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3국 시대가 정착되면서 서로 다른 효능을 강조하는 차별화 경쟁으로 굳어진지 오래다. 제품의 직접 광고는 금지돼 있으나 제약회사들은 자사 제품에 유리한 조사결과들을 언론을 통해 발표하면서 장점 부각에 힘쓰고 있다. 현재는 이렇게 해서 축적된 데이터가 보편적인 제품의 특성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의사의 처방 기준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환자들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이 같은 조사결과와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발기장애물질 억제, 혈액 유입 돕는 원리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는 PDE-5(발기장애물질) 억제 약물이다. 발기는 음경의 평활근이 이완되고 이완된 음경으로 혈액이 유입되면서 일어난다. 이 때 음경의 혈액 유입을 도와주는 생리활성물질이 분비돼야 하는데 이것이 cGMP다. 반대로 발기를 억제하는 물질은 PDE-5로 성행위가 끝나고 발기 상태를 멈추게 할 때 분비된다. 발기부전 환자는 PDE-5의 과다 분비가 문제다. 비아그라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는 PDE-5를 억제해 cGMP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PDE억제제의 부작용은 두통 안면홍조 소화불량 등의 경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질산염 약물과 함께 복용하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협심증 심부전증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자에게는 위험하다. 조강선 비뇨기과의원 원장은 “심장병으로 니크로글리세린을 복용 중인 사람, 중증의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혈압이 90/50㎜Hg 미만이거나 170/100㎜Hg 이상인 사람 부작용으로 돌연사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PDF억제제의 복용 횟수는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면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흔치 않지만 발기지속증이 나타나면 곧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복용을 중단한 후에도 발기부전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데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원인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비아그라… 안전성 시알리스… 긴 약효시간
현재 처방 가능한 대표적인 PDE-5 억제제인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는 중독성이나 심각한 부작용 등이 거의 없어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다. 비아그라는 충분한 검증기간을 거쳤다는 원조 프리미엄을, 시알리스는 36시간이라는 슈퍼 발기부전 치료제라는 점을, 레비트라는 발기 강직도의 탁월함을 내세우고 있다.
1998년 등장해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가 된 비아그라는 검증기간이 오래된 만큼 안전성이 최고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단점은 발현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복용 1시간 후 발기가 유도돼 4~5시간 효과가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 효과 지속기간은 발기가 계속되는 상태가 아니라 성적 자극을 받았을 때 약효가 발휘돼 발기가 가능한 시간을 말한다.
인제의대 부산백병원 민권식 비뇨기과 교수는 “비아그라는 전체적으로 60~70%의 발기유발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약 복용 후 일반적으로 30~60분 정도를 기다려야 발기가 유발되며 식후, 특히 지방식에는 흡수가 더욱 늦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 외에도 여러 가지 ‘+α’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고혈압 치료 효과가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EU(유럽연합)은 비아그라를 폐동맥 고혈압 치료약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2003년 10월 국내에 시판된 시알리스와 레비트라는 음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등 비아그라의 단점을 보강한 것이 특징이다. 릴리사의 시알리스는 긴 약효시간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시알리스의 약효 지속 시간은 최대 36시간으로 경쟁제품들이 5시간 정도인 것에 비해 월등히 높다. 약효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30분가량으로 비아그라의 단점을 대폭 개선했다. 하지만 효과가 오래 가는 만큼 두통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 시간도 길다는 게 단점이다. 서울의대와 제주의대 비뇨기과학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시알리스는 부작용 발생률이 23.1%로 가장 높았다.(레비트라 19.6%, 비아그라 13.7%). 시알리스의 ‘+α’ 치료는 전립선 비대증이다. 전립선 비대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실제 효과를 보이자, 자사는 이 효과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다.
강직도 뛰어난 레비트라
바이엘과 글락소 스미스클라인사의 레비트라는 발기 강직도의 탁월함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바이엘의 의뢰로 시장조사전문기관 메디콤이 전국비뇨기과 의사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40%의 의사가 발기 강직도가 가장 우수한 제품으로 레비트라를 꼽았다. 레비트라는 발현 시간도 15분으로 가장 짧은 것으로 유명하다. 약효 시간은 비아그라와 비슷하게 4~5시간이다.
당뇨병 환자에게는 레비트라가 처방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미국 당뇨병학회에서 당뇨와 발기부전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비아그라에 반응하지 않는 경험이 있는 남성 환자에 대해 실험한 결과 33%가 레비트라 복용에서 발기에 성공했다.
한편, 동아제약이 1998년 개발에 착수해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낸 ‘DA-8159(유데나필)’이 이르면 8월에 발매될 예정이라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4파전에 접어들 전망이다.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개발된 이 치료제를 ‘자이데나(Zydena)’로 명명할 계획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투약을 시작한 후 12주 시점에서 발기능력을 평가한(part1 시험) 결과 DA-8159는 발기기능측정 국제기준인 IIEF(International Index of Erectile Function)와 GAQ(Global Assessment Question)에서 기존 약에 대비, 유의한 개선효과를 보였다”며, “두통 안면홍조 등 경미한 부작용이 관찰됐으나 발생률이 낮았으며 중증의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아 안전성도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력제가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자료들은 과연 믿을만한 것인가? 발기부전 관련 인터넷 동호회 등에 올라온 치료제의 사용후기들을 보면 시알리스가 발현 시간이 길다던가, 레비트라가 강직도가 뛰어나다는 등의 대표적인 장점들은 비교적 들어맞긴 하지만, 그 수치는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많다. 이를테면 “발현시간 15분은 과장인 것 같고 보통 복용 후 30~1시간 사이에 느낌이 온다. 지속 시간은 5시간이라는 광고와는 달리 30분~12시간인 것 같다”는 식이다.
작년 11월 서울의대와 제주의대 비뇨기과학교실은 기존의 연구결과와 실제 약효 간의 이 같은 차이점을 입증해 보이기도 했다. 임상 시험 결과 30분만에 효과가 나타난다고 알려진 시알리스의 경우 실제 복용환자에서 50~79분만에 약효가 나타나 최고 1시간 넘게 차이를 보였으며, 레비트라 역시 15분만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26~44분 만에 효과를 나타냈다. 이것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각종 연구들이 대부분 제약사가 주도하는 것이어서 단점을 숨기고 장점을 부각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홍보용 연구결과는 최상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며 개별적으로 작용할 때는 차이가 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실제 환자가 발기부전 치료제를 사용하면서 중요한 것은 각 약들 간의 차이점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다. 장단점은 의사가 숙지해 환자에게 맞는 약을 처방해 주기 때문이다. 환자가 진정으로 알아둬야 할 것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결코 정력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발기부전은 다른 병에 의해 오는 경우가 많은데다 엄연히 의학적인 기능장애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고 자기 몸 상태에 맞는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