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서울. 다른 광역단체장을 다 이기더라도 서울을 내주면 패배로 인식될 만큼 상징성이 큰 선거구가 바로 서울이다. 이번 5.31 지방선거가 대선의 전초전이자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때문에 서울을 놓고 벌이는 각 정당의 각축전도 치열하다. 각 정당을 대표하는 에이스카드를 후보로 내세우는 것은 물론, 각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벌이는 승부처로 서울 시장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강금실 예비후보의 초반질주 ‘적수가 없었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지난 몇 달 간 강금실 전 장관을 상대로 구애를 벌여왔다. 전당대회에서는 당내 대권주자들이 서로 “강금실 장관은 내 편”이라고 싸움을 벌이는 상황까지 벌어졌을 정도다. 강금실 전 장관에 대한 구애가 지나치자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놓고 일각에서는 “전당대회의 최대 승자는 정동영이 아닌 강금실”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기도 했다.
마음을 주지 않아 애를 태우던 강금실 전 장관은 지난 5일, 끝내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하고 예비후보로 등장했다.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부터 시작되어온 강금실에 대한 구애가 결실을 본 것이다. 열린우리당에게 구세주가 아닐 수 없다.
올해 1월 말 실시된 SBS 여론조사에서 강 전 장관은 지지율 35.6%로 압도적 1위를 차지, 한나라당 맹형규, 홍준표 후보 등의 지지율을 합친 것 보다도 높았다. 열린우리당이 맹목적인 구애를 벌인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출마만 하면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분위기. 당 지지율의 두 배에 가까운 초강세를 보이는 강 예비후보의 지지율 숫자 두 자리. 이것이 열린우리당이 강금실에 열광하는 이유였다. 당내에서 이계안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강금실 예비후보의 인기에 비해 이 의원의 목소리는 작기만 하다.
이에 맞서는 한나라당도 녹록치 않다. ‘제1야당의 서울시 수성전’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게 한나라당이 내놓은 카드도 ‘진품’이다. 바로 오세훈 카드. 오세훈 전 의원이 등장하기 전까지 한나라당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강금실 장관 앞에서 맥을 못 추는 상태였다. 맹형규 의원과 함께 ‘저격수’로 이름을 날리는 홍준표 의원도 20%P 이상 뒤쳐져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필패. 위기의식을 느낀 한나라당은 당내 유력후보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했고, 결국 에이스 중 에이스카드를 꺼내들었다. 17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정계를 은퇴한 오세훈 전 의원.
한나라당 구원투수 오세훈
오세훈 예비후보의 ‘오풍’은 출마선언을 한 뒤 2일 만에 열린우리당 강금실 예비후보의 ‘강풍’을 넘어섰다. 다음은 오세훈 예비후보와 강금실 예비후보의 지지율 변화추이.
4월 11일(MBC) : 39.0%(오세훈)-36.4%(강금실) = 2.6%p
4월 12일(CBS) : 45.5%(오세훈)-36.2%(강금실) = 9.3%p
4월 13일(KBS) : 43.6%(오세훈)-39.9%(강금실) = 3.7%p
4월 16일(경향) : 46.6%(오세훈)-33.3%(강금실) = 13.3%p
각 언론사가 발표한 이 통계수치를 보면 오세훈 예비후보의 급격한 상승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두 후보 간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오풍’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세훈 후보가 출마선언 5일 만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군을 ‘평정’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후보 중 하나였던 박계동 의원은 오세훈 전 의원을 향해 지지선언한 뒤 퇴장했으며, 박진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서울시장 경선 포기 선언을 한 바 있다.
강금실, 오세훈 넘을 수 있을까?
지방선거가 한 달 남짓 남은 가운데 오세훈 예비후보가 강금실 예비후보를 크게 앞서자 열린우리당은 비상이 걸렸다. 강 예비후보는 ▲용산 일대 1백62만평의 생태문화공원 ▲삼각지·서울역 인근 1백68만평 국제 업무지역 조성 ▲용산·여의도·영등포·상암·왕십리를 잇는 동서 성장 축 조성 등의 공약을 발표하며 이미지 쇄신을 꾀한다. 그러나 반전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측.
아무리 ‘잘난’ 후보자도 당 지지율을 넘어선 전례가 없다는 냉혹한 징크스, 지방선거의 낮은 투표율,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 넘어가는 5%대의 표심. 강금실 장관의 패인으로 지적되는 것들이다. 모 인터넷 언론은 아예 ‘강금실은 텃다’는 제목으로 강금실 예비후보의 패배를 점치기도 했다.
강금실 예비후보가 끝내 반전세를 타지 못할 경우, 5월 2일로 예정된 열린우리당 예비후보 경선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오세훈 예비후보에게도 악재는 있다.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상종가를 치던 오세훈 예비후보는 당비미납 파문으로 곤혹을 치루고 있다. 지난 2004년 정계은퇴를 선언 한 뒤 한 번도 당비를 내지 않았다는 내용.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까지 “당비미납 양해 못한다”고 추궁하자 오세훈 예비후보는 “죄송하다”고 연거푸 사과하며 몸을 낮췄지만 당비비납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비미납은 오세훈 후보의 피선거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만하면 자칫하면 상종가를 치고 있는 오풍의 근간을 뒤 흔들 수 도 있다.
이들 만큼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지만 민주노동당, 민주당의 후보들도 판세의 변수 중 하나. 특히 ‘평등서울’을 표방하며 누구보다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민주노동당 김종철 후보의 경우 강금실 예비후보와 지지율이 겹친다. 특히 이번 서울 시장 선거의 승부가 3% 안 밖에서 날 것이라는 관측은 김종철 후보의 지지율 3%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또, 민주당 박주선 후보의 경우 지지율 1.8%로 미약한 바람에 불과하지만 호남표에서 강금실 장관과 겹치는 문제가 있다. 강금실 전 장관으로서는 힘든 승부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