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에게 술 따르기를 강요해 여성가족부로부터 성희롱 시정권고를 받은 김 모 교감(54)이 낸 의결처분취소 소송이 1,2심 모두 “성희롱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여성, 노동단체들이 “명백한 성희롱을 부정한 판결”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여성, 노동단체들은 “서울고등법원이 ‘가해자 김 씨의 인격권 침해 가능성’을 운운하며 이것이 풍속과 사회질서를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보수성을 드러내고 성차별에 대한 책임감 있는 판단을 내려야 할 법원의 의무를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여성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하는 성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 사법기관이 보다 선도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등은 지난 21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2에서 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며 1,2심 판결에 대한 평석회를 열었다.
이날 평석회에선 ‘회식자리 술 따르기 강요가 왜 성희롱인가’를 주제로 이호중 한국외국어대학 법대 교수, 박덕준 전교조 여성위원장, 서민자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이지선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등이 토론을 진행했다.
이호중 교수는 “성별 권력의 맥락을 고려해 볼 때 가해자의 행위가 지니는 ‘성적 의미’를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이 판결은 가해자의 성적 의도를 판단의 중심에 놓음으로써 술따르기 강요 행위의 ‘성적 의미’를 탈색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선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우선 여교사들에게만 술을 따르라고 2차에 걸쳐 강요하는 행위가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에 의한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지 아니한 문제가 있다”면서 “이에 기하여 ‘성희롱’에 해당한다면 이는 여성부의 ‘성희롱으로 결정한다’는 처분을 취소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소송은 여성가족부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