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檢風’…재계 초비상
재계 1위 삼성 수사, 3위 현대차 압수수색 檢 “대선자금수사 성역없다”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에 대해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으로 맞서왔던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갈등이 ‘대표단식농성’ ‘대통령 하야 투쟁’ 등으로 증폭되고
있다. 한편 정치권에 불법 선거자금 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재계 1위 삼성을 겨냥하면서 재계는 초긴장 상태다.
LG, 삼성, 현대차 압수수색
검찰은 지난달 18일 LG 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그룹총수로는 처음으로 금호그룹 박삼구 회장을 소환 조사한데이어 24일에는
재계 1위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전기, 27일에는 재계3위 현대차 그룹의 현대캐피탈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1월24일 삼성그룹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불법대선자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하고 삼성전기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한편 삼성전자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경기 수원시 삼성전기 본사 사무실과 이 회사 강호문 사장의 자택, 동양전자공업 등 납품업체 1∼2곳 등 총 5곳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아울러 검찰은 삼성그룹의 재무담당 최고 책임자인 삼성전자 최사장을 소환해 계열사 등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정치권에
제공한 경위에 대해 조사했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삼성전기 압수수색은 넓은 의미에서 비자금 조성과 관련있다”며 “불법 대선자금과의 관련성을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전기가 동양전공 등 납품업체와 물품거래를 하면서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삼성전기 강사장 등 임직원들과 동양전자공업 대표이사 최병수씨 등도 소환,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삼성전기 외에 다른 삼성 계열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등을 실시하는 한편 조만간 구조조정본부의 이학수 사장도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수사 확대, 재계 ‘당혹’
검찰은 LG 구본무 회장의 출금에 이어 LG홈쇼핑 압수수색, 금호그룹 계열사 사장에 대한 전격 소환, 삼성, 현대차 압수수색 등을 잇따라
벌이면서 재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11월19일 강신호 정경련 회장이 대검 송광수 검찰총장을 방문해 수사협조를 약속하고 수사
조기 종결을 촉구한 것도 초비상 사태에 들어간 재계 불안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검찰 수사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만 10여개에 이른다. 재계 1위 삼성을 비롯해 LG, SK, 현대차, 롯데, 한화, 두산, 풍산,
금호그룹, 서해종건 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로서는 수사진행 상황을 살펴볼 때 검찰이 특정 기업에 대한 본보기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LG홈쇼핑 압수수색이 압박용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검찰은 불법 정치자금과 관련, LG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서를 확실히 포착했다고
공언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 혐의가 입증될 때까지 검찰 수사는 LG그룹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LG그룹내 돈줄 역할을 하는 LG홈쇼핑이 분식회계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정치권에 건넨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르면 다음주중 구본무 회장과 강유식 부회장, LG홈쇼핑 최영재 대표 등 그룹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점치고 있어 LG그룹 전체를 초긴장시키고 있다.
검찰의 금호그룹 수사상황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른 수사대상 기업과 달리 검찰은 금호그룹 오모 사장을 직접 소환해 밤샘조사를 비롯해 이틀
동안 강도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특히 박삼구 회장을 다음주중 불러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를 확인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금호그룹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에 대한 확실한 혐의를 포착하고, 사법처리 단계까지 나갔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측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소환대상 인사로는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과, 강유식 LG그룹 부회장,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 신동인 롯데호텔
사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이날 압수수색에 들어간 강문호 삼성전기 사장도 조만간 소환해 동양전자공업과의 비자금 조성여부 등을
캐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 속전 속결”
검찰이 이처럼 기업수사에서 전면전으로 나온 것은 수사를 “속전속결”로 끝내겠 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검찰로선 수사기간이 늘어질
경우 거세질 “검찰이 경제를 망친다”는 여론의 비판이 부담일수 밖에 없다.
검찰이 이달중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인에 대한 사법처리 가닥을 잡는다 는 내부 수사 스케줄을 잡아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대선자금 수사를 넘어 기업내부 비리 전반으로 수사대상을 확대하는 신호탄이라 는 해석도 없지 않다. 그동안 그룹 총수의 편법 지분확대나 편법
주식증여와 같은 의혹에 대해 검찰이 조만간 수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었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은 대선 관련 비자금수사와 관련된 것일 뿐"이라며 기업 오너나 그룹일가의 상속문제등으로의
수사확대 해석을 일축했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이번 압수수색이 넒은 의미에서 비자금과 관련이 있으며 대선자금과의 관련성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중”이라는 검찰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보기에 따라서 “선 비자금 수사,후 사용처 규명”으로 대선자금 규명 방식 이 이전과 달리 정반대로 급선회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은 그동안 “불법 정치자금의 출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단서가 나올 경우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해왔다. 따라서 삼성전기의 비자금조성
여부를 먼저 수사한 뒤 이를 통해 대선자금의 흔적을 파헤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찰은 재계의 하소연을 감안,삼성 LG SK 현대차 롯데 금호 한진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기초수사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고 기업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를 바탕으로 정치권 압박 강도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