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하지 않는 풀뿌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벌의 힘은 사자의 힘과는 달리 연대에서 나온다. 사자를 에워싼 벌떼처럼 연대하지 않는다면 벌은 아무 것도 아니다.”
내년 5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8개월여 앞두고 초록정치를 여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006년, ‘돈과 정당에 줄서라’는 제도의 폭력에 맞서는 이들 초록정치가들은 9월26일 ‘지역을 바꿔 세상을 바꾼다’는 기치아래 오는 10월24일까지 서대문 초록정치연대(02-312-2646)사무실에서 제1회 지방자치학교를 진행중이다.
김혜련 시의원은 성공할까?
초록정치연대 지방자치의원단 김혜련(30) 고양시의회 의원은 2002년 지방선거때 주민들과 함께 아파트 바로 옆에 지어지는 나이트클럽과 러브호텔을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면서 기초의회에 진출했다. 러브호텔저지공동대책위를 꾸려 활동하면서 그녀는 주민들과 함께 누구보다 우리를 대변해줄 시의원이 절실함을 느꼈고 또 그런 열렬한 지지를 모아 의회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내년 5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그녀는 한마디로 ‘돈과 정당에 줄서라는 제도의 폭력’이라고 일축한다. 지난6월 개정된 ‘공직선거법’에 따라 기초지방선거에 중선거구제가 도입되고 정당공천제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의 고민은 무엇일까. 따라가 보면 이렇다. 내년 5월 지방선거가 가까워오면 주민들은 우편으로 배달된 후보자의 선거공보물을 받게 된다. 광역단체장 4장, 광역의원 4장, 광역 비례대표 6장, 기초단체장 4장, 기초의원 8장, 기초비례대표 4장 등 최소 30장 이상의 공보물을 받는 것이다.
“괜히 정당 후보를 찍지 않으면 내가 찍은 사람이 안될 것 같다. 무소속 여성후보는 당선가능성이 지난번과 달리 없을 것 같다. 지방선거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데 나도 정권 평가하는 마음으로 투표해야겠다 ….” 김 의원의 고민은 바로 이런 혼란을 기초의원을 뽑는 유권자들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지사나 시장도 아닌 지역 일꾼을 뽑는 기초지방선거가 소신투표를 밀어내고 정권에 대한 평가로 바뀐다면 한마디로 마을경로당 짓기나, 방과후 학교활동, 러브호텔 마저도 정당따라 줄서기 하는 의원들로 판이 갈려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초록정치는 생활정치
9월26일 오후3시. 서대문 초록정치연대 강의실엔 제1기 초록정치연대 지방자치학교가 열렸다. ‘지역을 바꿔 삶과 세상을 바꾼다’는 작은 플랜카드가 정면에 조촐하게 걸리고 20여명이 채 안되는 풀뿌리 초록정치지망생들이 ‘우리는 지역과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수 있는가’를 골똘히 모색했다.
카톨릭대 이영자 교수는 ‘시대 삶, 새판 짜기 정치의 전망’을 얘기했고 초록정치연대 서형원 간사는 ‘초록 지역정당과 새로운 정치운동’을 토로했다.
“최근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수많은 풀뿌리 주체들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중앙이 제멋대로 만들어내는 장단에 맞추느라 우왕좌왕 하는 풀뿌리는 중앙의 장단에 철저하게 종속되어 있는 현실. 풀뿌리 주민자치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지역을 넘은 연대는 피할 수 없다.”
초록지역정당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강의를 진행한 서형원 간사는 “2006년 지방선거가 개인과 개별 단체 차원의 지방자치 참여에서 지역 시민사회가 폭넓게 참여하는 지역정치운동, 즉 초보적인 지역정당운동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6 풀뿌리 초록정치네트워크는 가능할까
그는 “도봉 시민정치네트워크 무지개, 군포풀뿌리정치연대, 고양초록정치연대 등이 단체나 활동가들의 협의틀을 넘어 지역의 대중적 정치세력으로 나아가느냐의 여부가 관건이긴 하지만 풀뿌리와 초록을 지향하는 지역시민정당을 추구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6풀뿌리·초록정치네트워크(준)는 실제 5개 단체와 6개지역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간의 시민사회운동을 기반으로 2006년 지방선거에 참여할 개인 및 지역, 부문단체들의 네트워크이며 선거참여의 성과를 바탕으로 풀뿌리 정치운동의 수평적 연대에 기초, 생명 평화 성평등 풀뿌리 민주주의 등의 대안,초록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추진한다는게 공식입장.
고양,과천,군포,부천,성남,수원,안산 등이 참여한 경기풀뿌리초록정치네트워크는 초록정치연대의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불과 8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06년 지방선거. 저항할 수 없는 정당중심 선거제도 속에서 약자와 여성, 서민의 생활정치를 대변할 지역정당의 정치세력화는 수면아래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