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위해 정부가 부지매입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를 해 온 시민단체와 주민들의 마찰이 심각해지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최근 세종대 학교법인 대양학원 재단이 논란에 휩싸였다.
대양학원이 소유하고 있는 평택 부지 41만평 중 27만평이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에 포함돼 있고 이는 전체 미군기지 확장예정지의 약 10%에 해당된다.
문제는 평택 미군기지 이전 반대 측에서 “비리에 몸살을 앓아온 대양학원에 제재완화를 대가로 토지매각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양학원에 “부지매각을 재고하라”는 요구를 주장하고 있다.
범대위 “대양학원과 정부 간 모종의 거래 있을 것”
토지보상에 따른 이해관계로 현재 기지건설 예정지 주민들은 경작인회 측과 범대위(평택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측으로 양분된다. 경작인회는 주로 해당지역 토지를 임차해 농사를 짓던 농민들이고 범대위 측은 과거 한국전쟁 이후 국유지로 전환, 분양한 땅에 정착해 살던 주민들이다.
그런데 해당 토지는 국유지로 전환되기 이전이나 지금까지 법적으로 대양학원 소유로 돼 있다. 따라서 범대위 측 농민들은 경기도 착오로 개인 소유 땅을 하루 아침에 내놓고 거리로 나앉게 될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범대위 입장에서 평택 미군기지 이전은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에 반드시 막아야 하는 중대사안인 것이다.
해당지역 평택 주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미군기지 인근에 비닐하우스를 쳐놓고 매일 저녁 촛불시위를 벌여오는 등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각종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 범대위는 이번 대양학원 소유 부지매각과 관련 지난달 11일 서울 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미군기지 재배치 사업을 조속히 시행하기 위해 평택지역 내 대양학원 부지매각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양학원은 지난해 12월 10일 평택부지가 기지 확장용으로 쓰이는 것을 전제로 해당 지역 농민으로 구성된 경기도 평택 신대, 도두지구 경작인회 측에 토지보상비 중 20%를 지급한다는 합의서를 정부 입회하에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대위는 “재단이 정부 대신 토지 보상비를 임차농민에게 지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대양학원과 정부 간 모종의 거래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범대위는 또 정부가 토지매각에 따라 대양학원이 내야 될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줬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칼자루 쥔 ‘대양학원’
세종대 학생회와 경작인회 소속이 아닌 농민들로 구성된 범대위는 “재단소유 학교자금을 교육 목적이 아닌 곳에 사용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맞서며 매각 자체에 반대해 왔다.
대양학원은 지난달 19일 오전 9시 평택미군기지 확장지역 안에 소유한 땅의 매각여부를 결정하기로 돼 있었으나, 토지매각을 반대하는 세종대 학생회와 교직원 노조의 저지로 이사회가 무산됐다. 이사진 9명 중 7명이 출석했으나 이들의 저지로 3명의 이사가 회의실에 참석하지 못해 정족수가 미달됐던 것.
학생회는 이날 “교육용 자산 매각에 있어 일방적으로 결정해서는 안되며, 교육기관에서 미군기지를 위한 토지를 매각해서는 안된다”고 강력 주장했다.
같은 시간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평택 신대리. 도두리 주민 100여명도 세종대 정문에서 대양학원이 부지매각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앞서 평택시 팽성읍 도두2리 주민 일동은 7월25일 대양학원 측에 평택미군기지 확장지역에 포함된 대양학원 부지매각을 재고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매각결정 난항 예상
주민일동은 탄원서에서 “50년 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보상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나 바다를 막아 농지를 이루고 어렵게 옥토로 만들어놨는데 이제 와서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미군기지 확장을 강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또 “우리 중 다수는 어디 가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도 힘든 60~70세 이상의 노인이다. 보상 몇 푼 더 받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면서 “대양학원이 미군기지 확장 대상지역에 포함된 소유 부지를 정부에 매각하게 되면 법적 근거가 상실돼 살지도, 싸울 수도 없게 된다”고 절박한 처지를 호소했다.
나락으로 내몰린 범대위 측 주민입장에서 한가닥 희망은 대양학원이 부지매각 결정을 철회하는 것. 그 가운데에는 주명건 전 대양학원 이사장과 경작인 회측이 맺은 협의서가 있다. 주 전 이사장은 이미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지난 5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지난 12월10일 대양학원이 경작인회 측과 맺은 합의서는 주 전 이사장과 합의에 따라 만들어졌다. 따라서 비리로 물러난 전 이사장이 체결한 합의가 현 이사회 결정에서 인정될 수 있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세종대 학생회는 “부패재단 이사장으로서 퇴출위기에 처한 전 이사장과 정권의 밀실야합은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평택 주민들의 생존권 뿐만 아니라 세종대학교의 민주화 운동을 담보로 학내 구성원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더러운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대양학원 관계자는 “현 이사진들은 전 이사진의 결정(토지매각)을 존중한다”고 말해 부지매각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20%를 보상금을 주는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에 저촉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해 곤란한 입장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현재 대양학원 이사회 9명 중 7명은 재단비리 해결을 위해 교육부에서 파견한 관선이사. 그들은 구 이사진과 입장을 달리하고 있으나, 이번 토지매각 건은 과거 이사진 결정을 존중한다는 방침이어서 매각결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올 연말까지 기지 이전 예정 부지를 모두 매수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계획대로 일정을 강행해 마찰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