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5.31지방선거 공조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신임 정동영 의장이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진대제 정통부 장관 등을 서울과 경기에서 출마시키는 등 본격적인 장관 차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노 대통령의 개각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정의장 뜻대로 일사천리 진행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이미 ‘차출 장관’론을 들먹이며 비난에 나선데다 정작 출마대상자로 거론되는 전현직 장관들조차 본인의사를 내비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하지, 왜나가’
김민석 vs 이명박 싸움.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벌였던 2002년 지방선거는 누가뭐래도 가장 기억에 남을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간판승리’ 사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이번 2006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에 일단 강금실 전 법무장관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이 맹형규, 홍준표, 박제동 등 현역의원과 외부영입 인사중 누구를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울지 여부에 관계없이.
정 의장은 또 김문수, 김영선, 전재희 등이 출마경쟁을 벌이는 한나라당 경기지사 후보들에 대적해서도 현직 장관인 진대제 정통부 장관을 출마시키는 방안을 청와대에 논의중이다. 지난 2월23일 급조된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찬 속내도 따지고 보면 양극화 해소가 전면에 부각되긴 했지만 본심은 5.31선거 당-청 조율에 더 기울어 있던게 사실이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대부분 출마자들이 전현직 장차관으로 꾸려진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후보리스트는 대략 10명선. 부산시장 후보로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 대구시장 후보로 이재용 환경부장관,광주시장에 정동채 문화부장관, 경북지사에 추병직 건교부장관, 경남지사에 박홍수 농림부 장관, 경기지사에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진표 교육부총리, 인천시장에 강동석 전 건교장관, 제주지사에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이 거론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장관들은 ‘출마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추병직 건교와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불출마 쪽으로 가닥이 잡혔고, 현역 의원이자 불출마 의사가 강한 정동채 문광장관도 출마여부가 유동적이다. 따라서 경북지사 공백은 허준영 전 경찰청장이, 경남지사는 김두관 최고위원이, 광주시장에는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노심=무심?
문제는 무심하기까지 한 ‘노심’이다. 2.23 청와대 회담에서도 노 대통령은 신임 정 의장이 장관 후보 차출과 관련 “장관들의 지방자치 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는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고 본인이 결심하고, 나서 준다면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며 “당으로서는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데 반해 노 대통령은 ‘경청’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선 가능성 여부를 떠나 출마자 리스트마저 엇박자가 나오는건 아닐지 내심 조바심이 이는건 당연히 정 의장측. 뜻대로 안되는 장관들, 청와대를 나서면서도 청와대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정 의장의 속앓이는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