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고 있는 판·검사의 대기업진출이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났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4월현재 삼성그룹과 SK그룹이 영입한 판,검사가 18명(검사12명, 판사6명)에 이르며 SK케미칼, 삼성중공업 등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중인 퇴직 판·검사도 95명(검사49명, 판사4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법경(法經)유착’시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언론보도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퇴직 판사와 검사들의 영입이 두드러진 삼성그룹과 SK그룹의 경우 2000년 이후부터 올 4월 초까지 퇴직 판사와 검사 18명이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중 12명(66.7%)이 2004년 이후에 영입된 것으로 확인돼, 퇴직 판·검사들의 대기업행이 2004년 이후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또 퇴직 판·검사가 기업의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사례와 관련해서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상장 및 코스닥등록 법인의 사외이사 현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5년 5월 현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퇴직 판·검사는 지검 검사급과 지법 판사급을 제외하고도 총95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한상희(46)소장은 “문제는 퇴직 검사가 대기업을 간다는 것 자체에 있다기 보다 과연 기업이 밝혔듯 이들이 예방법학에 상응하는 능력을 갖춘 검사들인가라는 점”이라며 “외국기업이 법조인을 채용할 땐 기업경영개념을 알고 있느냐의 여부가 우선인데 반해 국내사례의 경우 법밖에 모르는 법조출신이란 사실, 또 주로 정치권에 연계된 검사들인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측은 이번 조사를 통해 “법경(法經)유착에 따른 폐해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제도적 개선 및 법조인들의 윤리적 노력,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감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특히 검찰의 경우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허점도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현직 판검사 “나도 언젠가는 변호사가 될텐데…”잠재의식 속 공정수사 우려도
참여연대가 이번 조사를 통해 주목한 법경유착과 관련 사법감시센터 한 소장은 “현직 판·검사들도 나도 언젠가는 변호사가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라며 “기업체에 영입되는 현상이 가속화돼 고소득이 보장되는 기업체 취업을 현직 판·검사들이 부지불식중에 생각할 경우 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되는 ‘이해충돌 현상’이 발생할 소지역시 높아진다. 이들이 퇴직 후 자신이 취업한 기업관련 사건의 수사나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보를 입수하는 등의 문제 발생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것”임을 함께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와관련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문제로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 퇴직 검사의 기업체 취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법규정 부재’를 손꼽았다. 즉 공직자윤리법에서는 퇴직 공직자가 재직 시절에 수행한 업무와 연관성 있는 기업체에는 일정 기간동안 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고, 업무와의 연관성을 따지는 기준에 대해서는 대통령령과 각 기관의 규칙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
사법감시센터측은 “판사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대법원규칙’과 ‘공직자윤리법의 시행에 관한 헌법재판소규칙’에서 판사의 업무 특성에 맞추어 업무 연관성을 따지는 조항이 설치돼 있다”며 “대법원규칙 25조5항1호 ‘기업체가 당사자이거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건의 심리와 관계되는 업무’를 한 경우, 헌법재판소규칙 19조1항1호 ‘영리사기업체가 당사자이거나 당사자이었던 심판사건과 관계되는 업무’를 한 경우에는 업무연관성이 있어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퇴직검사 기업체 취업제한 조항 ‘無’?
참여연대측은 하지만 검사들에게 적용되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는 검사의 업무특성에 맞춰 업무 연관성을 판단하고 취업을 제한하는 조항이 아예 없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형사고발한 삼성전자소속 노동자를 기소하고 퇴직 후 곧바로 삼성그룹에 취업한 이기옥 전 수원지검 검사의 경우에 대해, 공직자윤리법에 관련되는 규정이 없어 위법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검찰측은 주장하고 있으며 실제로 검찰은 이기옥 검사의 삼성전자 취업을 승인해주었다는 것.
참여연대는 “검사의 경우도 판사처럼 퇴직 후에 사기업체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을 두어야 하고 또 취업승인 심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그러나 이러한 제도개선만으로는 교묘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법경유착’을 막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는만큼 퇴직 판·검사들의 영입을 늘이고 있는 기업체들의 행태와 관련, 법조인들 스스로의 윤리적 노력과 함께 법경유착 발생여부에 대한 사회적 감시와 견제가 더욱 활발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