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인터넷뱅킹, 자동화기 등에 비해 창구이용고객에 많은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어 창구수납수수료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현금교환도 특정 일자에만 교환해줌으로써 고객을 위한 경영인지 수익성을 위한 경영인지 헷갈리는 것이 요즘 은행권의 영업점 운영방식이다.
은행들의 이러한 영업방침은 수익성이 중요시되면서 직접적으로 수입이 발생하지 않으면 가능한 업무를 회피하기 때문이다.
자동화기기 빼곤 수수료 ‘내놔’
은행창구를 이용하면 인터넷 뱅킹이나 자동화기기를 사용할 때 보다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현재 이들의 행태다. 이 가운데에서도 같은 은행간 이체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고객이 은행을 직접 방문해 같은 은행에서 같은 은행으로 계좌이체를 할 경우 CD·ATM기기에서는 추가비용이 들지 않고 사용할 수 있지만, 직원을 찾아가면 1,500원 이상을 줘야만 처리해 준다. 텔레뱅킹과 인터넷 뱅킹 사용에 대해서도 별도 수수료를 징구하고 있어 직접 은행을 방문 자동화기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모든 부분에서 수수료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 모(34)씨는 “타은행 송금의 경우 자신들에게 별 수익이 없어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같은 은행의 경우 어차피 고객 돈이 빠져나가는 것도 아닌데 별도 돈을 내라는 것은 고객을 봉으로 보는 처사”라고 불쾌해 했다.
수표발급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 자기앞수표 발행하려면 CD·ATM기기를 이용할 경우 원하는 양을 현금처럼 교부받을 수 있지만, 창구를 이용하게 되면 정액권은 장당 50~100원을 지불해야만 수표를 받을 수 있다. 더욱이 30만원 50만원 100만원권 등의 정액권과 일반권은 기계로 인출이 불가능하고 창구에서만 발행하도록 돼 있어 최고 400원을 내야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은 이들이 모두 창구이용 수수료 의미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모(31)씨는 “자기네들이 경영을 못해 국민들의 혈세를 빌려간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으니까 이제는 행패를 부린다”고 말했다. 사실 은행들은 창구수납수수료를 가시화하기 위해 각종 자동화기기 설치를 확대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창구 고객이 은행업무를 할 수 있는 제2, 3의 거래방식이 있어야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지로수납기 등 창구대체 기계 대량 구비
4~5년 전부터 은행권이 수수료가 작다며 지로수납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도 창구 수수료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민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로를 수납할 경우 1건당 최고 1,800원 가량의 비용이 필요한데 지로수납과 같은 단순 창구업무로는 직원들의 월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각종 지로용지고객을 받지 않기 위해 지난해 4월부터 도입한 무인공과금 수납기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이를 적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지로와 어음교환을 총괄하는 금융결제원은 지난해 “지로수납 수수료 책정은 해당은행에서 알아서 하라”고 밝혔으나, 지로를 이용하는 업체와의 상황을 고려해 많은 수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은행권의 현실이다. 현재 전기요금과 전화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4개의 수수료는 160원을 받고 있고 나머지는 장표의 크기와 종류에 따라 최고 260원까지 은행에서 떼고 있다.
결국 지로수수료의 현실화가 불가능하게 되자 지난해 4월 국민은행이 국내 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무인 자동화수납기기를 설치한데 이어 최근에는 신한, 하나은행까지 설치하는 등 고객분산과 서비스 확대라는 명분아래 창구이용 줄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이 창구수납수수료를 받는 부분은 고객이 창구를 이용함으로 인해 해당 직원이 수익성 있는 업무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매달 25일 이후 은행 창구는 고객들로 북적북적 했지만, 최근에는 고객 수가 상당부분 감소한 것이 현실이다. 은행권은 “각종 자동화기기 확충으로 창구에 사람이 많지 않아 고객 서비스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공과금 수납기를 통해 약 30%가량의 창구고객이 감소했고, 지속적인 홍보로 자동이체 고객이 증가하는 등 창구이용 고객이 많게는 60%가량 낮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창구를 이용하면 수수료 비용이 높은데 이를 바꾸어 말하면 창구이용에 대한 부담금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라며 높은 창구이용 금액 자체가 창구수납수수료임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은 “공과금 수납기를 통해 지로요금을 받더라도 문을 닫은 다음 다시 집계를 해야하는 등 실제 업무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 국도를 이용할 경우 12시간 이상 소요되지만, 고속도로 통행료를 지불할 경우 6시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내년 하반기 도입 될 듯
은행권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창구이용수수료 부과는 국민은행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11월10일 불필요한 은행창구 이용을 대폭 줄여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내년 하반기부터 창구 이용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선진국에서는 창구수납수수료가 일반화돼 있으며 우리나라도 중장기적으로 창구거래 고객으로부터 수수료를 징구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시점이 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 관행상 이를 당장 시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무통장 거래 확대 차원에서 추진중인 핀패드·거래내역서 출력기·동전지폐교환기 등 창구대체 체제가 충분히 갖춰지고 난 후 시행 여부를 검토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