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발 멈춰선다!
경영난대 파업 노사 맞서, 4월 27일 총파업 예고
‘시내버스 총파업이냐,
30% 감축운행이냐’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이하 자동차노련)은 임금인상률 12.7%, 사용자측의 버스운행 30% 감축안 철회 등의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4월 27일 새벽 4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한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이하 연합회)는 버스업계의 늘어나는
재정적자를 이유로 들며, 5월 1일부터 시내버스를 30% 감축하여 운행하기로 했다. 서민의 발역할을 해왔던 시내버스가 운행중단이라는 최악 의
사태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 버스업계가 떠안고 있는 문제와 운전기사를 비롯한 관련 종 사자들의 어려움 그리고 관계기관의 대책이 무엇인지 알아
보았다. <편집자주>
물가인상과 경기악화로 고생하고 있는 서민들에게 또다시 시련이 닥치고 있다. 서민의 발역
할을 해온 시내버스가 30% 감축운행이나 총파업으로 인한 운행중단 위기에 놓여있다.
시내버스 30% 감축운행
‘시내버스 30% 감축운행’은 늘어나는 적자폭을 메우기 위해 버스업계가 내놓은 고육지책
이다. 버스업계의 재정악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승객의 감소와 유가인상 등 수입은
줄고 지출은 늘어, 매년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왔다.
2기 지하철 사업이 마무리된 서울은 거미줄같은 지하철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인해
일일버스이용승객 40여만명이 줄어들었고, 80년대 중반이후 자가용 승용차의 증가로 교통체
증이 심화되면서 시내버스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더욱이 타운송수단(백화점·대형할
인점셔틀버스, 마을버스, 통학버스, 경기도버스)의 무분별한 진입은 버스업계의 어려움을 가
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작년 버스요금이 100원 인상되었지만, 경유가격도 리터당 558원에서
646원으로 상승해 요금인상으로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하고, 승객감소만 부추겼다. 나날이
떨어지고 있는 시내버스 수요는 운송수입이 유일한 수입원인 버스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
혔다. 단적인 예로 2001년 1월말 기준 서울 66개 버스회사중 42개사가 200여억원을 임금체
불하고 있다.
버스업계의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연합회는 ‘시내버스 30% 감축운행’이라는 고육지책
을 내놓게된 것이다. 연합회 박 기획과장은 “30% 운행감축을 하지 않으면, 버스회사가
100% 망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최근 2~3년 사이 25개 버스회사가 사라져, 90여
개에 달하던 회사가 현재 66개사로 줄어 들었다.
30% 감축운행되면...
연합회가 내놓은 감축운행안은
출퇴근시간엔 종전과 같이 시내버스를 운행하나, 이용객이 적은 낮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운행횟수를 줄일 방침이어서, 낮시간 이용객인 노약자나 주부,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낮시간대에 버스를 타기위해서는 버스노선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10~20분정도 기다려야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버스의 노후화, 불규칙한 배차간격, 기사의 불친절 등 여전히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들의 개 선은 더욱 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 이면에는 열악한 근무환경, 과중한 운전량과 노동강도 등이 존재하고
있다. 시내버스기사의 경우 하루에 9시간정도 운전하며, 한달에 26일 근무한다. 시외버스기
사는 하루에 16~18시간, 한달에 20일정도 근무한다. 하지만 만근제로 운영되어 하루라도 결
근하게 되면 봉급의 10분의 1정도가 삭감되어 나온다. 또한 기사들은 대부분 도로위에서 근
무하기에 스트레스, 매연, 불규칙한 식사, 사고위험 등을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노련측은 시내버스를 30% 감축운행하게되면 인력감축이 불가피할 것이며, 기사들의
운행횟수는 줄지 않고 대기시간만 늘어나, 근무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시내버스의 서비
스 개선과 사업발전을 저해할 것이라며 ‘시내버스 30% 감축안’을 반대하고 있다.
시내버스 총파업
자동차노련은 연합회의 30% 감축운행안을 철회할 것과 인금인상률 12.7% 등의 요구가 받
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4월 2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서울시, 5개 광역시,
경기도 등 7개 시, 도 및 지역노조가 쟁의조정 신청서를 일괄적으로 제출했으며, 자동차노련
은 4월 19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자동차노련 정책국 관계자는 “사용자측(버스업계)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통
감한다”고 했지만, “30% 감축운행할 수 밖에 없게된 경영상태와 재정적자를 공개하고 함
께 해결해 나가자고”고 요구했다. 또한 “30% 감축운행 철회와 인금인상 요구는 별도 사
항”이라며, “7개 시, 도 근로자들의 임금시효가 올 1월말로 끝이나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동결과 상여금 삭감으로 방침을 정한 사용자측이 교섭을 회피하고, 상호
간 의견폭을 줄이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측과 사용자측의 원만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결책은 없나?
30% 감축운행이나 총파업으로 운행이 중단된다면, 전국 시내버스 일일 이용객 352만9천명
의 발이 묶이고, 그 파장으로 엄청난 사회혼란이 예상돼 조속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
다.
작금의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버스사업자들이 지난 1월에 30% 감축운행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으나, 서울시는 시민의 불편을 무시한 감축은 인정할 수 없다며 반려했을
뿐, 대책마련엔 등안시 했다. 결국, 연합회는 총회를 통해 교통세 등 제세감면, 학생요금 할
인부분과 적자노선에 대한 정부의 보조 등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5월 1일부터 30% 감
축운행하기로 했다.
자동차노련측도 교통세감면, 적자노선에 대한 보조 등 정부의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
이다. 자동차노련 정책국 담당자는 “중상류층이 주고객인 항공기와 택시에 사용되는 연료
는 부과세를 감면받고 있다”며 “일반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버스의 주연료인 경유에도
감면이 이루어져아 한다”고 주장했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시내버스의 비수익노선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검토중”
이라고 밝혔으나, “세금감면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서울시 대중
교통과 관계자는 “버스업계의 재정난을 돕기 위해 자금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며, “자금마련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중이나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내버스는 서민의 발로서 대중교통에 일익을 담당해 왔지만, 정부는 민간업자에게 맡겨두
고, 아무런 지원책없이 서비스개선만 요구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해외의 경우 시내버스의 공
익적 성격을 감안하여 재정보조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우리정부도 ‘총파업’이나 ‘30%
감축운행’ 이전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이다. 사업자와 노조도 자신들의 입장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대안모색에 머리를 모아야, 그간 서민의 발로서 달려온 수고
를 헛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고병현 기자 bhgo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