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이 야구 본토인 미국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단순히 한 선수에 그치지 않고 도미노현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미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선수들에게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어 향후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찬호 강속구 실종
지난 1994년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선수는 2002년 FA(프리에이전트) 대박을 터뜨리며 ‘LA(로스엔젤레스)다저스’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당시 5년 계약에 거둬들이는 수익은 6,500만 달러에 달해 아메리칸 드림은 현실로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박찬호의 텍사스에서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입단 첫 해인 2002년 25게임에 선발 출장하며 9승8패 방어율 5.75 탈삼진 121개로 시즌을 마감했다. LA다저스 시절 풀타임 메이저리거로서 평균 10승 이상을 기록하고, 방어율도 3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비록 적응기라고 하더라도 고액 연봉자를 매입한 텍사스로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2003년 시즌. 박찬호가 FA당시 허리가 좋지 않은 것을 숨기고 계약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지역 언론에 뭇매를 맞기 시작했다. 2003년 시즌을 6월로 마무리 한 박찬호는 2004시즌에 들어서도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맞은 2005시즌의 박찬호는 허리통증을 극복하기 위해 컨트롤 위주의 투수로 변화했다.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그의 변화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찬호는 6월5일 캔자스시티 전에서 100승 투수로 올라섰지만 5이닝 동안 6실점 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14대9의 스코어가 말해주듯 타선이 폭발하지 않았더라면 100승 달성시간은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게임당 2~8실점까지 하면서 들쭉날쭉한 피칭을 보여 7월30일 내셔널리그에서 선두를 다투는 샌디에이고 파드리드로 이적했다.
3일 열린 이적 후 첫 경기. 박찬호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적 후에도 팀내 최고 연봉 선수인 박찬호로서는 더 이상 추락하는 것을 막고 지구 1위로 복귀하는 데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었다.
그러나 결론은 4.1이닝 동안 8피안타를 받고 볼넷 3개를 내주며 7실점하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희섭 전문대타요원으로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그 타자인 최희섭은 시카고컵스에 입단이후 파워를 꾸준히 키워 새미소사를 이을 거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 됐다. 그러나 LA다저스로 이적 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 타격 감각이 살아날 때는 좌투수에 우타자를 기용하고, 우투수에 좌타자를 기용한다는 플래툰 시스템에 밀려 선발출장 기회가 줄어들었다.
타순 또한 2~7번을 오가며 타격 감각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더욱이 올스타전 이후 부진하자, 팀 대타요원으로 활용되면서 그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타요원으로 전락하면서 경기 출장기회도 줄어들어 이제 팀의 타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LA다저스 타순이 하위타선이고, 가능한 투수가 타석에 들어설 때 출장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플래툰 시스템으로 인해 상대투수가 우완일때 기회가 많다. 여기에 7회 이전에 등판을 기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최희섭은 지난 7월25일 이후 10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1루수임에도 불구하고 찬스에 약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LA다저스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득점권타율을 자랑하는 것은 포수 제이슨 필립스.
필립스의 시즌타율은 2할4푼2리에 불과하다. 최희섭이 2할4푼6리인 것과 비교하면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주자가 2루 이상 나갔을 경우 찬스에서의 해결능력은 필립스가 절대적으로 앞선다.
필립스는 득점권에서 최희섭의 시즌 타점(34개)보다도 많은 44타점을 올렸다. 득점권 장타율도 5할6푼2리나 된다. 반면 최희섭은 득점권에서 1할7푼7리의 저조한 타율과 함께 타점도 19개에 그쳤다. 트레이시 감독은 필립스의 해결 능력과 최희섭의 한 방 능력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주전 1루 자리를 필립스에게 준 셈이다.
원정서 고개 숙인 김병현
지난 1999년 아메리칸리그 신생팀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한 김병현은 이들에 비해선 좀 낳은 편이다. 김병헌은 메이저리그에 승격한 2001년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낯설은 잠수함이라는 특징도 한 몫 했지만 시속 150㎞를 던진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김병현이 선발을 고집하면서 구단과 마찰이 생겼고, 지난해 보스턴 레스삭스로 이적했다. 하지만, 보스턴에서의 김병헌의 위치는 어정쩡했다. 팀이 위급할 때는 마무리 등판도 했고, 간간히 중간계투로도 나왔다. 이는 선발 투수로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때문에 올 초 콜로라도 로키스로 이적 본격적인 선발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홈과 원정에서의 성적차이가 심해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김병현은 3일 현재 2승8패 방어율 5.14의 기록을 보이고 있다. 제5선발 치고는 괜찮은 성적이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팀내에서의 입지가 확고하지 못하다. 투수들의 무덤이로 불리는 쿠어스필드에서의 성적은 2승3패인데 비해 원정경기에서는 5패를 당하고 있다. 또 쿠어스필드에서 선발등판 했을 때는 매 경기 3점 이내로 막았지만, 원정경기에서는 5~6실점도 많았다. 원정경기 방어율이 7.22에 달해 투수로서는 낙제점이다.
구대성·김선우·서재응도 좌불안석
이들 3인방 외에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 선수에게 시련은 이어지고 있다. 일본에서 뉴욕메츠로 이적한 구대성은 7월22일 샌디에이고전 7회에 등판해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은 이후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하는 원 포인트 투수이다 보니 마운드에 올라설 기회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팀이 큰 점수차로 이기거나 지고 있을 때 조차 등판하지 못한다는 것은 팀내에서 그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정확한 컨트롤로 관중을 사로잡았던 서재응은 몸 상태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3개월여만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그러나 서재응의 이번 복귀는 장기적이라기 보다는 선발투수 스티브 트락셀의 자리를 메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재응은 지난 5월5일 필라델피아전에서 7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그날 이후 트리플A로 강등됐다.
김선우는 5월말 어렵게 얻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한 번의 실수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7월23일 휴스턴전 1.2이낭 동안 무려 10개의 안타를 얻어맞으며 8실점하는 최악의 투구를 한 데 이어 29일 애틀란타전에도 홈런을 맞으며 무너진 이후 메이저리그 무대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 비록 9일 플로리다를 상대로 선발등판 4이닝동 5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투구수가 63개에 불과해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