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루마니아 등 4개국 주한 외교사절 부부들이 지난달 28일 수원 화성을 찾아 ‘원더풀‘탄성을 외쳤다. 또 화성 성곽의 이미지를 살려 원형으로 건축된 행궁화장실 앞에선 통유리로 설치된 좌변기 앞에 앉아 봄 빛 가득한 푸른하늘에 흠뻑 매료됐다.
#장면 하나
대사 부부들의 이번 화성방문은 수원지역 국회의원이자 한국화장실협회 회장인 열린우리당 심재덕(수원장안)의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발레리우 아르테니 주한 루마니아대사 부부는 행궁 화장실 앞에서 ‘WOW’탄성의 손벽을 쳤다. 꽃과 인공잔디로 화사하게 장식된 화장실. 문을 닫고 살짝 좌변기에 앉으니 하늘의 뭉게구름이 눈앞에 펼쳐졌다. 갤러리같은 실내,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는 ‘휴(休)~화장실’이라니…
#장면 둘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 데니즈 오즈멘 주한터키대사가 신기한 듯 수원화성에서 운행하는 행궁열차에 몸을 실었다. 길이 5.5km에 이르는 거대한 정조대왕의 유산. 성의 북문인 장안문에서 화서문을 지나 화성장대에 이르는 길 곳곳에서 성곽아래 재잘되는 꼬마들의 소풍모습이 정겹다. 수려한 방화수류정과 화홍문을 휘휘돌아 이번에는 연무대 활터.난생처음 활시위를 겨눠 과녁을 맞춰 보지만 ‘몸따로 마음따로’ 시위를 떠난 화살은 ‘과녁이 모에요?’라며 제갈 길로 냅다 줄행랑이다.
#장면 셋
오후 12시를 훌쩍 넘긴 한낮의 수원 월드컵 경기장은 봄햇살이 한창인데. 웬걸 축구공 몇백배는 넘을 거대한 공룡 축구공 화장실이 눈앞에 확 다가선다. 알렉산더 샤보프 주한 불가리아와 파벨 흐르모 주한 슬로바키아 대사의 눈이 다시 한번 화들짝 커지는 순간이다. 역사적인 월드컵 4강진출을 기념하며 경기장 정면에 당당히 자리한 이색 화장실. ‘요걸 우리나라에도 가져가 버려?’ 주한 외교사절 부부의 화성행궁 돌아보기는 시간가는줄 모르게 반나절이 훌쩍 지났다. 자 이제부터는 수원의 먹거리 ‘갈비’만 남았다.
#장면 넷
금강산은 식후경이라지만 수원화성에선 그 반대. 엄청 허기에 지친 대사부부들이 소문으로만 그 맛의 감미로움을 접했던 갈비집을 찾았다. 자리잡기가 무섭게 뻘겋게 달아오른 숯불이 들어오고 이어 숯불위로 은색 석쇠가 올려진다. 갖은 양념에 고루 숙성된 양념갈비가 불위에 얹어지자 이내 ‘지글 지글’ 발그레 붉은 빛을 발하던 생고기가 고소한 냄새와 함께 석쇠위에서 변신한다. 구수한 된장 고기위에 얹히고 싱싱한 파무침에 깨소금 콩나물 무침 척 얹어 한쌈가득 입안으로 쏘~옥. 화성의 행복한 점심에 뱃속이 또한번 ‘WOW !’를 외친다.
모처럼 대사관을 벗어나 행궁을 찾은 대사부부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심 의원은 “주한 외국대사들이 그동안 한국에 근무하면서도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적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내년 세계화장실 총회의 성공적 개최도 다져볼 계획”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