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금리 마이너스, 서민들은 어떻하나
저축하면 손해보는 시대
수신금리가 내림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에 육박해 가계의 입장에서 2/4분기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되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이제 돈을 갖고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를 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물가상승률이 수신금리를 앞질렀다.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작년 동기대비 4.2∼4.4%를 기록했던 1분기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4분기에는 더 높아져 5%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공공요금 인상과 환율상승으로 2/4분기 물가는 4%를 크게 넘어 5%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비해 수신금리는
계속 하락, 지난 2월의 은행권 수신평균금리가 5.43%였으며, 3월과 4월에는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인하 등으로 평균금리가 더 내려가 5%를
유지하고 있다.
/4분기 수신평균금리가 5.2%라고 가정할 경우 이자소득세(16.5%)를 떼고나면, 세후이자는 4.3%대에 그쳐 물가상승률(5% 예상)을
0.7% 포인트 가량 밑돌게 된다. 이와 같이 금리가 낮아진 것은 기업들의 신용 위험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들이 국고채 등의 안전자산
투자에 치중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떨어진 데다가,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면서 과거에 빌린 돈을 은행에 상환할 정도로 자금 수요가 준 데서 비롯됐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져,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되면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 더욱이 은행권이 소액금에 대해선 이자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경기악화와 물가상승으로 고생하는 서민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실질금리 0% 어떻할까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다고 해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나, 맡길 곳이 없다. 미ㆍ일 증시의 요동으로 증권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저금리에 맞게 은행상품을 선택한다면 약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은행의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6%대에 머물고 있다. 이자소득세를 제외하고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실질금리가 0%대 수준이다. 최근 씨티은행이
금리를 연6.3%로 올렸지만 국내 시중은행들은 금리인상을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예금을 받아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고민은 은행보다 더욱 크다. 정기예금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해 매월 손에 쥐는 이자가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자금 운용기간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돈을 1년 이상 장기로 굴려야 할지 아니면 우선 3~6개월 정도 단기로 굴린 뒤 금리가 상승하면 장기 확정금리로 갈아타야 할지 걱정스럽다.
물론 향후 금리를 예측할 수 있다면 답변은 간단하다. 금리가 상승한다면 단기가, 금리가 추가로 하락하거나 현상태를 유지한다면 장기가 유리하다.
현재 A은행의 1년제 정기예금의 금리는 지점장이 결정할 수 있는 폭을 감안해도 연 6.1%선이다. 반면 6개월짜리는 연 5.9%, 3개월은
연 5.8%, 3개월 미만은 연 5.1%이다. 가입기간에 따라서 금리차가 최대 1%포인트 나는 셈이다. 1천만원 1년 동안 투자할 경우, 장ㆍ단기
투자에 따른 수익률은 약간의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1년제(연 6.1%)로 가입하는 경우와 금리상승을 예상하고 3개월 정기예금(연5 .8%)에
가입하고 3개월 후 상승한 금리로 남은 9개월을 재투자하는 경우이다. 처음부터 1년제로 가입하면 1년 후 세금(16.5%)을 빼더라도 이자
50만9천원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러나 3개월 정기예금에 가입했다면 3개월 후의 금리상승 폭에 따라서 1년 후 수령하는 이자금액의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3개월 후 예금금리가 0.2%포인트 상승한다면 50만3천원, 0.3%포인트 상승한다면 50만9천원, 0.5%포인트 상승하면 52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금리가 0.3%포인트 이상만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면 단기투자가 낫다. 그 이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 장기
상품에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 마찬가지로 6개월 정기예금(연 5.9%)에 먼저 가입을 한 후 6개월 후 원금과 이자를 잔여기간 동안 확정금리로
가입한다면 최소한 0.4%포인트 이상 예금금리가 올라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세금우대 상품을 노려라!
절세효과를 감안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세금우대저축으로 1년 이상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세금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과세 금융상품은 이자소득에
대해서 16.5%만큼 세금으로 떼어 나가게 돼 있다. 그러나 세금우대상품은 10.5%만 과세하므로 약 0.6%포인트 정도 금리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가족명의로 분산 투자해 세금우대 저축으로 가입한도까지 가입했다면, 3개월 후 금리가 최소한 0.9%포인트 이상 올라야 한다.
그래야 1년짜리 상품에 가입하는 것과 똑같은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만약 6개월 예금에 가입한다면, 6개월 후 재투자 시점에서 1.1%포인트
이상 금리가 상승해야 같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향후 금리를 예측하기가 쉽지는 않으나,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저금리 정책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은행 정기예금의 금리는 시중금리 변화에 비해 늦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올리면 은행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쉽사리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힘들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목돈을 단기로 굴리기보다는 1년 단위의 절세형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향후 수익률을 고려할 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자금은 3개월 단위로 굴리면서 향후 금리추이를 살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저금리 언제까지
이제껏 두자릿수 금리가 생활화되어 있는 국민들에게 4∼5%대의 금리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저금리체제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전문가들에 따라 견해는 엇갈린다. 연구원들은 금융시장 불안이 해소되고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시장참여자들은 미국경기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경제성장의 원동력인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어 현 금리 수준이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과거의 두자릿수 금리 시대는 확실히 끝났다’것에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저금리는
세계적인 추세”라며,“개인의 금융자산 증가로 인한 자본누적속도가 빨라 당분간 금리가 오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수신금리 하락으로 투자와 소비심리가 살아나 경기 진작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자칫 소비과열이 물가상승만 부추겨
고물가 저성장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저금리 시대임에도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아 신용 불량자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은퇴자 등 금리생활자들은 물가상승으로 지출은 늘어났지만 수입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은 “정부가 저금리선진국들의 다양한 재테크
상품들을 과감하게 도입함으로써 투자 활로를 열어주고, 시중자금의 투기화를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병현 기자 bhgoh@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