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금속, 한국의 ‘효자산업’ 될 것”
‘합리적 세제개편 촉구’하는 한국귀금속보석기술협회 김태수 이사장
귀금속
시장은 찾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큐빅·다이아·진주·루비… 보석상안에 들어가면 도대체 어디다 눈길을 맞춰야 할지 아득하기까지 하다.
서울시 종로구 봉익동은 한마디로 국내 귀금속 시장의 ‘메카’로 대변되는 ‘서울의 티파니’
서울의 ‘티파니’, 종로 봉익동의 ‘귀금속 상가’
종로통을 따라 골목골목 끝없이 이어지는 쥬얼리(보석)들의 행렬은 강남에서 느껴지는 소비만능의 유희완 또다른 활기를 안고있어 좋다. 대략잡아도
1천여곳의 보석상점이 밀집해있는 이일대(봉익동) 예지상가는 1970년대 명동을 주축으로 붐을 이룬 수공 보석의 영광을 2001년 오늘,
종로로 응집시키며 막강한 파워를 실감케 한다.
“이곳 종로 봉익동 일대가 한국의 귀금속 산업을 주도하며 대중적 사랑을 얻기시작한게 벌써 1980년대 부터입니다. 명동이 핸드메이드(수공품)
제품들이 주를 이루던 70년대를 지나 점차 상권의 활기를 잃어갈즈음 기술자들이 점차 종로통을 중심으로 퍼져나가면서 종로는 새로운 귀금속시장의
메카로 부각되기 시작했던 겁니다. 이후 서민과 중산층의 발길을 잡는 다양한 세팅과 보석생산이 이어지면서 종로는 지금까지 국내 귀금속시장의
자리를 놓치지 않아 왔던 겁니다.”
재단법인 한국귀금속보석기술협회 김태수(46)이사장은 이제 한국의 귀금속시장이 더 이상 종로만을 메카로 하지않을것임도 아울러 강변한다.
3년여간의 IMF기간이 위기의 국내 보석시장을 ‘세계로향한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놓았다는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기 때문이다.
“내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국내 귀금속시장은 수출로 돌파구 모색을 시도했습니다. 70년대부터 축적돼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중동,
일본 등을 상대로 수출물꼬를 트기 시작했던거죠. 처음 미국의 교포시장에 국내 내수부진으로 쌓여있던 재고물량을 선보이면서 국내 귀금속시장은
새로운 수출의 장을 열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김이사장은 독특한 디자인, 우수한 품질로 평가받은 국내 귀금속의 인기는 곧바로 ‘날개돋힌 수출’로 이어졌다고 한다. IMF이전 연간 5천만불
수출에 불과하던 저조한 실적은 2000년 한해 일약 3억불 수출로 이어졌고, 수년안에 10억불 달성을 예견하는 것 역시 한마디로 ‘식은죽
먹기’란다.
2000년 한해 3억불 수출, 위기가 곧 ‘기회’
“큐빅제품이
주조를 이뤘지만 앞으로의 수출패턴은 보다넓은 수출활로를 갖고있는 다이아몬드 시장을 겨냥할 계획입니다. 물론 기존의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고부가가치를
높이는 ‘다품종 저량생산’으로 생산방식도 전환할 방침입니다.”
김태수 이사장을 단장으로 협회측은 최근 5박6일간의 미국 ‘올랜도 JCK 쇼’에 참석하고 돌아왔다. 당연히 참가목적은 염불보다 ‘잿밥’인
수출물꼬 트기. 예상했던대로 14개 중소업체로 꾸려졌던 김이사장 일행은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100만불 상당의 수출예약을 올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귀금속 산업은 IMF시대 한국의 ‘효자산업’으로 발돋음하고 있습니다. 어느산업도 우리업계처럼 위기를 기회로 삼지못했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중요한건 무작정 수출만이 능사가 아니라 어느 종목을 어떻게 고부가가치를 높여 달러를 벌어들이냐겠지요.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서 벗어나
다이아시장을 겨냥한 다품종 저량생산을 시도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년여 기간 협회 10대 이사장직을 수행해오는 동안 김이사장은 자신역시 70년대 명동을 근간으로 잔뼈가 굵어온 귀금속업계 ‘베테랑’이지만
이처럼 뼈를 깎는 업계내부의 자성과 함께 무엇보다 업계를 바라보는 정부당국의 인식역시 이제는 제고돼야 할 것이라고 강변한다.
“귀금속 산업이 ‘효자산업’으로 자리매김 하기위해서는 제 살 깎기 과당경쟁으로 국제경쟁력을 낮추는 행위도 자제해야겠지만 정부역시 이 산업이
갖는 고부가가치를 높이 사야 한다고 봅니다. 알다시피 귀금속산업은 기술력이 관건입니다. 초기투자 이외엔 따로 재투자 들지않으면서 인력고용
창출에 큰 몫을 해내지요. 또 무엇보다 원자재가 없는 나라에서 일등 ‘수출공신’ 노릇도 하고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중증장애인이 아닌이상
장애인 고용률도 타업종에 비해 월등히 높아 3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감한 세제개편으로 글로벌시대 경쟁력 제고케해야”
사실
귀금속업종에 수십년간 종사해온 사람들치고 정부, 특히 세무당국에 만족감을 표하는 이는 찾기힘들다. 그간의 당국시각이 ‘호화사치품을 취급하는
이들의 음성탈루 소득’ 운운에 모아지다 보니 자연히 상호간의 신뢰란 찾아보기 힘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협회는 이제 귀금속업계도 내수에서
벗어나 글로벌시대를 대응하고 있는만큼 업계를 보는 세무당국도 특소세, 부가세등 불필요한 세금을 보다 현실화하는 행정조치 및 지원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태국의 경우 관광과 귀금속산업이 1,2위를 다툽니다. 홍콩도 연간 25억불의 귀금속을 수출하고 있지요. 정부역시 앞다퉈 수출을 장려하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당장 금의 경쟁력에 있어서도 타국에 비해 뒤쳐집니다. 금에 붙는 부가세가 우리만큼 비싼곳이 없습니다.
아니 세계적으로 금에대해 부가세를 부여하는 나라는 거의없는 실정이지요. 이처럼 정부당국이 고부가가치 귀금속산업을 장려하고 있는데 우리는
귀금속시장이 도시형 특화산업으로 미국, 일본 등 어디를 가도 공장이 도심한가운데 있을 수 밖에없는 환경친화적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폐수나
폐기물의 염려를 들어 우려를 표명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불성설이 아닌가 합니다.”
‘정당하게 세금내고 떳떳하게 장사하자’가 업계 웃지못할 ‘소원’이라는 김태수 이사장. 17만여명의 업계종사자와 3만3천여명의 회원을 갖고있는
작지않은 조직의 수장으로 그가 정부당국에 던지는 ‘화두’는 말그대로 뜨겁다. 합리적인 세제법만이 글로벌시대 귀금속산업의 미래를 점칠수 있다는
그의 말대로 이제 정부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눌한 세무행정’의 고삐를 고쳐잡을때가 아닐까싶다.
현은미 기자 emhyun@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