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심의가 전문위원들의 사전 삭감 검토보고에도 불구, 올 한해 여전히 비합리적으로 진행돼 국고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에 따르면 “국회는 예산심의전 의원들의 전문적이고 심도깊은 예산심의를 위해 전문위원들의 검토의견을 사전발표케 하고 있다”며 “시민행동이 이같은 검토의견을 분석한 결과 예산삭감 의견이 제시된 사업이 186건에 이르렀으나 67건의 예산만이 삭감조치 됐으며, 이중 7건은 오히려 증액” 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 186건 삭제의견 중 67건 삭감조치, 7건은 증액
시민행동 분석결과 국회 예산안검토보고서에서 예산삭감 의견이 제시된 사업 186건 중 36%인 67건만 실제 예산이 삭감됐으며 7건은 도리어 예산이 증액됐다. 더구나 이들 7건 중 다수가 이미 누차에 걸쳐 사업진행이 극히 부진하거나 타당성이 떨어지는 등 예산낭비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돼온 사업들인 점을 감안할 때 국회의 올해 예산심의도 합리적이고 철저하게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2006년 확정예산에서 전문위원의 삭감의견 186건 중 감액된 결과는 총 72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예산에서 기금으로 이관된 것을 제외한다면 전문위원의 의견을 반영해 감액된 결과는 총 67건이다. 시민행동측은 작년의 경우 293건 중 68건의 전문위원 삭감의견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전문위원들의 삭감의견에도 불구 해마다 예산이 증액된 대표적 사업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사업이다. 이 사업의 경우 지난해에도 전문위원들이 삭감안을 제시했으나 예결위 심사를 통해 오히려 150억원이 증액됐으며 올 예산안 심의에서도 지난해까지 부지매입조차 불투명하고 연구개발용 예산집행율도 4.6%에 불과해 당초 96억원에서도 26억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결국 5억원이 증액되면서 총 100억원이 넘는 사업예산안이 확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사업, 집행실적 없는 사업도 ‘증액’
사업이 중복되거나 지연되는 이유로 삭감의견이 제출됐거나 시민단체가 ‘낭비 우려사업’으로 선정했음에도 불구 또다시 예산이 증액된 사업도 있다. 산업자원부의 ‘지역전략산업진흥사업’의 경우 지역센터간 기능이 중복되거나 사업의 생략 지연 등의 이유로 삭감의견이 제출됐으나 오히려 50억원이 증액(정부 예산안 4,215억원 → 4,265억원)된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간 복선전철’ 역시 2005년 집행실적이 50%에 불과, 당초 예산안보다 160억원을 삭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으나 결과적으로는 100억원이 증액, 총 사업비가 438억원애 이른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이밖에도 원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는 ‘안전의식제고홍보’사업도 일단은 증액하고 본다는 의식이 팽배했다는 지적이다.
노동부가 기금으로 하는 사업 중 하나인 ‘안전의식제고홍보’사업은 민간단체를 활용한 홍보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지원경비 대부분이 홍보활동 보다는 자체 운영경비로 사용돼 8억원이 삭감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오히려 40억원이 증액된 것으로 밝혀졌다.
불요불급 예산삭감 ‘말이나 말지’
“2006년도 예산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각 당에서는 불요불급한 예산삭감에 앞장서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심의결과를 보니 이러한 정치권의 약속은 이번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듯하다.”
2006 예산안을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다. 예산심의 말미 장기 국회공전으로 부실 심의가 이뤄진 것은 물론 거듭 문제점이 지적돼 예산낭비 가능성이 높았던 다수 사업들마저 정부안대로 통과 혹은 증액조치 되면서 국회 예산심의를 질타하는 목소리 역시 거세질 전망이다.
“불요불급 예산삭감 큰소리, 말이나 말지...” 장기 국회공전, 지방선거 잿밥에만 마음이 쏠린 ‘금배지’들. 국회는 올해도 이래저래 쓴소리 핀잔을 면키 어렵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