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된 속담으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것이다. 서울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일정 부분 있으니까 그들의 표로서 시장 선거에서 초를 치자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박 변호사님이나 선거에 초를 쳐 보겠다는 생각은 모두 잘못이다.”-노무현 대통령 전 후원회장 이기명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에게 ‘돌팔매’가 날라왔다. 한 인터넷 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던진 이 ‘돌팔매’ 당사자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 이기명씨. 그런데 당사자가 아니라도 읽는 순간 ‘울컥’할 이 편지에 박 예비후보가 명답장을 던졌다.
열린우리당 ‘너나 잘하세요’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을 멀리하고 있다. 애초 열린우리당을 싫어한 국민들뿐만 아니라 지지했던 국민들도 떠나갔다. 열린우리당은 다른 당 후보의 출마여부를 갖고 시비할 것이 아니라 먼저 민심이 떠난데 대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노정권 하까지 ‘세 번 구속, 세 번 무죄’의 악몽을 떨칠 수 없는 박 후보로선 일침보다 ‘주먹’한방이 앞섰을텐데 정치 ‘고수’답게 ‘툭’ 던진 답변이 일단 명쾌하다.
박 후보의 명답장이 인터넷에 퍼진 이튿날인 5일 열린우리당이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강금실 전 법무장관의 입당을 허락했다. 현직 법무장관 시절 박 후보를 구속했던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여론이 이 운명적 만남에 대해 박 후보를 ‘강 저격수’라고 지칭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기명 전 후원회장의 편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 강 전 장관이 이날 입당과 함께 밝힌 성명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정치는 품격을 상실한 거짓 공방속에서 진실을 왜곡하고,상대방을 해치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서슴없이 배제하고,단지 정치공학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나쁜 의미의 정치적인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고. 등잔 밑이 어둡긴 어두운 셈이었을까.
강금실 ‘1안타, 2스트라이크’?
어찌됐든 쳐진 당 지지율을 비웃듯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인기는 1위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모습이다. 3개월여의 출마저울질, 대학특강 후 전격 출마입장 발표와 숨쉴새 없이 해치운 출마선언, 그리고 열린우리당 입당으로 이어진 강 후보의 행보는 연일 여론의 스포트라이트 표적이 됐다.
강 전 장관의 본격적인 서울시장 출마채비로 한나라당은 일단 어수선한 이사집 풍경이다. 맹형규, 홍준표,박계동,박 진 의원과 함께 권문용 강남구청장마저 경선후보로 합세 서울시장 공천 티켓 잡기에 여념이 없던 차에 다섯도 버겁건만 ‘강금실 후폭풍’에 오세훈 카드까지 한 장 더 실려 정신이 혼미한 모습이다. 이쯤되면 강 전 장관의 안타가 확실할 밖에.
하지만 생물같은 정치가 과연 상승세만 탈 수 있을까. 낮은 당 지지율뿐 아니라 강 후보를 흔드는 바람은 곳곳에 있다.
‘저격수’란 닉네임 마저 붙어버린 박주선 후보는 대놓고 열린우리당이 “민주개혁세력과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정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실정과 무능의 당”임을 꼬집고 나선건 물론 “머지않아 고 건 전 총리의 공개적 지지가능성”마저 언급하자 내심 ‘쿵’소리가 가슴을 울릴 태세다.
박주선-고 건 바람 부나
이기명씨의 ‘황당한’편지에 명쾌하게 답했던 박 후보는 정작 자신이 ‘저격수’로 불려지는게 불편하다는 모습이다. “박주선의 저력과 박주선 바람의 위력”을 거론하며 “김대중 대통령의 정통성을 계승한 박주선과 호남이 결단하고 힘을 합치면 이루지 못할게 없다”는 자신감으로 뭉친 박 후보에게 고 전 총리의 측면지원 은 ‘천군만마’일 수 밖에 없다.
실제 민주당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됐던 고 전 총리가 박 후보의 말대로 공개적 지지발언은 없다하더라도 묵시적으로나마 민주당 후보인 박 후보를 지지한다면 서울내 호남표 결집과 고 건 지지표 결집은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 보랏빛 출마선언과 함께 공중에 떠올린 ‘1안타’의 기쁨은 ‘1스트라이크’ 낭패로 이어지게 되는 셈.
보랏빛 강 후보가 맞을 수 밖에 없는 두번째 스트라이크는 바로 ‘김재록-강금실’간에 떠도는 ‘부적절한’의혹들에 맞춰진다. 금융브로커 김재록씨와 강 전 장관, 그가 대표변호사로 있던 지평과의 ‘유착관계’와 함께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의 진로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거액의 수임료’와 ‘탈세’의혹에 이르기까지 한나라당이 강 후보를 향해 쏘아올린 스트라이크볼은 시간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할 태세다.
보랏빛 강금실 호 ‘잿빛 김재록’폭풍 맞다
한나라당은 강 후보가 지난 2000년 4월 법무법인 지평을 개설한 뒤 2004년 법무장관을 퇴임하고 다시 올 3월말까지 20개월간 지평의 대표이사직을 맡은 과정에서 “강-김재록간 관계검증이 필요하다”며 브로커 및 중요인사들과의 유착을 통한 지평의 사업확장 및 운영방식 의혹, 법무법인 지평과 아더앤더슨코리아의 공동프로젝트 계약내용과 부적절한 관계 의혹을 강력히 제기해 논 상태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7일 강 후보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와 관련 “법무법인 지평의 거액의 자문료, 김재록씨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검증되지 않은채로 5.31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했다.
‘1안타, 2스트라이크’위기. 전면에 선 박주선, 측면서 압박해오는 ‘잿빛 김재록’그림자 사이에서 보랏빛 서울시장을 내세운 강금실호의 앞날이 궁금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