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병철 회장 당시부터 무노조 경영을 추구해 온 삼성家가 노동조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현행법까지 어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노조의 설립은 경영진 의견과는 상관없이 조합원들이 결성 회사측에 통보하는 것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신세계이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수지조합원에 대한 회유와 노조탈퇴 등을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노동조합원이 영업점을 방문할 경우 별도 직원들이 이를 감시하는 등 노조확산방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조원 부당해고 시위 이어져
신세계 이마트는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과 복지후생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면서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 이마트 수지분회 설립을 추진한 조합원들을 직장에서 내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이마트 노조는 1인 시위를 계속적으로 진행 중이며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을 ‘전국 이마트 공동행동의 날’로 지정하고 20여 곳에서 연합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조는 1인 시위를 하면서 매장을 방문 노조 알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측이 노조원의 내점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한편, 쇼핑을 하더라도 ‘노조’얘기만 나오면 직원이 이들을 미행하고 대화도 통제하는 등의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 용인지부장인 노우정(35·여)씨가 1일 오후 3시경 이마트 양재점을 방문하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안녕하세요. 노동조합입니다” 노씨가 매장을 방문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건네는 인사말이다. 이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두 명의 여직원이 노씨에게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면서 매장 직원과의 대화를 가로 막았다.
이에앞서 노조는 지난달 이마트 본점인 은평점과 부천점을 방문했을 당시 직원들이 달려들어 입구를 통제하고, 일부는 매장에서 판매중인 캠코더로 노조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노조의 행동과 근로자와의 대화내용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이로 인해 노조와 이마트는 상대방에 대해 노조활동방해와 업무방해·명예훼손 등으로 각각 고소했다.
계약만료일 앞두고 복귀 명령
노조사태가 수그러들지 않자 신세계 이마트는 최옥화 씨 등 3명의 부당 해고자에 대한 복직을 지난 4일 유선으로 통보했다. 7월10일을 전후해 이들의 계약기간이 만료된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최근 ‘노조행위와 관련 정직은 불법’이라고 내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판결을 받아들이면서도 부당해고를 하지 않았다는 명분 찾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 3명의 조합원은 10일 재계약 불가를 통보 받았다.
이마트의 이번 결정은 노조가 설립된 이후 지난해 12월29일 이종란 씨를 해고한 것을 시작으로 나머지 3명에게 정직과 복직, 해고 등의 조치를 취한 이후 지노위가 사측의 징계에 문제가 있다는 결정과 노조의 복직요구를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눈가기로 아웅하는 식의 행동에 불과하다는 비난이다.
이마트 수지분회에 노조가 생긴 것은 지난해 12월21일. 당시 조합장인 최옥화 분회장은 이마트측에 노조설립을 알렸고, 사측은 ‘무노조 경영방침’을 주장하며 본격적인 탄압에 들어갔다는 주장이다.
수지점의 분회 설립과 함께 회사는 지난해 12월21일부터 27일까지 노조탈퇴를 종용하고, 핵심역할을 해 온 이 씨를 해고조치했다. 올 1월16일에는 최 분회장을 포함한 3명의 조합원에게 ‘3개월 정직’의 징계를 내렸다. 4월17일 정직발령이 끝남과 동시에 이들 조합원은 영업점에 복귀했지만, 여전히 노조에 가입된 것을 파악한 이마트는 5월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해직을 결정했다.
노조 관계자는 “3명에 대해 복직하라고 유선으로 통보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복직)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서 “또 다시 노동조합 가입에 대한 회유를 할 것으로 예상되며, 재계약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 탈퇴는 자발적(?)
이마트는 노조측이 주장하는 노조탄압과 관련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한 것은 자발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노조탈퇴를 위해 회유와 감금 등을 했다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다 끝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이마트는 노조가 주장했던 복지후생은 이마트가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었다는 부분을 확인시켰고, 비정규직 문제는 국가적인 사안으로 노조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주지시킨 것이 한 몫 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수지점의 일부 계산원들이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해 회사와 협상을 요구했는데 회사는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근로자들이 알게 됐다”면서 “노조에서 당초 내세웠던 복지문제는 이마트가 국내 할인점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확인되자 노조의 필요성을 못 느껴 탈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과 회사와 대화할 수 있는 창구에 대해서는 “회사에 노조는 없지만, 노사협의회가 구성돼 있는 상태로 이를 통해 회사에 요구사항을 건의하면 해결된다”고 밝혀 노조가 아니더라도 건의 창구는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것은 국가도 나서서 하지 못하는 일인데 노조가 움직인다고 해결될 부분이 아니다”라면서 “이 같은 현실을 알게 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노조를 그만 둔 것”이라고 덧 붙였다.
노동법 모르는 주부들 현혹
이마트의 이러한 행동은 노동관계법을 잘 모르는 주부들을 현혹해 노조에서 탈퇴하도록 했다는 게 노동계의 진단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현행법상 경기지역일반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단체협상권이 없는 것이 아니며, 분회가 협상권을 조합에 위임하느냐 아니면 자체적으로 교섭하느냐를 결정하면 사측은 협상에 응하도록 돼 있다”고 못 박았다.
이마트가 협상테이블이라고 주장한 노사협의회도 정규직만이 가입이 가능해 비정규직이 회사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창구는 없는 셈이다. 여기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회사내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노동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마트는 노조원들이 주부들로 구성돼 노동법을 잘 모르는 것을 악용, 노조설립은 오히려 손해라는 내용을 주지시켰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마트측은 대부분 사안이 끝난 것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현재 수원지법에서 사측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부분에 대해 항소한 상태이고 인권위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며 “아마도 이마트가 ‘이미 다 끝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감금과 미행을 하고 계산원들을 업무시간에 개별면담 등을 행했다는 얘기가 더 이상 밖으로 새어나기는 것을 막기위한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