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이후 최초의 남북한 정당교류 물꼬가 트인다. 민주노동당은 7월 중하순 중 북한의 조선사회민주당과 4박5일 일정으로 평양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민족공조의 과제와 양당의 역할에 대해 열린 소통의 장을 마련한다.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에 참가, 조선사회민주당 김영대 위원장과 구체적인 남북정당 교류일정을 협의하고 돌아온 민주노동당 김혜경(60)대표를 여의도 당사에서 만났다.
“저를 비롯해 당 이정미 최고위원, 이영순 의원 등과 함께 지난 6월17일 조선사회민주당사를 방문 김영대 위원장과 만나 오는 7월15일 이후 4박5일 일정으로 남북한 최초의 정당교류를 평양서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 최초의 정당교류 성사에 주목한 김혜경 대표의 눈시울은 뜨겁게 일렁였다. 김 구 선생 등이 지난 1948년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참석을 위해 북으로 넘어간 적이 있지만 통일을 화두로 남북의 정당이 평양에서 정식 만남을 갖는다는 사실은 듣는 것 자체로도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사회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소통’
6·15통일대축전 참가단의 평양 방문 기간 중 최고의 화두는 단연코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성사시킨 첫 정당교류인 듯 싶습니다만.
그렇습니다. 양당은 7월 중하순경 조선사회민주당 초청 형태로 평양을 방문하기로 확정했습니다. 분단이래 최초의 북측 정당 초청, 남측 정당 방문이 되는 겁니다.
이번 6·15참가단에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도 참석한 것으로 아는데 유독 양당간 교류가 성사된 배경이 궁금합니다.우리와 조선민주당의 인연은 지난 2000년 조선노동당 55돌 당시부터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우리는 남쪽서는 유일한 정당으로 조선노동당 55돌 기념행사에 초대됐지요. 물론 그땐 국회에 단 한석도 의석을 갖지 못했지만 이듬해 8.15행사와 그 이듬해인 2002년 6·15공동행사를 통해 만남을 지속하면서 통일문제를 남북 정치권이 물꼬를 터보자는데 뜻을 같이하게 된 겁니다. 물론 당시 평양행을 추진했지만 통일부의 거절로 이루지 못했고 작년에도 김 주석 10주년 조문파동으로 미뤄진채 이번에 아주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방북을 추진케 된거지요.
한반도 평화 통일 ‘민족공조’로
궁금한게 너무 많습니다만 우선 4박5일간 평양에서 어떤 일이 진행되는 건지요.
우선 양당은 대표단 방북에 맞춰 ‘6.15 공동토론회(연단)’를 열기로 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6.15시대의 남북 정당의 역할과 과제’ ‘남북정당 단체들의 회합’‘양당사이의 연대 협력을 위한 방안’등이 다뤄질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양당은 당면한 북미간 핵 공방의 평화적 해결과 민족 공조를 위한 심도있는 토론회를 준비할 계획입니다. 남북의 정치와 정당을 공유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찾을 것이며 남북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과 다양한 교류사업의 대안도 만들 겁니다.
이번 통일대축전 참가중 북측 정당으로부터 찬사도 들으셨다던데요.
예(웃음). 한국정치사에 민노당의 원내진출은 고무적인 일이라며 찬사를 전해주더군요. ‘ 줏대있는 나라, 자주적인 나라’를 위해 양당이 허심탄회하게 한반도 전쟁긴장과 미국의 신군사전략, 비핵화를 함께 토론하며 우리민족끼리의 공조와 우리민족간 통일을 논의할 것 같습니다.
정치권 ‘보다 적극적인’ 남북관계 의지 촉구
아닌게 아니라 이번 6·15 5돌 기간중 국회는 회기중이라는 이유 때문인지 통일행사에 인색했단 지적입니다. 김원기 국회의장이 남북 국회회담을 제안했다고 합니다만 정당대표로서 어떤 느낌인지 궁금합니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아직 남측 정당, 정치인들이 남북관계와 통일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남측 정치권은 아직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통일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부족합니다. 이번에 정부대표단이 6·15통일대축전에 참여하고 각정당의 의원들이 행사에 참여해 최초의 남북정부, 정당,단체 대표들이 회합이 실현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 입니다.하지만 말씀하셨듯 정치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큽니다.
대표께서는 5돌째 이어진 6.15기념행사에 모두 참석하셨는데 이번 통일축전 참가의 의미와 아쉬움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방북 첫날 비가 억수같이 왔습니다. 폭우속에서 우리를 환영한 북측 주민들이 행사 막바지에 서로 어깨걸고 걸판지게 춤을 추더군요. 남측 방문단 거개가 머쓱하게 지켜봤는데 날도 쌀쌀하고 함께 어울려 보자는 생각도 앞서 이내 계단을 내려가 그들과 한바탕 어울렸습니다. 함께 어울려 빙빙돌고 만나는 이마다 손바닥 마주치며 ‘반갑습네다’를 연발하는데 어휴 가슴이 찡 하더군요. 한반도 위기의 유일한 해법은 바로 이 민족공조를 통한 평화무드 조성이다 싶었습니다.
30여명의 방북단을 이끌고 평양으로 갈 거라는 민주노동당 김혜경 대표의 미소안에 순간 ‘반갑습네다’를 연발하며 남북이 함께 느낀 ‘민족공조’가 벙긋거렸다.
“그동안 정치권은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을 위해 제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정당의 남북관계와 통일의 문제를 매카시즘으로 활용하기까지 했지요.”
뜨거운 7월, 폭염의 한가운데서 60년만의 남북정당 소통의 장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야당대표. 김 대표는 평양에서 다시 만날 몽양의 따님 여원구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을 떠올리며 새삼 민족공조와 통일이 한 선상에 있음을 가슴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