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한중인수 ‘백지화 하라’
3년적자의 두산이 ‘배보다 더큰 배꼽’ 갖게된 배경뒤엔 금감위(?)
총자산 1조7천억원의 알토란같은 회사가 3천억원에 팔렸다. 웬만한 장사꾼이라면 장사의 ABC만 알아도 이 ‘땅짚고 헤엄치는’ 폭리를 포기할리
만무했을 정도로 ‘거저 먹은거나 마찬가지’ 거래다. 그런데 벌떼처럼 모여들줄 알았던 이 알토란 경매에 참가한 ‘중도매인’은 단 2명, 그중
하나는 다른 하나를 위한 ‘들러리’란 루머마저 팽배했고 마침내 ‘짜고친 고스톱’ 처럼 회사는 ‘예정된’ 주인에게로 걸어들어갔다.
1조7천억원짜리 경매물건이 3천억원에 특혜(?)입찰
지난해 12월12일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그 알짜배기 경매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두산그룹(회장 박용오). 재계 자산서열 12위선에 머물던
이 그룹은 한중인수와 함께 일약 ‘서열8위’ 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두산의 한중인수는 몇가지 측면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특히 한중이
정부 공기업중에서 9년연속 흑자를 기록할만큼 알짜배기 기업이었던데 반해 두산은 95년이후 3년연속 엄청난 적자를 기록해 온 기업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95년 한해 두산그룹 29개 계열사의 적자액은 9000억원에 이르렀다. 부채비율역시 95년 625%, 96년 688%, 97년 610%로
3년연속 최악을 기록했다. 두산이 이 3년여 기간동안 29개 계열사를 23개로, 다시 (주)두산 등 주력 4개사로 통합한데 이어, 주력기업이었던
음료사업까지 코카콜라에 양도하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지만 ‘어떻게 엄청난 적자에 허덕였던 기업이 정부의 알짜배기 공기업을 인수할
수 있었는지’의 의문은 뿌리깊게 남는게 사실이다.
사실 현정권의 2대 특혜로 불리우는 현대와 두산의 정경유착은 이미 야당에서나 많은 현직 고위관리들로부터 원성의 초점이 돼왔으며, 그 이면에는
기업의 생사권을 쥐고있는 금감위와 재정부, 그리고 권력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비난마저 적지않았다. 물론 두산이 한중을 인수하게 된 경위가
현정권이 끝날무렵 청문회 등을 통해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씩 하나씩 그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어찌됐든 상식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일들이 이
정권에서도 이뤄지고 있다는 비난만큼은 면키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두산의 베일에 싸인 한중인수를 둘러싼 한국중공업 노동조합(위원장 김창근)의 의문제기 역시 강도높다.
이와같은 의문은 한국중공업 노동조합(위원장 김창근)에서도 강도높게 제기된다. 노조측은 두산이 최근 자사출신 경영진 11명의 한중배치에
이어 실시한 명예퇴직 조치와 관련 ‘명백한 강제퇴직’이라며 두산의 구조조정 저의에 의문을 던져논 상태다.
“소주에 맥주팔고, 햄버거 장사하던 친구들이 평생을 쇠를 만지고 산덩이만한 보일러를 만들어 온 우리를 무얼 얼마나 안다고 단숨에 자르겠다는
건가… 두산은 한중인수를 위한 전체 금액(3057억원)중 305억원을 납부한 후 한중의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에 계약서
공개를 요구하였으나 응하지 않고 있다.”
한중노조측의 이 두가지 의문제기는 어찌보면 ‘배보다 더 큰 배꼽’ 한중을 두산이 인수한 후 재계에서 끊임없이 떠돌던 낭설들을 가장 현실적으로
대변해주는게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소주에 맥주팔고, 햄버거 장사하던’ 두산이 3년연속 적자폭을 극복하고 정부의 알토란같은
공기업을 인수했다. 그런데 중공업 쪽에는 아예 일체의 경험이나 특별한 ‘노하우’조차 없는데다 인수팀으로 두산측이 파견한 11명의 팀장은
경영학 전공의 박지원씨(박씨는 두산 박용오 회장의 조카이자 박용곤 명예회장의 2남으로 알려진다), 그나마 두명의 부사장단중 한명이 대우중공업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 정도일뿐 중공업전문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3백억 계약금만 내고 ‘웬 경영권 행사’
노조는 바로 그 인수팀이 1조7천억짜리 기업을 3천억에 인수한 것도 놀랄일인데 그나마 3백억 계약금만 덜렁 내놓고 경영권을 행사한다며
‘희망퇴직 운운’ 하는게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뭔가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엄청난 특혜가 가능할 수 없다’는 의혹이 설득력을
지닐 수 밖에 없다.
‘특혜’니 ‘무슨 무슨 커넥션’이니 하는 질문에 대해 두산측은 두말할 나위없이 ‘사실무근’임을 일축한다. 한중인수를 놓고 경합을 벌인
스페코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재계와 노동계의 소문에 대해서도 “오히려 스페코 뒤에 현대가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뿐이고, 그밖에 다른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부분은 개인사정이었을 것”이라는 응답이다. 끈질기게 소문으로 제기돼온 ‘금감위 이근영위원장과의 유착가능성’과
‘뇌물수수 의혹’들에 대해선 당연히 ‘아는바 없다’는 답변이다. 그런데 1조7천억원짜리 기업을 3천억원에 인수받고 고작 3백억원 계약금만
낸채 130만평이 넘는 어마어마한 알토란 공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 엄청난 쾌재에 왜 다른기업은 입찰조차 하지않았던 것일까.
‘진로 카스맥주의 두산인수를 둘러싸고도 금감위 이위원장이 개입된걸로 안다’는 소문에서 부터 ‘부채비율이 그렇게 큰 회사가 어떻게 한중을
운영할 수 있는가’라는 의혹, 또 ‘한중인수로 권력의 축을 이용한 두산의 돌파구 찾기 모색’이라는 심상찮은 루머에 이르기까지 두산을 둘러싼
무수한 소문들은 끝갈데를 모른다.
“중견그룹이 들어와야 한중을 유지·발전시킬 수 있다는게 회사측 논리였다. (정부가) 8개나 되는 기업들에게 입찰에 응하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들었지만 결국 아무도 입찰에 응하지않았고 우리는 왜 두산이 한중을 인수했는지 자세히 알 수 없다.”
노조 김창근(46)위원장은 그러나 베일에 싸인 정-재계 커넥션보다 우선 급선무가 “정부와 두산이 고용보장, 단협승계와 함께 어떠한 경우에도
제3자에게 한중을 매각하지않고 성장 발전시켜야 할 것임”임을 강도높게 제기한다. 대한중석이 과거 60년대 국가발전을 주도한 알짜공기업이었으나
사기업인 거평(아이러니컬하게도 거평프레야와 두산그룹이 있는 두산타워는 동대문에 함께 소재하고있다)으로 민영화된후 개인의 호주머니만 불려준채
결국 해외로 매각된 뼈아픈 과거를 반복해선 안된다는 첨언인 것이다.
대한중석과 거평, 두산과 한중엔 ‘뭔가가 있다’
오는3월 두산이 정식으로 입찰금을 치르기전까지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이 ‘일종의 사전 땅고르기’라는 노조측은 “투명하지 않은 정부의 조치가
인수이후에도 두산측으로 하여금 여전히 입찰의향서나 낙찰계약서 공개조차 꺼리게 함으로써 의혹만 가중시켜 놓고있다”는 주장이다. “한중인수로
중간재 산업으로의 전면개편이 예견되고 있다”는 두산측의 얘기가 여전히 재계를 떠도는 무수한 소문과 노조의 반박앞에서 ‘공허함’을 더해놓을
수 밖에 없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