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다. 한국에서 1995년 부터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민선 3기를 선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자치제의 나이도 이제 10살을 넘었지만 건강한 지방권력이 유지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지방권력은 지역 토호와 유지들의 세력각축장이 되어 오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형편이다. 민선 1기에는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23명이, 민선 2기에는 58명이 비리문제에 연루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현재 민선 3기도 감사원의 감사결과 74명이 검찰의 수사의뢰대상이 된 상황이다.
인천, 경기, 부산…심상치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은 "부패한 지방권력에 청량제가 되겠다"는 '야무진' 구호를 들고 800여명의 후보를 대거 출마시켰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219명의 후보를 내는 데 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양적 성장이다.
민주노동당의 목표는 '300만 지지표, 300 공직자'를 얻는 것. 300명의 공직자는 2,888명으로 이뤄진 기초의원과 733명의 광역의원 숫자를 보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수도 있는 숫자다. 정치지형을 '한나라당-열린우리당'의 구도에서 '한나라당-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의 구도로 몰고 가는 발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김선동 사무총장은 "전통적 강세 지역인 경남, 울산 이외에도 부산, 경기, 인천, 광주 등지에서 정당지지율이 15%를 넘어 20%를 향해 상승하고 있다"며 "광역단체장 후보들 또한 15% 내외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에서 열린우리당과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그 외 지역도 TV 토론 등 언론노출도가 높아지면서 상승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전국적으로 10%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민주노농당의 고향으로 불리는 울산과 부산, 인천, 경기, 광주 등 에서 15%이상 이라는 주목할만한 선전을 벌이고 있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열린우리당과 2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도약 가능할까?
그렇다면 민주노동당 2위전략으로 그존 정치구도를 뒤엎는 목표를 이룰수 있을까?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안호국 기조실장은 "2002년에는 기초의원 30명을 탄생시키는데 불과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안호국 기조실장은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초강세 속에 열린우리당의 하락세가 전반적으로 보이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인기있는 이유는 노무현 정부의 무능에 대한 대중적 심판"이라고 지적했다. 안호국 실장은 "진짜 심판은 더 보수적인 한나라당에세 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거때마다 번번히 민주노동당의 발목을 잡았던 '사표론'과 유권자들의 '선택적 투표'가 이번 선거에서는 크게 작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호재중 하나. 그동안 "민주노동당에게 던지는 표는 사표가 된다"는 '사표론' 앞에서 민주노동당은 두 눈을 버젓히 뜨고 열린우리당에게 득표를 빼앗겨 왔다.
‘역사표론’으로 승리쥔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사표론은 크게 작용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사표론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민주노동당이 '역 사표론'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판세를 읽는 데 뛰어나다"며 "게임이 안된다고 볼 때는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다"고 역사표론을 들고 나섰다.
즉, 이미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큰 차이로 열린우리당 후보를 앞서가는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당선을 위한 선택이 아닌 '정치적 의미'를 담은 투표행위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노회찬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꺾을 수 없을 뿐더러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밥솥을 끓이는 장작이 되고 말았다"며 "한나라당의 독주를 꺾을 수 있는 세력은 민주노동당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호국 기조실장도 "지난 선거에서 사표론이 기승을 부리면 민주노동당이 일방적으로 불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선거에 채택된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사표심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데다가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졌기 때문에 사표론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 민주노동당을 괴롭혀온 현상중의 하나인 전략적 투표에 대해서도 안호국 실장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그런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서도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표를 던졌기 때문에 민주노동당 후보는 정당지지율보다 낮은 득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는 새로운 현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부산, 경남, 인천, 광주, 경기 등 굵직 굵직한 지역에서 민주노동당 후보들이 이미 당 지지율을 웃도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열린 우리당 지지층 흡수가 관건
이같은 상황이 민주노동당에게 호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으로부터 실망한 유권자들이 곧 민주노동당 지지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안팎에서 승부의 관건은 "열린우리당 지지층 흡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김선동 사무총장은 "이번 선거의 목표는 열린우리당을 밀어내고 진보개혁세력의 대안으로 확실히 자리잡는 것"이라고 말한 뒤 "광주 대회전을 시작으로 해서 열린우리당 후보들을 확실히 제치기 시작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미 이같은 목표에 근접해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미련을 끓을 수 있도록 그들의 정체성을 폭로하는데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