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난세에
영웅이 출사하듯이, 시대가 어려울수록 독자들은 난세의 영웅에게서 삶의 지표를 찾으려고 한다. 450년전 센코쿠 말기의 혼란함을 평정하고자
했던 영웅들의 자취를 담고 있는 <야망패자> 가 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야망 패자>는 일반인에게 널리 읽힌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같은 센코쿠 말기를 무대로 삼아 통일을 향한 시대의 움직임을
그린 소설이지만, 그보다 한 세대 앞선 시기를 다룬다. <야망 패자>는 구체제의 수호자 우에스기 겐신과 극단적인 혁명가 오다
노부나가, 그리고 그들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다케다 신겐, 이 세 명의 지도자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야망 패자>는 1부 ‘풍림화산의 깃발’과 2부 ‘쾌도난마의 깃발’로 이루어져 있고, 1부는 다케다 신겐, 2부는 오다 노부나가의
면모와 패업의 추구 과정, 그리고 대결과 승패의 시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내 편과 네 편, 선과 악 사이의 2분법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야망 패자>는 불확실한 현시대를 투영하고 있는 소설이다. 등장 인물의 움직임은 도덕적 기준이나 불국의 의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성향과 주어진 상황이 마주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야망 패자>는 앞 시기 일본 역사소설들에 비해 등장 인물들 사이의 복잡미묘한 심리관계를 천착하기보다 시대변화의 거시적 지표를
담는 데 치중했다. 전쟁이 주된 소재이지만 전쟁이 싸움터에서 시작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평범하다면 평범한 진리가 이소설에서는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광산을 개발하고 홍수를 방비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일상적인 사업들이 숨가쁜 전투행위 못지않은 박진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저자가
당시의 시대상황을 넓고 깊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망 패자>는 단순히 읽는 재미에 그치지 않고 센코쿠 말기의 일본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명분과 실리를 추구하는 명장 다케다 신겐, 천재적인 발상을 지닌 전국시대의 혁명아 오다 노부나가, 대의명분을 위해 일생을 바친 우에스기
겐신,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이 급변하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은 미리 주어진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성정과 주어진 상황을 냉철하게 살피며 오늘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땀이 쌓여 역사의 진로를 열어나간다는 것이 <야망 패자>가
담고 있는 교훈이다.
“가장 좋은 승리는 5할의 승리, 즉 신승이며, 그 다음은 7할의 승리, 즉 낙승이다. 10할의 승리, 즉 완승은 패배보다 못한 승리이다.
신승은 용기를 낳고 낙승은 게으름을 낳으며 완승은 교만을 낳기 때문이다. 10할의 승리에는 10할의 패배가 뒤따를 수 있지만 5할의 승리
뒤에는 패배하더라도 5할 선에서 수습할 수 있다.”
신겐의 이 말은 이 소설에서 수없이 찾아볼 수 있는 상식 밖의 교훈 중의 하나다. 인간은 누구나 완성을 추구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과정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절실하게 일께워준다.
지은이: 이자와 모토히코 / 옮긴이: 양억관
제1부: 풍림화산의 깃발(전4권)
제2부: 쾌도난마의 결단(전3권)
신국판 / 각권 7,800원
고병현 기자 bhgo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