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외국군 기지가 있다면 뉴욕 젊은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워싱턴에서 외국군의 장갑차가 연루된 비극적 사고가 발생했다면 여론이 어떻겠는가.”
“1979년 박정희 전대통령 시해후 광주학생과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궐기 과정에서 전두환 장군이 권력을 잡았고 약 300명의 무고한 시민이 학살됐다. (386세대의 반미감정은)레이건 미 대통령이 1981년초 첫 외빈으로 전두환 대통령을 백악관에 맞아들인 것은 전의 집권을 승인했다는 인식을 더 깊게 만들었다. 그 결과 80년대엔 반정부 시위가 종종 반미시위로 전환됐다.“
워싱턴서 ‘한미관계 현상’화두로
지난 11일 홍석현 주미대사가 2월 대사부임후 가진 첫 연설에서 한국 386세대의 반미감정과 주한미군의 여중생 교통사고 사망사건을 공식 언급 주목됐다. 홍 대사는 이날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가진 ‘한미관계의 현상’ 공식연설에서 이례적인 화두로 주변을 당황시켰다.
‘386 반미감정은 80년대 미국역할 인식 때문’임을 전제한 홍 대사의 이날 연설에 대해 현지에서 이를 보도한 연합뉴스측은 “그동안 미국인 청중을 대상으로 한 공개연설에서 반미감정에 대해 다른 한국정부 관리나 정치인들이 민족 자존심의 표현, 반미주의가 아니라 반미감정, 6·25를 겪지 않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모르는 젊은 세대의 행태 등으로 우회설명한데 반해 홍 대사는 전면에서 386세대의 미국책임 주장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식연설에서 홍 대사는 “비교적 젊고 진보적인 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한국사회 전체의 정치지형을 바꾼 20~30대의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쿠(데타)”라고 지적하는 한편 “노 대통령의 ‘균형자 역할‘론은 한국이 초강대국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거나 어떤 중립적 입장을 취하겠다는 게 아니라 한ㆍ미동맹과 미국의 지도력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상호 번영과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기본 개념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의 경제통합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지난해 10월 한중 무역규모가 한미 무역규모를 추월했지만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간접 무역까지 고려하면 아직도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미국은 경제적, 전략적 모든 면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임을 언급하는 경제재치를 보여 시선을 모았다.
‘홍 카드’ 주미대사 내정때부터 ‘주목’
4·30재보궐 선거후 여야가 각각 성급한 대선주자 카드 보도로 ‘전전긍긍 희희낙락’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홍 주미대사는 사실 지난 연말 대사로 내정될 때부터 ‘대미와 국내를 아우를 다목적 카드’로 언론에 주목된 바 있다.
중앙일보 회장직을 맡고있던 당시 홍 회장은 청와대 비서설을 통해서도 ‘깜짝놀랄 빅카드’로 언급됐다. 당시 여론은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과 관련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중앙일보를 끌어안음으로써 청와대가 지지층을 확장해 나간다는 우려를 낳았지만 다른 한켠에서는 홍 내정자가 세계신문협회 회장직 수행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지닌데다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습득, 미국사회를 잘 아는 인물이자 미국 지식층 사회에서 영어에 능통한 한국의 유력 언론인으로 인식돼 있음을 함께 주목했다.
국내 메이저 언론의 사주였던 홍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어쨌거나 조중동으로 표현됐던 국내 보수언론층을 일단 흐트러놓는데 성공했을뿐 아니라 전직 언론사 사주출신 홍 주미대사가 이후 미국내에서 강건파와 온건파를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포석임을 심어놓았다는게 당시 여론의 주된 분석이기도 했다.
청와대의 홍석현 주미대사 카드는 아이러니컬 하게도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두가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말 그대로 ‘갈팡질팡’비난을 면키 어려웠던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홍 카드와 관련 ‘권언유착’대 ‘실용인사’채용이라는 ‘한(나라)당 두 공식논평’해프닝을 낳은바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홍카드’, ‘도 아니면 모’식 논평
전여옥 대변인은 당시 “깜짝 놀랄 빅카드가 권언유착인가, 정경유착인가‘라며 공식논평을 통해 노 대통령이 홍석현 회장을 주미대사로 내정한것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쏟아냈다. 전 대변인은 ”홍석현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달콤한 밀월관계로 널리 알려진 현직 언론사의 지배주주이다. 결국 홍석현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철저한 정경유착이며 권언유착이라는 이야기가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개혁법을 어떻게 설명한 것이며 미국의 여론주도층을 겨냥한 파격인사라고 하지만 과연 그 효과가 있을지 의문“임을 강조 청와대의 홍카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어 나온 임태희 대변인의 논평은 ‘코드인사 대신할 실용인사로 환영한다’는 정반대의 입장이어서 주변을 뜨악케 한 것이 사실. 임 대변인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은 실용주의적 인사로 국민이 기대해 왔던 바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긴밀한 한미관계가 우리의 국익외교나 남북문제 해결에 긴요하다는 바탕위에서 신임 대사를 선정했다고 판단되며 이제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승주 현 대사의 경우처럼 아무리 능력있는 외교관이 현장에서 최선을 다한다 해도 정권내부와 일체감을 갖지 못하거나 정략적 관점에서 정부 스스로 흔들어대면 백약이 무료라는 점을 지적한다”며 긍정적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홍카드 탄력 ‘삼성은 모르는 일’
한편 중앙일보 회장,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 보광그룹 지배주주 등으로도 잘 알려진 홍석현 주미대사의 활발한 대미 활동과 관련 삼성그룹측은 ‘혹 그룹차원의 정보수집 등 지원활동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대해 일단 ‘(삼성과는)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일축이다.
삼성구조조정본부측은 “홍 회장의 정계진출과 관련 삼성이 그룹차원에서 지원을 한다거나 할 일은 전혀 없다. 왜 삼성이 (홍 주미대사의 정계활동에 대해) 서포트를 하고있는지를 묻는가. 질문자체가 불쾌하다. 오히려 중앙일보에서 들으면 화낼 일”이라는 입장과 함께 “홍 회장은 단지 (이건희 회장과) 친인척일 뿐 그룹과는 무관함”을 강력히 밝혔다.
어찌됐든 노무현 정부의 빅카드로 일컬어졌던 홍석현 주미대사. 청와대가 주목했던 이 국내 굴지 재벌의 친인척 인물이 대미외교를 담당하는 청와대의 빅카드로 11일 현지에서 쏟아낸 튀는 ‘386의 대미감정’분석은 국내 한 통신사의 보도대로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4·30재보궐선거 패배후 좌충우돌 당의 변신을 모색하는 열린우리당이 과연 한나라당 박근혜 대권카드 대항마로 어떤 깜짝놀랄 ‘빅카드’를 내놓을런지 자못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