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모호한 현대사태 해법
국내경제 억누르는 현대건설 독자생존 여부 주목
5회걸친 그룹자구안 낙관도
의문, 정부 확실한 해결원칙만이 ‘살길’
현대사태에 해법은 있는가. 11월 20일, 현대그룹이 '마지막 카드'를 내놓았다. 계열기업을 차지하려고 엎치락 뒷치락 다툼을 벌였던 왕자들이 다시만나 화해의 손을 내밀며 서로 '형님먼저,아우먼저'라며 느끼한 미소속에 다섯 번째 내놓은 현대그룹의 자구안인 셈이다. 그런데 강건너 불구경 하듯 현대의 '자업자득'을 질타할 정도라면 왜 굳이 현대의 자구안에 쏠리는 국민관심이 이렇게까지 무거울 수 있을까. 지금 현대의 대주주와 최고경영진이 국민경제에 미친 충격과 손실은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탈출구 모호한 현대사태의 해법은 과연 있는것일까.(편집자주) |
현대가 내놓은 자구안의 규모는 당초 1조원을 훌쩍 넘은 1조2천여억원에 달한다. 이 마지막이 돼야할 다섯 번째 자구안에서 현대측은 “이것으로도
자력갱생이 어렵다면 모기업인 현대건설의 생사를 정부와 채권단에 맡길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자구안은 여전히 의혹이
남는다. ‘솥뚜껑만 봐도 놀라게된’ 국민정서가 쉽게 낙관의 점수를 줄 수 없게 만들기도 했거니와 무엇보다 현대의 실질적 대주주나 원칙없는 정부태도에
선뜻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국민정서
‘가능성은 있되 낙관할 수 없는’ 이 현대 자구안의 의미와 전망은 무엇인가. 현대는 이번 자구안에서 전자는 계열분리하고 금융은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그룹을 1년안에 주력업종별로 자진 해체한다”는 모토아래 나온 결론이다. 이처럼 현대가 금융매각과 중공업 전자 등을 계열분리할
경우 그룹은 사실상 건설과 상선을 주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즉 종합상사를 비롯한 생명, 선물, 기술투자, 정보기술 등은 매각 또는 분사하고
대북사업과 해외사업 중심의 5~6개 미니그룹 형태로 가는 그룹의 새판짜기가 이뤄지게될 것이란 얘기다.
문제는 여전히 건설이다. 이번 자구안으로 시한부 부도유예 상태에 놓여있던 건설측은 은근히 ‘살게됐다’는 안도의 한숨인 듯 하지만 당장의
위기를 모면케 된다하더라도 내년 한해동안 건설에 돌아올 차입금만도 3조4천억원(회사채 1조8천억원, 기업어음 2천억원)에 이르고 올말로 만기연장한
차입금 7천억원이 더해질 경우 모두합해 4조1천900억원의 또다른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이어서 사태해결이 만만하지만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더욱이 건설 스스로 영업력을 배가시키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제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급선무지만 내년도 건설경기에
대한 전망마저 낙관적이지 못한데다 계열사들의 지원역시 기대하기 힘든 상태여서 건설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게 사실이다.
물론 자구계획을 내놓는 과정에서 정주영 전명예회장과 정몽헌(MH)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각각 900억원과 400억원의 사재를 출자해 오너의
강력한 자구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시장의 신뢰회복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MH와 함께 동반퇴진 대상에 올랐던 정몽구(MK) 현대자동차 사장이
여전히 계속적인 경영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MH역시 이번 사재출자를 계기로 또다시 경영복귀를 통해 건설을 장악케되는 사태가 재연됨으로써
자구의 강도와 속도에 묘한 의혹을 심어놓았다는 지적이다.
국민경제 회생이란 큰 틀과 원칙 아쉬운 현대해법
현대문제의 핵심은 현대자체의 자구안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해결원칙도 선행돼야 한다. 국민들까지 불안해 하는 모호한
현실론이 대두돼서도 안될 것이며 더더욱 대북사업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고려가 병행돼서도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동력의 부재와 경기침체라는
두가지 악재속에서 현대가 내놓은 자구안이 어떤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여부도 결국 현대가 감수하고 추진해야할 자구의 강도와 속도가 얼마나
강하고 빠른가에 달려있는냐에 모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