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독립성과 자율을 보장해야 하며, 지자체 나름의 경쟁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전면감사를 진행하면 지자체의 자율성에 대한 훼손으로 비쳐질 수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감사원의 지자체 예산운용실태 전면감사와 관련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감사원이 전국 145개 지자체에 대한 예산감사를 시작한 지난 6월13일 박 대표는 한나라당 김충환(행자위 서울강동갑)의원이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주최한 ‘지방정부 감사실태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 참석, 지자체 예산감사의 석연찮은 심기를 밝혔다.
발제에 나선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감사기관의 난립과 중복감사로 지방자치단체가 감사기관의 부처이기주의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감사기관을 일원화시켜야 한다”며 “감사원과 중앙정부의 다른 부서는 행정자치부와 시도지사를 통해, 시군구는 시도지사의 구속적인 감독수단이 행사되도록 하는 등 감사기능의 지방분권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감사원의 지자체 예산운용실태 전면조사가 지방자치제 실시 10년의 씁쓸한 현주소라는 지적도 아울러 제기됐다. 한나라당 지방자치위원장인 김충환 의원은 “지난 10여년의 지방자치시기가 중앙정부의 보호와 관리가 필요했던 시기라면, 이제부터는 모든 문제를 스스로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습을 정비해가야 할 시기”라고 전제한뒤 “현재 우리나라의 지방정부는 매년 국정감사, 정부부처 합동감사, 상급 자치단체 감사, 자체감사, 감사원 감사 등 지나치게 많은 외부 감사로 인해 귀중한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현행 감사제도의 문제점에 주목했다.
토론회 발제로 나선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지방분권은 한 정권의 정권브랜드를 넘어 국가적인 과제이지만 정부의 요란한 구호와 홍보에도 불구하고 지방의 활동영역과 자율성을 높이는 지방분권의 과제는 입안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국지자체중 시도지자체의 수감일수는 평균 126,4일, 시군구는 평균 42일을 받는것으로 나타나 준비기간과 사후대책 등을 검토하는 기간을 합할 경우 1년에 3분의 1을 감사받는데 허비한다는 지적이다. 더우기 이번 감사원의 지자체에 대한 전면 감사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장 길들이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
토론자로 나선 강형기 충북대 교수는 “지자체에 대한 감사는 보다 나은 제도와 주민 서비스 향상을 위한 일본형 카운슬링 감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지자체에 대한 감사기관의 감사기준도 모호하고, 감사업무의 독립성도 결여돼 있어 감사기관을 단일화하고, 감사원의 회계기능을 미국과 같이 국회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 나선 김충환 의원은 “현재 행자부가 법제처에 감사원의 감사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요지의 ‘공공감사에관한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감사원은 일반감사를 하지 않도록 추진하는 한편 중앙정부의 감사제도 혁신과 아울러 지방정부 자체 감사시스템 강화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마련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