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벼루와 함께한 25년 ‘삶 그리고 사랑’
동안(童顔)의 ‘벼루달인’ 우수공예기능인 홍성호씨
세상에
흔하지 않은게 ‘달인’이다. 주말 TV앞에 앉아 퀴즈쇼를 풀며 ‘달인’의 등장을 점쳐보기도 하지만 ‘고지가 저긴데’ 아쉬워하며 여지없이
미끄러지는 참가자들만 봐도 ‘달인’은 듣긴좋을지언정 되긴 어려운 ‘도전의 단어’인게 틀림없다.
충북 제천시 신백동 홍성호(41)씨. 홍씨역시 우리시대 ‘달인’을 꿈꾸는 사람중 하나다. 그런데 그의 꿈은 좀 특별하다. TV앞에 흥미삼아
앉아 꿈꾸는 ‘퀴즈의 달인’도 아니려니와 평범한 이들이 되고싶은 소위 ‘도사’의 경지는 더더욱 아니다. 고연당(古硯堂)이라는 그의 호에서
풍겨지듯 홍씨가 되고싶은 ‘달인’의 경지는 바로 벼루제작, 그중에서도 우리의 전통미를 제대로 담아낸 전통벼루를 만드는 일이다.
전통벼루 제작 어언 천여점, 그래도 아쉬움만…
20도 채안된 청년의 나이에 벼루제작을 시작해 어느새 불혹(不惑)을 훌쩍 넘은 나이. 저 유명한 전통벼루 명인 송길언 선생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고집스레 험난한 외길을 걸어왔지만 홍씨는 단연코 ‘달인’은 아직 멀었단다.
“진흙이 굳어져 된 바위 ‘정판암’을 찾아 충청도며 강원도를 헤매다니고 길고 험한 탐석의 시간만큼 험난한 돌깍기 작업, 그 고된 과정을
거쳐 ‘달맞이 연(硯)’이 세상에 선보였을 때의 감동이란…” 홍성호씨는 자신의 지난한 전통벼루 만들기 흔적이 지난해 ‘동아공예대전’에서
전통공예 입선의 영광으로 다가왔을 때를 지금도 잊지못한다.
하나의 벼루를 만들기위해 보름이상의 구상과 작업시간을 거쳐야하는 힘겨운 과정, 우물에 비친 달을 벼루에 담아내려 애썼던 지난 97년의
‘전승공예대전’ 기억과 함께 가슴을 ‘싸아’하게 적시는 ‘월정벼루’의 모습이 눈앞에 성큼 다가선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일을 이해못하죠. 20여년전 처음 스승님이 돌덩이에서 이 전통벼루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며 제가 느꼈던 감동을 지금도
말로 다할수 없는데… 글쎄요, 제게 남겨진 과제가 바로 이 전국을 다 뒤져도 다섯손가락안에 꼽을까말까한 전통벼루 제작 고수자를 서로 격려하고
또 인식의 폭 역시 확대해 나가는게 아닐까 합니다.”
전통벼루 널리 알리고싶어 ‘고연방(古硯房) 전시회’ 계획중
고연방(古硯房. T.043-643-5354)이라는 그의 작업실에서 풍겨져오는 묵직한 전통벼루들의 즐비한 행렬. 이곳 제천에 17년이상
터를 잡은채 홀로 벼루만들기 작업을 해온 이유역시 이일대에 즐비한 재료들때문이었다는 ‘단순명인’ 홍성호씨. 홍씨는 그간의 화려한 공모전
활동을 이제 대중속으로 끌고들어갈 참이다. 대중의 관심이 적은탓에 전통벼루쪽에선 아예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조차 공석인 상태지만, ‘누가 굳이
알아주지 않아도’가 아니라 ‘이왕이면 많은 이들이 알고 즐겨찾는’ 사군자의 벗 ‘벼루’를 일상속에 심어놓고싶어 그는 자신의 천여점 작품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50여점을 엄선해 고향같은 이 곳 제천에서 돌아오는 6월쯤 ‘고연방(古硯房)전시회’를 가진 예정이라고 한다.
진흙이 돌이된 긴 세월만큼이나 장고(長考)하며 묻혀있던 전통벼루들의 행렬이 눈부시게 펼쳐질 홍성호씨의 전시회에 초대될 지인들이 넘치고
또 넘쳤으면 싶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