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대신 그림을 보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미술가에는 신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이 한창이다. 새해를 기원하는 일종의 의식을 그림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은 새해맞이의 개인적 행사로 뜻 깊을 듯하다.
장수 부귀를 의미하는 화려한 문양
새해가 되면 예로부터 사람들은 부귀와 번성을 기원했으며, 이 내용들을 문양이나 글귀로 표현했다. 특히 정월 초에는 이러한 길상문을 집안에 걸어놓는 것이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네 풍습으로 내려오고 있다.
이런 복된 전통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길상전(吉祥展)이 갤러리 진선에서 6일부터 2월5일까지 열린다. 이번 길상전은 크게 길상문양과 길상어문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길상문양은 장수 부귀 다남 등을 나타내는 문양을 중심으로, 길상어문은 길상의 뜻을 담은 한자를 기하학적으로 표현한 글자들로 구성돼 있다.
전각의 기원은 신석기시대 질그릇에 문양을 찍는 것에서부터 시작돼 중국의 주 진 한 시대를 지나면서 예술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전각은 칼로 돌 나무 금속 위에 문자를 새긴 다음 인주를 묻혀 종이에 찍어내어 나타내는 인영(그림이 찍힌 영상)을 감상하는 예술이다.오랜 세월동안 한자 서체 중 하나인 전서를 새기면서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전각은 자법(글씨를 쓰는 법칙), 장법(구성), 도법(칼과 끌을 운전하는 법칙)을 통해 평면예술에서 입체예술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늘날 전각은 문자 그림 조각이 결합된 종합예술로서 독자적인 입지를 구축하며 동양예술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전각의 종합적이고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하며 작업해온 정병례 작가의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새해에 주고받는 그림
선조들은 설날 아침이면 세배를 하듯 그림을 주고받았다.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잡귀를 쫓는 내용이 담긴 이런 그림을 세화(歲畵)라고 불렀다. 세화는 민화의 한 갈래로 궁에서는 화원들이 그려 궐내 출입문이나 곳간에 붙이고 관리들에게 나누어주었으며 궐 밖에서는 사대부나 일반 서민 무명화공이 제작해 퍼뜨렸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이 이런 세화를 현대 미술가들이 새로운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모아 송구영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를 마련했다. ‘세화견문록(歲畵見聞錄)’이라는 주제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미술가 16명의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디자인 사진 작품 70여점을 모았다.
출품 작품들은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도발적인 것까지 다양하다. 조선시대 민화 모란도의 형식을 빌린 김근중의 회화, 길상동물 12가지가 등장하는 임영길의 입체설치 등은 전통의 향기가 진한 반면, 서은애 박지나 홍경택 홍지연 구성연 데비한 등의 젊은 작가들은 전통미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면모가 돋보인다. 전시는 2월12일까지 진행된다.
병술년 개의 해를 맞아 개를 소재로 한 창작민화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듯하다. 민화 작가 서공임(45)씨가 호랑이(1998), 용(2000), 닭(2005)에 이어 4번째로 여는 띠 그림 전시회. 3일부터 2월5일까지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사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개 그림 20여점과 용 호랑이 닭 해태 등의 길상화들이 전시된다. 12지신도 등 총 40여점을 선보인다.
민화 특유의 화려한 오방색도 보이기는 하지만 개 그림은 닭이나 호랑이 등과는 달리 무채색이 많아 차분한 분위기가 특색이다.
<그림1>
<그림2>
<그림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