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8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이변은 없었다’. “바꿔서 이길것인가, 사는길로 갈 것인가”를 묻던 김근태는 2등. 당연히 그가 주장했던 대연합도 이뤄지지 않았다. 1등 정동영 당선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9,229명 대의원중 4,450명은 2년전 당의장 정동영을 다시 새의장으로 선택했다. 그가 그때처럼 당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첨병’이 될 것이라 믿고. 하지만 2.18 전대이후 고작 100여일 남은 5.31지방선거가 결코 호락호락 하지 않다. 정동영 시대는 과연 100일천하로 막을 내릴 것인가. 자신이 외쳤듯 ‘1위로, 승리로, 참여정부 성공으로’ 2007년 대선까지 달려갈 것인가.
‘D-100일’정동영호 ‘출항’
정동영이 이겼다. 2월18일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2년만에 다시 집권여당의 당의장이 된 정동영.하지만 화려한 1등으로 당 중앙무대 컴백에 성공했을뿐 그의 마음은 여전히 급하다. 또 다른 1등 바다, 지방선거 승리를 향한 숨가쁜 노젓기를 미룰 수 없는 듯 그는 곧 ‘출항’채비를 서둘렀다. 눈앞의 목표는 ‘대구’, 100일뒤 종착지는 ‘1위 路, 승리 路, 참여정부 승리 路’라는 순항 플랜카드와 함께.
그런데 5.31지방선거로 가는 길이 험로다. 당장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당의장 취임후 그가 첫 행선지로 잡은 대구 인혁당 희생자 묘소가 문제가 됐다.
남 의원은 정 의장의 대구방문이 “지방선거를 의식한 단기적인 정치공학적 발상”이라며 “또한번 이벤트 정치의 감성에 휩쓸리는 군중이 생겨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참혹한 상황에서 이를 정비하겠다고 나선 지도자가 미래를 보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등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됐음”도 아울러 밝혔다.
이벤트 정치 ‘여전’
“국정운영에서 승부를 걸기보다 특기종목인 정치선동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인가”를 반문한 야당 의원의 발목잡기 뿐만이 아니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가 열린 지난 2월18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체육관 안과 밖에서 각기 다른 1등(?)들이 연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총투표 9,229표중 대의원 4,450명의 지지와 함께 1등으로 당선된 신임 정동영 의장. 하지만 이날 체육관 밖에선 3,847표를 얻어 2위에 머문 김근태 후보와 3,218표로 3위를 차지한 김두관 후보 진영이 토해낸 후끈 열기로 ‘1위 정동영’은 단지 숫자로만 기억되는 이변이 벌어졌다.
두 개혁후보의 체육관 밖 ‘반짝 회동’엔 전당대회를 마치고 빠져나온 대의원 수천명이 동시에 몰렸다. ‘이겼다 김근태’’승리했다 김두관’...김두관 플랜카드를 든채 ‘이겼다 김근태’를 외치는 당원들과 얼싸안는 양 김에 환호하는 당원들은 모두다 하나되어 ‘지고도 1등’한 두 후보를 향해 휘파람을 날렸다.
우원식 의원은 체육관 밖 즉석 연설을 통해 “아쉽지만 부끄럽지 않은 성적이었다”며 “우리의 희망 김근태, 이겼다 김근태”를 크게 외쳤다. 우 의원은 또 “여러분의 친구 김근태는 패배하지 않고 내용적으로 승리했음을 보고드린다”며 “우리에게 희망이 뿌리내렸다”고도 덧붙였다.
1등보다 더 기쁜 2등에 만족한 듯 김근태 의원이 함성을 접은채 자신을 주시한 당원앞에서 말문을 열었다. “김근태의 친구 여러분, 희망이 눈덩이처럼 굴러가기 시작했다. 더 크게 키워야겠는데 동의한다면 박수를 부탁한다”고.
체육관 밖 1등들 ‘김근태와 김두관’
두 2,3위 후보 모두 결론은 입을 모은 ‘5.31지방선거 승리’. 그래도 지방선거 총대를 맨체 신임 의장에 당선된 정동영 후보로선 두 사람의 ‘세 과시’가 양어깨 위로 얹어진 또다른 바위돌일 수 밖에 없다.
5명(정동영,김근태,김두관,김혁규,조배숙)의 최고위원이 당선되고 3명(임종석,김부겸,김영춘)이 낙선한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는 기간당원 내부에서도 신임 정의장 체제 축하와 함께 은근한 개혁파 선전에 무게를 더하는 분위기로 이어졌다.
2.18전대를 “당원과 대의원이 정동영 당의장의 보수파와 김근태 최고위원의 개혁파 간 균형 선택의 장이었다”고 평가한 한 기간당원은 “2002 대선 과정에서 보수파가 당내 다수세력화 하면서 개혁파는 보수파의 위세에 눌려 제목소리 변변하게 내지 못했다”며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소수세력에 불과한 김근태 최고위원의 개혁파를 단번에 정동영 당의장의 보수파에 필적하는 600표 차로 좁혀 역전 가능한 주류세력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김근태, 김두관 두 개혁후보들의 선전이 어찌됐든 신임 정 의장으로선 자신에게 맡겨진 지방선거 필승 부담과 함께 2007년 대선까지 내다봐도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노 대통령, 정동영과 ‘코드 맞추나’
2.18열린우리당 전대는 사상 최악의 싸늘함 속에 치러졌다. 바람몰이를 기대하며 지방투어에 나섰지만 지방과 수도권, 어디서도 열린우리당의 당의장과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2.18전대를 주목하지 않았다. ‘찻잔 속 태풍’처럼 치러진 선거. 하지만 신임 정 의장은 가라앉은 여론 못지않게 침묵하는 청와대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개혁세력의 전국정당화를 염두에 뒀던 노무현 대통령은 여느때보다 더 이번 전당대회에 침묵했다. 작년 4.2전대이후 신임 문희상 의장단을 청와대 만찬에 초청한 시점이 나흘뒤인 4월6일이었던데 반해 5.31지방선거가 코앞에 닥친 정 의장단 일행은 2.18전대 9일만인 2월27일에야 청와대 만찬일정이 잡혔다.
현직 장관이라도 징발해 지방선거에 올인하겠다던 정 신임의장으로선 입에 침이 마를 일이 아닐 수 없다. 급한 마음에 먼저 대통령을 찾은 건 당연히 정 의장측. 2월23일 급조된 노 대통령과의 만찬이 이뤄졌지만 분위기는 웬지 냉랭하다. 현직 장관들의 출마문제와 이에 따른 후속 개각 등 심도있는 의견교환이 노 대통령과 신임 정의장 사이에 거론됐는지 조차 분명치 않다. 당정분리, 당청분리원칙을 둘 중 누군가는 지키겠다는 것일까.
개혁 김근태와 불과 600표 차이. 이벤트 정치가라며 발목잡는 야당과 침묵하는 청와대. 코앞에 닥친 5.31지방선거가 신임 정의장에겐 시시각각 조여오는 시한폭탄일 수 밖에 없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당의장 선출
2위 김근태, 김두관 김혁규 조배숙 등 최고위원 당선
열린우리당이 2월18일 임시 전당대회를 열고 신임 당의장에 정동영 후보를 당선시켰다.
1위 정동영 후보는 총 대의원 1만2,130명중 9,229명이 투표한 가운데 총 4,450표(48,2%)를 득표했다. 2위 김근태 후보는 3,847표(41.7%), 3위 김두관 후보는 3,218표(34.9%), 김혁규 후보는 2820표(30.6%)를 득표했으며, 당연직 여성위원으로 득표에 관계없이 최고위원에 합류한 조배숙 후보는 424표(4.2%)를 얻었다.
1인2표제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선거에서 386출신 의원들의 약진은 예상과 달리 이뤄지지 못했다. 임종석 후보는 1,991표(21.6%)를, 김부겸 후보는 1,355표(14.7%)를 얻는데 그쳐 최고위원 진출에 실패했다. 김영춘 후보는 353표(3.8%)로 가장 낮은 득표를 보였다.
한편 이날 투표율은 총 대의원 1만2130명 가운데 9229명이 참석해 76.1%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