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의 새벽
감독 각본: 김주만
출연: 정소영 / 이지현 / 성동일 / 윤용현
정회장의
정부는 자신의 또다른 애인과 공모하여, 로비자금을 가로채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곧 하이눈 호텔로 쳐들어온 정회장의 졸개들과 형사(길수,
재성), 그리고 909호를 606호로 착각한 무지막지한 해결사(라이트光, 파이프强)들이 엉키고 싸우며 아수라장을 만든다. 상황을 재압한
해결사(리이트光과 팡프强)이 누구 다리를 잘라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사이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 사내는 돈가방을 챙겨 무사히 호텔을 빠져
나오지만 그만 새벽길을 달리던 택시에 치고 만다.
택시 스페어 운짱 기훈은 스물두살 할 일없는 청춘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꿈은 여자친구 현희와 아담한 노래방 하나 차려 조용히 오손도손
살아보는 것이다. 하루하루를 근근히 이어가던 기훈은 새벽길에서 낮선 사내를 지게된다.
자신이 친 사내가 죽은 것을 알고 당황하던 기훈은 죽은 사내의 가방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발견한다. 엉청난 돈에 눈이 뒤집힌 기훈은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양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여자친구 현희에게 돈가방을 맡긴다. 돈가방에 얽힌 사연을 알길 없는 기훈과 현희는 지긋지긋한 도시를
떠나 둘만의 달콤한 핑크빛 미래를 꿈꾸게 된다.
묘연해진 돈가방의 행방을 쫓던 형사 길수와 재성, 돈가방을 찾으려는 정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해결사 라이트光과 파이프强 모두 새벽녘 현희가
근무하는 편의점에 모여들어 한바탕을 난리굿을 펼치게 된다.
영화 <7인의 새벽>은 세련미를 추구하는 한국영화에 반기를 드는 영화다. 정통서부영화라는 장르적 특징을 모조리 뒤바꿔버린 마카로니
웨스턴처럼 <7인의 새벽>은 멋진 그림보다도 현실을 솔직담백하게, 그러나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한국형 마카로니 웨스턴 <7인의
새벽>은 지금 관객의 심판을 받고 있다.
친 구
감독 각본: 곽경택
출연: 장동건 / 유오성 / 서태화 / 정운택
‘친구’라는
말에 사람들은 누구든지 가슴속에 그리운 얼굴을 떠올릴 것이다. 삶의 터전, 방식, 성격이 전혀 다른 네남자, 그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과
배신,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친구>는 우리의 삶 속에 오랜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 끄집어낸다.
2년여의 기간을 들여 시나리오를 직접 쓴 곽경택 감독은 <친구>를 통해 남자들만의 거친 삶, 진한 우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곽 감독은 작의적 카메라 워킹과 인위적인 플롯을 배제, 가장 낡고 가장 친숙한 ‘일상’의 한복판을 보여주려고 한다.
우정 그리고 배신, 준석과 동수역을 맡은 유오성과 장동건의 연기대결도 볼만하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이후 연기력을 인정받은
장동건은 대대적인 연기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장동건은 귀공자티를 벗어 던지고, 서릇한 눈빛의 100%토종 부산 사나이 ‘동수’로 돌변했고,
인간미가 물씬 풍기지만 카리스마가 대단한 진짜사나이 ‘준석’으로 다시 태어난 유오성에게선 이젠 무대포 냄새가 절대 안난다. <친구>에서
두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로 성장하지만, 서로 엇갈린 길을 가야했고, 막판에서 서로를 조율하는 맞수로 나온다.
<친구>는 70년대에서부터 90년대를 아우르는 문화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줘 관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나타나기만 하면
도망가기 일쑤였던 공포의 소독차, 이소룡과 쌍절곤, 디스코 청바지, 도끼빗, 테레비 녹음기, 구형 포니 택시, 그라나다 승용차, 성문기본영어,
수학정석, 여학생들의 허슬춤, 롤러스케이트장의 진풍경, 80년대 경쟁하듯 유행하던 나이키와 프로스펙스운동화, 누가바와 포미콘… 등이 학창시절의
오래된 사진첩을 다시 보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고병현 기자 bhgo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