 떠올렸을 정도다.
더욱이 같은날 서울 당 중앙에서 열린 최고 중진연석회이 석상에서는 강재섭 원내대표마저 “지난대선 당시 병풍사건, 기양건설 사건, 설훈의원 20만불 사건 들이 모두 공작에 의한 허위사건이었다는 것이 재판에 의해 들어났다”며 “노무현 정부는 이같은 지난시절의 과오뿐 아니라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도 너무나 무사안일했고 미국과의 협조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 여당의 선거열세에 이은 노정부의 허술한 대북관계를 통렬히 비난해 주목됐다.
뜨는 나라, 과제는 있다
4·30재보궐선거로 가장 먼저, 가장 오래 웃은 사람은 두말할 나위없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로 모아진다. 선거전 한지붕 세가족처럼 거론되던 ‘박근혜-이명박-손학규’대선주자 삼파전도 선거를 완승으로 이끈 박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자연스레 ‘한나라당=박근혜’로 교통정리가 된 셈.
하지만 엇갈리는 대한민국 생물정치의 일희일비(一喜一悲)속에서 4·30재보궐선거가 미처 보여주지 못한 빙산은 무엇일까. 오는 10월의 보궐선거를 필두로 내년 지방선거와 2007년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긴 선거행렬. 대한민국 생물정치의 끝은 바로 ‘민생’의 ‘회생’에 맞춰져 있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