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게이트의 진상은 국부유출과 직결된다. 김재록과 현 정권, 권력의 실세들이 어떻게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하고, 김재록이 개입된 각종 구조조정을 통해 외국기업에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는가. 또 그 이익에 대해 세금조차 묻지않아 결과적으로 국부유출을 한 책임이 있는 김재록과 노무현 정권, 권력 실세들과의 관련을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검찰수사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최근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밝힌 말이다. ‘김재록 게이트 진상조사단’(단장 이한구 의원)까지 구성한 한나라당은 “검찰이 김재록 게이트 진상을 은폐,축소,조작하지 말고 관련된 권력의 실세와 정권의 개입을 밝혀야 한다”며 자칫 현대자동차 비자금 수사로 축소될 우려를 전면 차단했다.
한나라당의 우려는 틀린 말이 아니다. 여론은 자칫 김재록 게이트와 현대비자금 사건이 따로 가는듯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급작스런 출국과 귀국여부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검찰의 현대차그룹 수사 역시 비자금 조성의 핵심이 된 계열사에 이어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인수작업에 관여한 기업까지 압수수색 하는 등 그룹 후계구도에 대한 본격수사로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정몽구 그룹 회장의 아들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자금을 해외에서 세탁한 뒤 국내로 들여와 투자회사를 통해 수백,수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단서를 잡고 수사중이다.
이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느닷없는 출국과 그 후 외유 반년여를 지켜봤던 국민들로선 현대일가의 급작스런 출국행태가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이를 뒤쫓는 검찰수사가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김재록 현대비자금 받아 뭘했나
한나라당의 우려제기는 자꾸 방향을 트는 검찰 수사다. 지난달 말만 해도 검찰은 현대 계열사인 글로비스에서 조성된 현대자동차의 비자금을 금융브로커 김재록씨가 받았다는데 주목했다. 김 씨가 이돈을 받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하고 현대차 그룹의 서울 양재동 사옥 신축 인허가 과정에도 관여했다는데 수사초점을 맞추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출국을 계기로 검찰의 수사방향은 급격하게 바꼈다. 한나라당은 “현대차의 불법 비자금을 엄정하게 수사해야 편법 상속도 밝혀질 수 있다”며 “비자금이 어디로 갔는지,어떻게 정치권에 들어왔으며 구체적으로 어느당, 어느 정치인에 어떤 목적으로 전달됐는지를 소상히 밝히는 것이 바로 현대 비자금 수사의 초점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검찰의 수사가 김재록과 비자금 두가지를 다 밝혀내는 수사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허태열 사무총장은 “처음 김재록 게이트가 터졌을 때 검찰수사 책임자도 이것은 기업 M&A와 관련한 정경유착, 유기, 부패에 수사기조가 있다고 했다”며 “그런데 최근보면 김재록씨는 어디가고 없고, 검찰은 현대자동차 비자금 문제에만 수사를 집중해 의문을 감출 수 없다”는 입장을 토로 이후 진상조사단의 활동을 주목시켰다.
김재록 수사의지 ‘실종’내막은
김재록과 현대비자금 사건을 들여다보면 언제부턴가 사라진 김재록이 보인다. 허 총장의 지적대로 “김재록 게이트를 들춰보니 엄청난 정경유착 또는 현재 정부와의 관계비리가 드러나 그런지 김재록 수사는 어느새 간데가 없다”는게 사실.
특히 “우리가 의아해 하는것은 김재록 수사의지의 실종”이라며 이계진 당 대변인이 “검찰은 이번수사에 대해 청와대에 왜,무엇을 보고했는지 공개하고 (청와대)보고이후 유야무야된 김재록 수사와 강화된 현대차 수사가 과연 청와대 지침에 의한 것인지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래저래 진상조사단의 활동여부는 현대차로 모아진 검찰수사에 방향타 수정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