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밖의 정권과 함께 숨 쉬며 산다는 것이 이처럼 힘든 것인지 몰랐습니다.”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있었던 민주노총 주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집회에는 1만 2천여 명이 참가 절규에 가까운 구호가 터트려 냈다.
이들 비정규노동자들은 집회 내내 ‘노동자를 정부에 팔아먹으려 하고 있다’, ‘노동자 다 죽이고 무슨 교섭이냐’ 등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구권서 전국비정규직노동자연맹(이하 전비연) 의장은 “비정규 권리입법 연내 마무리를 위한 한국노총의 결단이 투쟁전선에서 이탈해 노동계의 항복 선언을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비정규노동자와 함께 권리입법 쟁취투쟁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한국노총의 수정안에는 현장 비정규 노동자들의 절박한 절규가 담겨있지 않다”며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고 2년 내 언제든지 해고를 가능케 하는 법안으로 누가 봐도 개악안”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역시 성명서를 발표해 “길게는 6년에서 1년 넘게 장기투쟁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통을 정부의 개악안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한국노총은 한 손에는 피를, 한 손에는 법을 들고 노동자를 기만하는 정부와의 타협을 즉시 중단하라”며 거듭 수정안 제출 철회와 연대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현장의 목소리 좀 들어라”
지난 21일부터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전비연은 현재 민주노총의 비정규직권리보장입법안에 더해 이주노동자의 단속과 추방 중단 및 노동허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노동자 양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정부의 기간제법 및 파견법의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기존의 노사 절충안 자체를 거부해왔다.
때문에 이번 한국노총이 발표한 수정안, 특히 기간제 근로자의 사유제한 대신 2년간의 사용을 허용한 부분과 파견근로기간을 제시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지난 30일 한국노총이 제출한 수정안은 △기간제 사유제한의 포기(사유제한없이 2년까지 사용) △불법파견 고용의제의 포기 △사용사업주 책임의 포기 △특수고용노동3권의 유보 등이다.
한편 전비연 노동자들은 이날 집회를 마치고 대부분 가두행진을 벌였고 시위 마무리 단계에서 20여명의 노동자들이 국회 본청을 기습해 시위를 벌리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같은 장소에서 ‘비정규권리보장입법 및 민중생존권 결의대회’라는 주제로 계속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