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재선거에서 0대4로 완패한 열린우리당은 한마디로 ‘이럴수가’다. 망연자실 할 사이도 없이 지도부 퇴진론마저 불거져 문희상 당의장 체제는 말그대로 사면초가. 하지만 4대0 완승을 거둔 박근혜 체제의 한나라당은 실로‘박풍’실감이다. 아예 내년 5월 지방선거까지 ‘블루오션’표밭다지기로 나서겠다는 자신만만함까지 고개를 내밀 정도다.
양강 무색했던 ‘몰패’
‘노풍 대 박풍’대결이라는 양강구도로 주목됐던 대구동을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이강철 전 청와대시민사회수석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후보에 약 6천여차의 표차로 패했다.
길게는 지난 17대총선 이후부터, 짧게는 최근 6개월이상 대구에 올인하며 한나라 텃밭에 열린우리당의 깃발을 꽂겠다던 이 전 수석은 15대1의 공천경쟁마저 무마시킨채 한나라당이 ‘전략공천’처럼 재선거 20여일전 이 지역에 출마를 확정지은 유승민 후보에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이 재선거 참패의 원인을 굳이 지도부에 묻지 않는다는 듯 ‘내 탓이오’를 들고 나왔지만 당안팎 대세는 이미 문희상 체제 해체를 넘어 지방선거, 대선을 위한 ‘새틀짜기’로 굳혀지는 모습이다.
한나라 민심 받들어 ‘민생올인’ 기대
승리를 만끽한 한나라당은 위풍당당한 모습이다. 재선거 하루뒤인 10월27일 박근혜 당 대표는 국회에서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국민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이번 선거는 현 정권의 경제실정에 대한 준엄한 평가였다”며 “정부 여당은 왜,무엇이 잘못 됐는지,민심이 왜 이런지 깊이 헤아려 바르게 나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몰패한 열린우리당이나 완패한 한나라당이 재선거 이후 각각 주목되는 이유는 무얼까. 30%대 저조한 투표율 속에서 민심을 실감한 두 당에 주는 국민의 메시지는 단순히 좌절과 승리로 귀착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선거결과는 꼭 한나라당이 좋아서라기 보다 현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반영해 준 것 같다. 정부가 현실성 있는 경제정책을 세워나가길 바란다.”
“민노당 울산패배가 무엇보다 아쉽다. 국회의원,구청창,구의원 모두 갖고 있다 의석을 잃은게 민주노총 비리, 강정구교수 색깔론을 전개해 특정 정당이 마치 보궐선거용으로 활용한 듯한 느낌도 든다.
이번 재선거를 민심의 반영이라고 보지 않는다. 단지 내년지방선거에서 구국보수에 대한 연대전선이 갖춰지길 바랄 뿐이다.”
한 30대 직장인과 민언련의 한 활동가가 각각 들려준 재선거 메시지는 어찌됐든 주목된다.
색깔론, 민주노총 비리 ‘보궐선거용’승리?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10.26재선거 참패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압승을 박 대표의 지적대로 민심을 받든 ‘민생올인’으로 해석한다면 이또한 당연하고 다행스런 일일 듯 싶다.
선거가, 정치가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놔준다’는 얼토당토한 정치꾼들의 객적은 호언장담이 될 수 없듯, 남은 정기국회가 더 이상 색깔론 시비나 기세잡기로 엇나가지 말기를 바라는게 오늘 대한민국의 민심천심 아닐까.
10.26재선거 ‘올’앤드 ‘낫싱’
한나라당 ‘완승’, 열린우리당 ‘완패’, 민주노동당 ‘석패’
10.26재선거는 예상했던 대로 ‘올(All)’ 앤드 ‘낫싱(Nothing)’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부천원미갑, 경기광주, 울산북구, 대구동을 네 곳에서 치러진 재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이 4곳 모두에서 완승의 쾌거를 올린채 밤 11시가 조금지나 모두 종료됐다.
총유권자 53만8,046명중 총투표 21만3,669명을 기록한 이날 재선거 투표율은 39.7%를 기록했다. 최고투표율은 울산이 52.2%로 가장 높았고 최저투표율은 경기지역으로 31.9%에 머물렀다.
개표결과 대구동을은 모두 7만232명이 투표했으며 1위는 한나라당 유승민 후보가 3만6,316(52.0%)표, 2위는 열린우리당 이강철 후보가 3만789(44.0%)표를 득표했다.
울산북구는 5만412명이 투표했으며 1위는 한나라당 윤두환 후보가 2만4,628(49.1%)표를, 2위는 민주노동당 정갑득 후보가 2만2,835(45.5%)표를 기록했다.
경기 부천시원미갑은 총투표자 3만8,662명으로 1위는 한나라당 임해규 후보가 1만9,424(50.5%)표를, 2위는 열린우리당 이상수 후보가 1만2,851(33.4%)표를 득표했으며 민주당 조용익 후보는 3,195(8.3%)표를 얻어 3위에 그쳤다.
경기광주는 모두 5만8,045명이 투표했으며 1위는 한나라당 정진섭 후보가 1만9.143(33.2%)표를, 2위는 무소속 홍사덕 후보가 1만7,812(30.8%)를, 3위는 열린우리당 이종상 후보가 1만154(17.6%)표를 각각 득표했으나 민주당 이상윤 후보는 8,183(14.2%)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번 재선거로 열린우리당 의석은 144석, 한나라당은 123석에서 4석이 늘어 총127석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