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하인즈 워드 명예시민증 수여식장에서 그간의 황제테니스 침묵을 깨고 ‘자상한 시장’으로 거듭났다.
미국 프로미식축구 슈퍼볼 MVP인 하인즈 워드가 한국을 방문해 이날 이 시장으로부터 받은 538번째 서울시 명예시민증은 단일민족 국가의 포용있는 다민족 사랑이자 미국 슈퍼볼 1인자에 대한 무한한 예우라는 점에서 미 언론의 환심을 모았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단연코 서울시민으로 부터 미 슈퍼볼 1인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를 키운 장한 한국인 어머니를 보듬어 준 ‘자상한’시장으로 재인식 됐다.
하인즈 워드‘눈물’을 닦다
황제테니스 파문으로 곤경에 처했던 이 시장의 위기탈출 방법은 탁월했다. 그의 발빠른 하인즈 워드 마케팅은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대국민 서신'을 통해 밝힌 ‘피부색 차별없는 나라 만들기’언급보다 더 빛났다.
명예시민증을 받아든 슈퍼볼 MVP의 뜨거운 눈물과 그의 등번호가 붙은 운동복을 즉석에서 받아 입고 미소짓는 이 시장을 바라본 한나라당의 대처역시 재빨랐다.
한나라당 이방호 위원장은 같은날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혼혈인차별금지법’의 적극 추진을 약속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한나라당에선 이번 기회에서 혼혈아에 대한 차별금지 지원법을 만들어 혼혈아도 우리의 한가족, 이웃으로 받아들여 차별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같은날 오후 이재오 원내대표는 입이라도 맞춘듯 ‘한국사회 혼혈인과 국제결혼 가족실상과 대책’을 주제로 국회 세미나도 개최해 시선을 모았다.
서울시 명예시민 하인즈 워드가 황제 테니스 파문으로 곤경에 처한 이 시장에겐 그야말로 9회말 구원투수가 쳐낸 홈런볼 이었던 셈이다.
‘청년의 꿈’일자리 제공, ‘대학특강’도‘홈런’
이 시장의 위기탈출은 대학서도 발휘됐다. 사실 황제테니스 파문이후 침묵하던 이 시장이 가장 먼저 탈출구로 택한 곳은 대학이었다. 지난달 30일 동국대 총학생회측의 요청이라며 대학을 찾은 이 시장은 1천여명의 학생들이 운집한 가운데 ‘청년의 꿈과 도전’을 주제로 긴 강연에 나섰다.
강연을 반대하는 일부 학생들이 황제테니스를 비난하는 퍼포먼스까지 하며 ‘여기 테니스장 아니거든요’를 외쳤지만 ‘부패한 시장 이명박은 사퇴하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강당을 꽉 채운 학생들 앞에서 그는 “기자들은 와달랄땐 안 오더니 오지말라니까 더 많이 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이 시장의 강연은 꽤 길었지만 내용은 거개가 알고있는 최근 그를 다룬 드라마와 별 차이가 없었다. 가난과 배고픔속에 불탄 학구열은 고교진학과 대학으로 이어졌고, 시장 환경미화원들의 도움으로 대학을 마친 자신이 가장 갈구했던 일자리가 현대라는 대기업을 만나면서 오늘의 성공신화로 이어졌다는 것. 청년에게 일자리의 절박함과 중요성을 일깨우면서 이제 정치현장에서 이를 풀어내겠다는 그의 대권주자성 공언이 뒤를 잇자 장내는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훌륭한 인재만 있으면 대한민국은 희망이 있다”며 “이제 좋은 리더쉽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이 나라는 가스나 기름은 비록 안나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만들수 있을 것”이라는 이 시장은 막바지 강연은 하지만 학생들의 넌센스 질문앞에서 잠깐 아연함을 면키 어려웠다.
‘정회장이 이뻐했는데 정치 같이 안 한 이유’
이 시장을 향한 아이러니컬한 두 질문. 불교학교답게 지난 2004년 이 시장의 ‘서울시 봉헌’발언 의도가 불거지자 그는 강연모두에 아예 “동국대 100주년이 있기까지 훌륭한 선배도 많겠지만 (나역시)개인적 지인이 많다”며 법장스님 영결식장의 가슴아픈 기억을 간곡히 토로했다. 또 현대 정주영 회장이 그토록 이뻐했는데 ‘왜 정치는 정회장과 안하고 민자당을 택했냐’는 물음에는 “지금도 앞으로도 현역 재벌총수가 국가원수가 되는건 반대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대학,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박수갈채 속에 싸인 공세를 받은 이 시장. 하지만 그는 정작 마지막 의문을 풀어주진 못했다. ‘정상에 선 사람들’을 주제로 이 대학 총학생회가 지난 12월에 요청했던 서울시장의 특강약속은 왜 3월의 끝자락에서 갑작스런 그의 강연수락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